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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황토배기유통, 어떻게 해야 하나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2년 08월 13일(월) 09:51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원물확보 자금 없어 고추처리장 담보로 36억원 대출

(주)고창황토배기유통(대표 박상복, 이하 황토배기유통)은 지난 7월 고추종합처리장을 담보(7월12일경)로 농협중앙회에서 정부정책자금(산지유통활성화자금) 36억3600여만원(7월 23일경)을 대출받았다. 대출이유는 올해 고추농가와 계약한 60억원어치의 고추원물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으며, 담보물은 건물과 대지, 기계 등 담보가 가능한 것은 모두 활용했다.

황토배기유통이 고추종합처리장을 담보로 사용한 이유는 123억원을 들여 지은 사업장이기 때문에 적어도 고추원물확보에 필요한 60억원 정도는 쉽게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의 심의결과 채권최고가액이 43억5960만원으로 결정되어 약 36억원이 대출되었고, 여전히 올해 계약한 고추원물 3000톤을 확보를 위해서는 약 24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황토배기유통은 고추수매에 필요한 나머지 24억원의 자금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황토배기유통이 나머지 원물확보를 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고추종합처리장을 담로 대출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고추농사 시작 전 농가들이 영농자금으로 활용해 더 많은 수매가 이뤄지도록 선도금(30%, 20여억원)도 일찌감치 지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황토배기유통은 고추수매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7월 22일경부터 농가들에게 선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위의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만약 정부 보조사업으로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담보가 불가능해 36억원 마저도 대출이 안됐더라면, 고추재배농가와 황토배기유통 모두 정말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 했다. 다행히 정부보조금이 들어간 건물이라도 원물확보를 위한 산지유통활성화 자금의 대출이 가능하게 되어 위기는 모면했다.

황토배기유통 올해 운영자금은 있나

다시 황토배기유통이 고추종합처리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황토배기유통이 올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황토배기 유통은 이미 고추종합처리장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한 상황이며, 대출받은 36억원 중 20여억원은 농가 선도금으로 지급해 대출금도 현재 16억원 가량밖에 없는 실정이고, 앞으로도 고추원물수매자금으로만 추가로 24억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황토배기 유통의 선도금 지급 지연과 가뭄 등으로 수매에 동참하지 않거나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면서 당초 계약된 수매물량이 3000톤(369농가)에서 2422톤(295농가)으로 줄어들어 원물확보를 위한 자금에 여유가 생기는 듯 했지만, 고추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면서, 수매대금으로 지급해야할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황토배기유통은 작년 6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같은 해 직접경작으로 수확한 옥수수 재고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올해 수확한 햇옥수수가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로 쌓여 있는 황토배기유통의 작년 옥수수는 점점 자산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어 더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황토배기유통은 고추만 유통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황토배기유통은 고창에서 생산되는 다른 농산물도 함께 유통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원물확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황토배기유통은 원금회수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내부검토의견에도 불구하고, 작년 복분자주식회사에 2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는 불편한 진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황토배기유통에는 고추수매를 계약한 농가들과 전문생산조직이 많이 남아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행정의 눈치와 황토배기유통에 고추를 납품하는 실적에 따라 비가림하우스와 유기질비료 등 우선지원 규정에 발목을 잡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는 농가와 전문생산조직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각 지역농협들도 마찬가지다. 농협은 황토배기유통의 고추원물 수급을 위해 농가들이 가져온 고추를 모아두고, 수수료 1%를 받는다. 사업적으로는 별로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보조사업을 관장하는 행정의 눈치에 완전히 발을 빼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2번 오전 11시에서 12시까지, 오후 5시에서 6시까지 농민들이 가져오는 고추원물을 모아주는 역할만하며 먼발치에서 황토배기유통을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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