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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행정의 유물, 선출직 관사(官舍)
행안부…원칙적으로 단체장 관사 폐지 권고<br>군의회…단체장 관사의 면적 제한 조례 부결<br>이강수 군수…초선 관사 폐지, 재선 관사 부활<br>전국 기초지자체 중 37곳만 단체장 관사 운영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2년 05월 21일(월)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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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지난 4월30일(월) ‘고창군 공유재산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부결시키고, 5월9일(수) 열렸던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행정이 올린 대부분의 안건은 사전에 의회와 관례로 조율되기 때문에, 의원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을 행정이 밀어붙이지 않는한 부결되는 안건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에 부결된 안건은 행정이나 의회 모두 부결되기를 원했던 안건으로 추측된다. 즉, 행정에서는 이 안건을 올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고, 하지만 통과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에따라 군의회가 이 안건을 (행정의 희망대로) 부결시킨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가 있다.

부결된 안건은 무엇인가?

고창군청 재무과에서 올린 ‘고창군 공유재산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으로, 요약하면 “군수 관사인 1급 관사의 면적은 단독주택 116㎡, 아파트 99㎡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체장 관사의 면적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안건에 대해 고창군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고창군이 현재 운영·관리하고 있는 관사는 행정안전부 권고안에 부합되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조례안을 개정할 필요성이 없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심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상정된 단체장 관사 면적의 기준은 행정안전부의 ‘청사시설기준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청사시설기준표’에 따르면, 공동주택일 경우 99㎡가 기준이며, 공급면적이 아닌 전용면적으로 계산하게 된다.

현재 이강수 군수는 현대아파트 관사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관사는 공급면적 122.31㎡, 전용면적은 99.63㎡로 공시돼 있다. 아파트 면적이 99.63㎡인 경우, 보통 99㎡라 보고 거래하기 때문에, 상식선에서 현재 군수의 관사는 상정된 조례에 부합되는 것이 맞다. 즉, 전용면적 99㎡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누구나다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기준이 99㎡이고, 현대아파트 관사 면적은 99.63㎡이기 때문에 문제발생의 소지가 생긴다. 상식선에서는 부합하지만, 법적으로 (엄밀하게 따지면) 조례를 어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따라서 현재 군수 관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즉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이나 의회나) 이 조례안을 부결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건을 상정한 이유?

군행정이 이 조례안을 군의회에 상정한 이유는,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장 관사 운영개선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 권고안의 내용을 보면 “원칙적으로 자치단체장 관사를 폐지하며, 다만 지역특성 등 존치가 불가피한 경우, 조례 등에서 면적 등을 규정하라”고 되어있다. 따라서 군행정은 굳이 조례안을 상정했고, 군의회는 굳이 조례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자치단체장 관사 운영개선안은 권고안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권고안을 받는 지자체와 받지 않는 지자체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5월17일(목) 답변했다.
자기 사는 집을 왜 주민 돈으로 해결하나?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 37개 시·군만이 단체장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에서는 고창군을 비롯해 완주·무주·김제·장수 5곳만 단체장 관사가 존재한다. 1998년 170여개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민선 단체장은 자가·임차 여부를 떠나 그 지역에 집이 있기 때문에 관사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다. 관사 운영비도 단체장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조례에 따르면 단체장 관사 운영비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결국 주민이 내는 것이다.

최근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지자체는 단체장에 대한 관사 제공과 공공요금을 비롯한 관리비 지원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는 것은 중앙집권 시대의 유물이고,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 시민단체 성명서를 요약한 것이다.

“주민의 세금으로 민선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하고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과 주택 수선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것이다. 여기에 제공되는 금액이 비록 크다고 할 순 없지만, 풀뿌리 자치를 실현해 가야 할 단체장들이 관사를 사용하고 관리비까지 지원받는 것은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하루빨리 제공된 관사를 폐쇄하고 관련 비용 제공 중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군수 관사, 폐지해선 안되는가?

상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단체장 관사를 폐지할 수 없다는 군행정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이강수 군수의 의지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통 크게 관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건가?

이미 이강수 군수는 초선 때 관사를 폐지한 적이 있다. 민선3기 군수후보 시절(2002년) 공약이었고, 한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사는 옛날 임명직 때나 필요한 것”이라며 “민선시대에는 자기 집에서 다니면 되고, 당연히 관사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또한 “관사를 직원복지 차원에서 공무원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강수 군수는 당선된 뒤, 40평 남짓한 군수 관사를 고창어린이집으로 내놓았으며, 자신은 21평 소형아파트로 입주해, 맞벌이 부부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다.

단체장 선거에서 사실 후보자의 공약이 서로 엇비슷한 만큼, 이강수 군수의 관사 폐지 공약은 다른 후보자와 비교해서 신선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강수 군수는 재선에 성공한 뒤, 자신이 폐지시킨 관사를 다시 부활시키는 앞뒤가 모순되는 정책을 실시했다. “관사는 옛날 임명직 때나 필요한 것”이라며 “민선시대에는 자기 집에서 다니면 되고, 당연히 관사는 필요없다”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엎는 것이다. 93억여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7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군수가, 자기 사는 집과 그 관리를 주민 돈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겠는가?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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