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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곪아 터질지 모른다”
시작부터 삐걱…고창황토배기유통 고추종합처리장
경은아, 기자 / 입력 : 2012년 08월 14일(화)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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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추의 명품화와 고추재배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호기롭게 출발한 황토배기유통회사(대표 박상복)의 고추종합처리장이 군민의 세금만 잡아먹은 채 휘청거리고 있다.
고추종합처리장은 풋고추, 홍고추(물고추), 절임고추, 건고추, 고춧가루 등 소비자 기호에 맞는 고추생산을 브랜드화해 전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었다. 또 김치공장 건립 등 2~3차 산업과 연계해 물류비를 절감함으로써 지역경제 도움은 물론 고창농산물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사과정부터 삐걱거리더니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고추농가에 선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 자본잠식 상태라는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고추종합처리장 내 36억원 대형건조기를 수의계약 하는 등 황토배기유통은 매출 부풀리기와 거액의 비자금 형성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지역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적정성 판단 없이 사업규모만 키워
고추종합처리장은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공모한 원예작물브랜드육성 사업에 선정돼 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1년 8월에 완공됐다. 부지면적 9997평방미터에 3층 건물로 냉장·냉동설비, 작업장, 전처리실, 건조실 등이 들어섰으며 연간 6000톤의 고추를 가공할 수 있다.
당초 고추종합처리장은 96억원 규모로 계획됐다. 비용은 국비 38억, 도비 20억, 군비 19억, 자부담 19억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중간에 사업규모가 커졌다. 저온저장고를 확대하고 가공규모를 늘려 원가를 절감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논리였다. 사업규모는 123억으로 확대됐고, 27억이 더 필요해졌다. 군에서 22억을 부담하고 황토배기유통에서 5억을 부담하기로 했다.
문제는 증액의 타당성 검토 없이 군행정과 황토배기유통이 공사를 진행한데다, 증가액을 지급할 능력도 되지 않았다. 결국 군청은 2011년에 준공되는 고추종합처리장 사업 예산을 2012년도에 집행하는 채무부담행위를 군의회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군의회는 채무부담행위를 6월 본회의에서 의결했지만, 질타가 이어졌다. 오덕상 의원은 고창군청 기획예산실장에게 “황토배기유통회사 고추브랜드 사업비를 30% 이상 증액을 하면서도 의회에 어떤 의견을 거치지 않고 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앞으로 고창군의회 의원들 뽑지 말라. 뽑지 말고 공무원들끼리 담당부서에서 적절히 알아서 처리해야 할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박현규 의원은 “의회를 경시한 것이 아니라 고창군민을 희롱한 거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절대 안 된다. 분명히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됐지만…자본잠식 수준
국내 최대 규모의 고추종합처리장이 우여곡절 끝에 완공됐지만, 문제는 계속 불거졌다. 황토배기유통은 지난해 11월에 2012년 고추수매를 공고하고, 전문출하조직과 일반농가와 계약재배를 실시했다. 수매기간은 올해 7월 25일부터였지만, 선도금과 계약금을 7월 중순이 다 되도록 지급하지 못했다.
원래는 황토배기유통이 농가와 계약을 맺으면, 농협이 계약금 30%를 지급하고 수확한 고추를 수거해 황토배기유통에 가져다주기로 했다. 그러면 황토배기유통이 가공과 유통을 하고, 농협에 대행수수료 1%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농협에서 대금지급을 꺼려했고, 선도금 지급은 계속 늦춰졌다. 결국 황토배기유통이 농협중앙회에 대출을 받고 홍고추 수확 3일 전에야 지급될 수 있었다. 이마저도 60여억원을 신청했지만, 고추종합처리장을 담보로 36억원만 이뤄졌다.
한 농민은 “고추 선도금이라는 것은 고추 농사짓는 비용을 미리 주는 돈이다. 그런데 보유 자금이 없으니 농사를 다 지어놓은 후에야 선도금 30%를 준다”며 “처음부터 선도금 이야기로 농민에게 감언이설을 한 것 아니냐”며 토로했다.
고창 모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민들이 농협을 믿고 물건을 맡기는 건데 (황토배기한테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잘 안돌아가니까 돈을 늦게 주는 것이다. (황토배기유통의 고추수매가) 매끄럽게 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사대금결제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공사 중 설계변경과 추가설계가 많아지면서 공사대금산정에서 차이가 발생, 지난해 9월 시공사인 군장종합건설이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5월 군산법원의 화해결정이 내려져 6월 협의를 마무리하고 정산을 시작했다.
황토배기유통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사업규모를 확장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고추종합처리장 건물 외형만 그럴싸하다. 감가상각비 2억원에 운영비만 해서 매년 5억원의 수익을 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증액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채무부담행위까지 하면서 확장할 필요가 있었나. 저온창고를 확장할 이유가 없었다”며 “군민의 돈을 가지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토배기유통은 자본잠식 상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추종합처리장, 올해도 적자 예상 판로도 마련되지 않아
고창 농민들은 황토배기유통의 유통능력마저도 의심된다는 눈초리다. 지난해 적자에 이어, 올해도 수매를 시작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황토배기유통은 지난해 처음으로 고추수매사업을 시작했지만, 기상이변과 병해충 발생에 따라 고추생산량 감소 및 가격폭등으로 원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애초 계약량을 수정해 258농가에 715톤을 수매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계약량 30%에 미달했다. 더군다나 황토배기유통이 지난해 들여온 대형 고추건조기가 시험 운전 후 고장이 나는 바람에 12대 이상의 가정용 소형 건조기를 추가로 구매해 홍고추를 건조하기도 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고추수매를 시작했지만, 올해도 전망은 좋지 않다. 지난해 고추값 폭등으로 재배면적이 늘어서 물량확보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황토배기유통이 판로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토배기유통이 7월 25일 현재까지 잡고있는 고추종합처리장의 수매 계획은 2000톤, 수매의향은 3000톤으로, 지금도 수매계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창군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A농민은 “지난해 고추가격이 비싸 올해 고추 정식면적이 전국적으로 30%나 늘어났고, 고창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홍고추로 수매하는 황토배기유통에 많이들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반출하조직의 경우 건조과정에서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대부분 홍고추로 수매하는 황토배기유통으로 출하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고추밭에서 홍고추 수확작업이 한창이던 농민들은 고추종합처리장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하면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B농민은 “이 동네 농가들은 아무도 황토배기하고 거래하지 않는다.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입을 뗐다. 그는 “건고추는 현재 근당 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추는 날씨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해서 안정적으로 건고추로 출하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농민 역시 “황토배기 유통은 경쟁력이 없다.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겠고 믿지 못하겠다. 더 이상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고창의 유통관계자는 “황토배기가 애초부터 판로도 마련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만 확장했다”며 “물량확보를 해도 안정적인 판로도 없고 자금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 계약량 이상을 받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무조건 (황토배기유통이) 손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토배기유통이 품질면에서도 경쟁력이 없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C농협 관계자는 “고창에서 나는 고추의 당도는 10브릭스에 가깝다. 그만큼 맛이 좋은 고추를 여러 번 씻어 대형 건조기에 넣으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농민은 홍고추로 출하하면 편하겠지만 황토배기의 생산방식으로 인해 품질이 떨어지면 고창군 고추 브랜드의 명성에도 타격이 가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청은 사업을 막 시작한 업체의 모습이니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청 관계자는 “고령화 등으로 농업이 무너지고 있으니 국가에서 고추종합처리장을 지은 것”이라며 “현재도 무리 없이 계약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6000톤을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초기 업체의 모습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창에서 만난 한 농민은 “황토배기유통은 주식 살 때만 홍보했다. 나도 주식을 샀다. 그런데 원금을 받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며 “황토배기는 언제 곪아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농정신문 제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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