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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비리’ 영광핵발전소 안전한가?
뒷돈 부품, 짝퉁 부품…꼬리 무는 의문<br>일그러진 탐욕…끔찍한 핵사고 위험에 노출<br>영광원전 직원들 수천만원~10억원 뇌물 수수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2년 04월 30일(월) 14:3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최근 검찰 수사로 영광원전 직원들의 납품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와 지역단체들은 이같은 비리가 그동안 영광원전에서 발생한 잦은 고장·사고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영광원전 전경.

영광핵발전소에 고질적인 납품 비리가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직원들은 핵발전소의 중요부품을 납품 받으면서, 수천만원에서 10억원까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검찰은 핵발전소 남품 비리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영광핵발전소는 그동안 잦은 고장으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납품 비리’에 연루된 부품 때문에 고장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관정)는 4월 26일(목) “지난해 영광핵발전소에 근무할 당시, M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고, 16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체결해준 혐의로 팀장급 간부 정모씨(49세)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고리핵발전소 허모 계통기술팀장(55세)도 같은 혐의로 25일(수) 구속했다. 허씨는 2009년 12월 프랑스 아레바사(社)에서 수입한 부품 ‘밀봉 유닛’과 완제품 매뉴얼을 국내의 M사(社)에 몰래 넘겨줬다. M사는 허씨가 넘겨준 정품을 토대로 ‘짝퉁’ 부품을 만든 뒤, 허씨를 통해 고리핵발전소에 납품했다. 그런데 이 ‘짝퉁’ 부품 16억원치가 정씨를 통해 영광핵발전소에도 납품된 것이다.

‘밀봉 유닛’은 원자로 출력을 측정하는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의 이동용 관(管)를 밀봉하는 부품으로,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는 원자로의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핵발전소 안전과 관련된 중요 장비 가운데 하나이다. (원자로의 출력은 원자로 안에 단위면적당 중성자가 몇 개인지를 세어 확인한다. 중성자는 투과력이 좋기 때문에, 이 숫자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들어온 중성자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밀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4월 27일(금), 영광핵발전소에 ‘짝퉁’ 부품을 사용한 정모씨의 차명계좌에서, 당초 뇌물수수액(1억원) 보다 많은 총 10억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여러 납품업체에서 입금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4일(수) A업체로부터 탱크 내 보냉제, 각종 시험장치 등을 납품받으면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영광핵발전소 이모(44) 과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또한 4월 26일(목) 이 과장과 같은 업체서 로비자금으로 5억원을 받은 브로커 윤모씨(56)도 구속했다. (고리핵발전소에서는 녹슨 ‘터빈 밸브작동기’ 중고부품을 세 차례에 걸쳐 B업체로 빼돌린 뒤, 중고부품을 세척하고 도색해 새 제품인 것처럼 속이고 납품하기도 했다.)

   
▲ 원자로 출력을 측정하는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를 밀봉하는 중요 부품은 ‘밀봉 유닛’(왼쪽). 오른쪽은 밀봉 유닛이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를 밀봉한 모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이에 대해 한수원은, 정품 매뉴얼을 빼내어 만든 이른바 ‘짝퉁’ 부품의 안전성을 변호하면서, “그동안 외국에서 개당 920만원에 수입해 왔는데, 과정은 어쨌든 국산화에 성공해 개당 750만원에 구입함으로써 경비절감과 외화유출도 막을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또한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다만 지속적인 부품의 국산화를 통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의 경영에서는 국산화가 핵발전소 안전보다 앞서있는 것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모두 6기가 운영되고 있는 영광핵발전소는 1호기가 지난 1986년 하반기부터 26년째 가동되는 등 노후 문제가 심각해, 부품 납품비리는 곧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광핵발전소 고장·사고 매년 6~7건

영광핵발전소는 지난 3월 28일 비상발전기를 특별점검하는 과정에서, 냉각수 압력에 따라 작동되는 스위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비상발전기의 가동이 중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영광신문에 의해 보도되기 전 16일 동안 은폐됐다.

영광핵발전소는 지난해까지 모두 151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호기 가동 이후 매년 6~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4기가 가동되고 있는 고리핵발전소 282건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151건의 사고는 결국 원자로가 가동을 정지하는 경우만 해당되며, 방사능 누출이나 일부 부품이 파손된 채 가동되는 경우 등은 제외된 것이다.

지난 1995년에는 금속성 파편에 의해 핵연료봉이 손상되기도 했고, 1999년에는 6일 사이에 5번이나 가동이 중지된 적도 있었다. 또 2000년에는 1998년 방사능 누출로 보수공사 중이던 310명의 근로자가 방사능에 피폭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지난 2009년 영광원전 4호기에 대한 계획예방정비 작업을 벌이던 중 파손된 핵연료봉 2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이하 핵없는세상)은 4월28일 오전 10시30분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 선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탈핵활동을 시작한다. 핵없는세상은 ▲영광핵발전소 시민안전점검단 구성 촉구 ▲영광핵발전소 출력증강 철회 ▲시민들과 함께 생활주변 방사능 측정 ▲핵 바로 알기 강좌 ▲스마트원자로 실증단지 유치 저지 등의 지역활동과 ▲고리1호기·월성1호기 수명연장 철회 및 폐쇄 ▲신규 핵발전소 부지 해지 ▲폐연료봉 재처리 저지 등 전국적 탈핵연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은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 공동행동’ 등 광주·전남지역 2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탈핵연대로, 향후 전북과 제주를 포함해 호남권 탈핵연대로 조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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