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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저수지, 이대로 그냥 놔두세요
이병열 기자 / 입력 : 2012년 03월 07일(수) 10:13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이병열 
(고창문화연구회 사무국장)

동림저수지 바로 옆에 친한 형이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가끔 형을 보기 위해 동림저수지를 찾는다. 그곳에는 미꾸라지, 붕어, 드렁이, 가물치, 잉어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동림저수지에서 잡은 붕어로 요리한 붕어찜은 일품이다.

동림저수지로 흐르는 작은 골에는 망만 놓아도 미꾸라지가 많이 잡힌다. 또한 날씨가 쌀쌀해지면 수많은 철새들이 군무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우와! 고창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드넓은 동림저수지 위를 군무(群舞)하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며칠 전 백제 중방과 눌제의 역사기록을 조사하던 중 인터넷 기사에 고창의 동림저수지가 전국 50곳의 아름다운 장소로 미국의 씨엔엔(CNN)이 선정했다는 기사였다.    


CNN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 50곳 중 한 곳으로 동림저수지 선정
지난 1월 말 CNN(www.cnngo.com)은 2009년 ‘지역을 보고, 세계를 경험한다’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관광지와 문화를 소개해왔다.

올해는 “당신이 서울에만 있게 된다면 중요한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 50곳을 선정하여 올렸다.

이들 중에는 전남 9곳, 전북 5곳 등 호남지역의 관광지 14곳이 포함됐다. 하긴 전라도가 덜 개발되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CNN에서 선정한 곳 중 전북의 아름다운 곳은 남원 광한루·무주 남대천 섶다리·고창 동림저수지·완주 대둔산 구름다리·지리산 뱀사골 실비단폭포 등이 선정되었다. CNN은 고창의 동림저수지를 철새의 왕국으로 소개했다.


철새의 도래지 동림저수지
국내에 도래하는 겨울철새 중 개체수가 가장 많은 것은 가창오리라 한다. 이 가창오리의 최대 서식지가 고창군 흥덕면과 성내면에 있는 동림저수지로 나타났다고 한다.

몇 해 전 국립환경연구원이 전국 118개 주요 철새 도래지를 대상으로 130명의 관계 전문가가 참여, ‘전국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언론에 밝혔다.

조사결과 국내에 관찰된 조류는 개체수가 가장 많이 관찰된 종은 가창오리였다고 한다. 다음으로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등의 순이었다. 환경부에 의하면 개체수가 가장 많이 관찰된 지역은 우리 고장의 동림저수지였으며, 다음은 금강호, 고천암호, 시화호, 영산호 등 순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겨울철새가 서해안에 많이 분포하는 것은 먹이를 잡아먹거나 휴식할 수 있는 농경지 및 저수지가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며, 지역별 개체수의 변동은 가창오리에 의해 좌우됐다고 밝혔다.

언젠가부터 이곳 동림저수지가 가창오리의 군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수많은 탐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게 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조망대와 주차장을 설치하여 철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 있었던 듯하다. 


친환경은 자연을 훼손하는 시작의 의미일 뿐이다
얼마 전 농어촌공사는 동림저수지 일대 169㏊(50만 7천 평)를 사업지구로 선정하여 자체조달 및 민간자본 1579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곳에 골프장(27홀, 136㏊)과 전원주택(150세대, 22㏊), 수상레포츠시설 및 팬션단지(11㏊)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곳 동림저수지는 고창군과 정읍시의 중간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양호하고 인근에 내장산, 변산반도, 선운산 등이 있어 관광휴양 시설 적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계획은 2010년 11월 발표되고 이후 사업 진척은 없는 것 같다. 개발비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사업 타당성이 없는지 알 수는 없다. 진척이 안 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느 지자체는 철새도래지에 수백억을 투입하여 생태관광명소를 만든다고 난리다. 수백억으로 주변의 산과 들을 파헤쳐 거대한 건물들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친환경이라 말한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개발하는 곳의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생물들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하여, 수십만 수백만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친환경이라고….

환경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을 말한다. 동림저수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친환경은 어떤 의미인지?

CNN의 서양인은 ‘자연이 살아 있는’ 동림저수지에 눈을 돌린 것이다. 자연은 가급적이면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최고의 보호방법이다. 사람의 손이 들어가면 벌써 파괴가 되는 것이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개념도 없는 언어를 써가며 새들의 낙원인 동림저수지를 파괴하자는 뜻은 아니길 바란다.

이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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