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경함께 경배한 그 찬란했던 태양이 하루의 일생을 남김없이 사루는 수평선 화장터에서 황홀하게 타오르는 붉은 불꽃을 손 안의 진주처럼 한눈에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고 까마득히 흘러간 귀 익은 멜로디가 추억을 끄집어내는 카페에서 블랙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있다
송아지 밥과 섞은 카페라떼와 솜구름 떼어 넣은 카푸치노 초코렛 크림 달콤한 카페모카만을 고집하던 그런 때가 있었지 바뀐 계절에는 커피 한 잔에도 발령되는 적색 다중주의보 야자수 열매 탯줄을 자른 트랜스지방 덩어리나 늙음을 유혹하며 부실과 손잡고 면역력을 끌어내는 폭도를 제거한, 아쉬움 가득한 이별처럼 씁쓸한 블랙커피를 갈색 커피콩 볶고 갈아 흡합하게 대하고 있는 것은 머그잔에 찰랑이는 커피향의 유혹만은 아니다 졸음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정신에게 던지는 로프로도 쓰고 발그레한 열매 따먹고 황홀하고 신나서 펄쩍펄쩍 뛰던 검은 나라 에디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에 그리움도 들어 있다
과욕과 비만, 사치와 허영으로 짠 생각들이나 방종 같은 자유 어디 빼내야할 것들이 이뿐이겠는가 마는 신발도 없이 이글거리는 태양아래서 맨손으로 커피를 따는 어린 노동자의 땀방울이며 순한 눈동자 속 천 길 깊은 갈구와 소태나무의 껍질처럼 쓰디쓴 세상맛 펄펄 우려낸 블랙커피 한 잔 아직 앞에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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