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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이냐? 상업공간이냐?
고창읍성 주변 문화체험거리 조성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br>기와집은 숙박업소, 초가집은 음식점으로 사용…체험공간 부족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11일(화)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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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주변 문화체험거리 조성공사’가 연내에 착공될 예정이다. 이에 올해 3월부터 설계용역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용역은 9월 안에 완료된다. 이 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8월 16일(목) 고창읍사무소에서 주민공청회를 실시했고, 9월 5일(수) 군의회 간담회 시 업무보고를 하는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민들은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공익사업을 군행정이 새로운 업자의 사익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고창군 랜드마크의 백년지대계

이 사업은 고창읍 나아가 고창군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고창읍성과 동리고택 주변의 백년지대계를 그리는 작업이다.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일수록, 일단 건물이 올라가면 고치기도 어렵고, 용도가 결정되면 바꾸기도 어렵다. 한 번 할 때 잘해야지 다시 예산이 투입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에서부터 잘 돼야 하고,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설계용역은 위 조감도 중 ‘전통 옛거리 체험마을’과 ‘한옥체험마을’의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당초 계획은 예산 120여억원을 투입해 ‘동리고택 재현’과 ‘판소리 전수마을’까지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군행정은 “고증된 동리고택 터에 현재 판소리박물관·미술관·관광안내소가 자리하고 있어, 그 건물들을 철거하면서 개발하기는 여건이 맞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예산 45억여원을 들여 ‘전통 옛거리 체험마을’과 ‘한옥체험마을’을 먼저 개발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다른 곳도 개발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 옛거리 체험마을’과 ‘한옥체험마을’

설계 용역을 맡은 건축사무소 ‘휴먼’은 주민공청회와 군의회 간담회 시 동일한 계획안을 발표했다.

‘전통 옛거리 체험마을’은 6채의 초가집이 조성되는데, 한식당(42평), 국밥 및 주막(27평), 지역특산음식점(20평), 약선음식점(15평), 퓨전음식점(10평), 떡카페(15평) 6곳이 들어서게 된다. 음식점 각각은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한옥체험마을’에는 9채의 기와집이 들어서는데, 숙박동 7곳, 도예체험장, 관리동으로 사용하게 되며, 이 또한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기와집 4채는 고창읍성 내아와 객사, 인촌사랑채, 인촌작은댁안채를 복원 또는 재현하는 계획을 세웠다.

8월 16일(목) 주민공청회에는 고창문화연구회 백원철 회장, 오거리당산제보존회 설태종 회장, 고창문화원과 전통자기 생산업체, 지역주민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9월 5일(수) 군의회 간담회에는 박래환 의장, 조병익 부의장, 조금자·오덕상·이상호 의원이 참석했다.

복수의 주민들은 “이 사업은 근본적으로 고창의 전통·문화·역사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 옛거리 체험마을’에는 고창읍 우시장에 국밥집이 유명했다는 전통에 따라 ‘국밥 및 주막’ 음식점 한 곳만 있으면 되고, 나머지 건물에는 음식점이 아니라 판소리, 고창농악, 오거리당산제 등 고창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식당, 퓨전음식점 등 다른 음식점은 고창의 전통문화와는 연계점이 없는 일반음식점이며, 따라서 주변 음식점과의 불화도 예상되고, 혈세를 들여 공익시설이 아닌 음식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위탁 시 특혜 시비가 일어날 소지 또한 크다”고 주장했다. 즉 사익시설이라도 고창의 전통문화와 접점이 있는 국밥집 하나 정도는 허용할 수 있지만, 단지 일반음식점을 만들기 위해 혈세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조성해 관광객을 머물러 있게 하고, 군행정은 기존 음식점들을 잘 계도해 관광객이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혈세에 의한 공공사업이 기존 상권에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창읍성과 동리고택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 그것도 군행정이 지원한 음식점 6곳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 음식점의 손님들을 빼앗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행정은 “앞으로 전통문화 체험공간의 용도로 ‘판소리 전수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반론했지만, 주민들은 “판소리 전수마을 조성사업이 언제 시작될 지 요원하다”며 “고창읍성 주변 문화체험거리는 말 그래도 문화를 체험하는 거리로 조성하고, 상업지역은 기존 상권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의견을 맞섰다.

‘한옥체험마을’에 대해서도, 군행정은 “초가집은 관리가 어렵고 손님이 잘 들지 않는다”며 기와집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주민들은 “으리으리한 기와집만 지을 것이 아니라, 초가집과 토담집 등도 잘 배치하면서, 고창의 전통마을의 일단을 잘 복원하는 방향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예체험장과 관련해선 자기 뿐만 아니라 옹기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군의회 간담회에서 박래환 의장은 “외적을 막기 위해 세워진 고창읍성 앞에 친일파인 김성수 생가를 재현하는 것은 분명 적절하지 못하다”며 군행정의 제고를 주문했다. 이에 군행정 담당자는 “고창에 마땅히 재현할 기와집이 없었다”며 “인촌 생가는 재현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촌 김성수는 정부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됐으며, 유족들은 취소 소송을 했지만 1심 판결에서 대부분의 친일행적이 인정됐다. 박 의장은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행정과 민간의 동상이몽

‘고창읍성 주변 문화체험거리 조성사업’에서, 주민들은 근본에 문화공간을 두고있는 반면, 군행정은 중심에 상업공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주민들은 고창읍성·동리고택 등이 단지 보는 관광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고, 따라서 이 문화체험거리를 통해 고창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등 관광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경제적으로는 주변(=기존) 상권이 이익을 얻는 것으로 생각했다.

반면 군행정은 운영·관리의 측면에서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구상했고, 그 외양을 기와집과 초가집 등으로 만들면서 전통과의 연계점을 찾았다. 그렇게 되면, 관광객들이 기존처럼 고창읍성과 동리고택 등을 둘러보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경제적으로는 ‘전통 옛거리 체험마을’ 음식점 6곳과 ‘한옥체험마을’ 숙박업소 1곳이 이익을 선점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공익사업을 군행정이 새로운 업자의 사익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군행정이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제대로 조성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누가 될 지도 모르는 위탁업자에게 수익이 날 만한 형태를 고심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한 고창읍 주민은 “예전에 토의했던 것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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