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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이강수 후보, “국가인권위 권고 자체가 없었다” 등 주장
국가인권위, “성희롱 맞으며, 손해 배상 및 인권교육 수강 권고”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측과 3억원에 합의, 2억5천만원은 전달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6년 04월 15일(금)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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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1일 제이티비(JTV) 토론회에서, 이강수 후보는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서, “▲당시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공세에 성희롱을 거론하니까, 이런 정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해서 탈당했다. ▲‘민주당 윤리위에서 제명을 결정했다’는 말에 책임을 져라. ▲고창군민의 사회적 심판도, 군수 선거에서 60% 이상의 표를 얻었기 때문에 끝났다. ▲성희롱 사건은 사법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이미 결론이 났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자체가 없다. ▲합의금과 관련된 재판내용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사실관계를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결정하고, 손해 배상 및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및 권고

당시 이강수 고창군수와 고창군의장한테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고창군청 여직원에 대한 진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차별시정위원회는 2010년 8월20일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결정짓고, 이 군수와 군의장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문을 요약해보면, 피해자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2009년 7월1일부터 2010년 4월26일까지 고창군청에서 계약직원으로 근무했는데, 2010년 1월29일부터 같은 해 3월30일까지 군수 및 군의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누드사진을 찍으라는 종용을 받음으로 인해, 성적 굴욕감을 느껴 직장을 그만두기에 이르렀으므로, 이에 대해 피해구제를 원한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군수와 군의장은 이 사실을 부인했으나, 인권위는 당사자 진술, 피해자가 친구들과 대화한 메신저 내용, 피해자 어머니와 의회 직원의 대화 녹취내용 등을 종합해, 군수가 피해자에게 누드사진 촬영을 제의·종용했으며, 군의장이 피해자에게 누드사진 촬영 제의를 거드는 등의 언동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했다.

피해자가 사진 촬영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일이 없음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누드사진 촬영을 요구한 것은 성적 언동에 해당하며, 또한 합리적 여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누드사진의 촬영은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상대방에게 쉽게 제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더욱이 상대방의 동의가 없음에도, 그러한 제의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면, 심대한 성적 굴욕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강수 군수와 군의장의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성희롱에 해당하며, 군수와 군의장에게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 군수는 1천만원, 군의장은 5백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는 고창군청과 고창군의회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두 기관이 대책을 세워 적절히 시행하는지를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군수는 2010년 9월초 “사건 실체 파악에 결정적인 중대한 진술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인권위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고, 권고내용에도 승복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인권위가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재촉하자, 이 군수는 2010년 11월 “특별인권교육 수강 등 개인과 관련한 2개 사항은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없고, 성희롱 재방방지 대책 수립 등 기관과 관련한 2개 사항은 이행했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이 군수는 공언과 달리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군의장은 2010년 10월 고창군의회로부터 ‘30일 의회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피해 여직원의 아버지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윤리위원회가 이 군수를 제명 결정할 즈음, 이 군수가 ‘살라달라’고 애원해 합의해줬다”며 “그런데 친구가 합의 뒤 확인서를 잘못 써주는 바람에, 이 군수에게 법적 책임을 더 묻기는 어렵게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이강수 후보는 JTV 토론회에서 “국가인권위 권고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 성희롱 합의금 마련하려 공사 특혜 약속 

“당시 이강수 군수를 통해 공사에 참여하게 해 주겠다”며 “건설업자로 하여금 이 군수의 성희롱 합의금 일부를 부담케 한 혐의”로 기소된 이 군수의 측근 A씨와 B씨에게, 1심에서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각각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으며, 2014년 9월30일 2심에서는, 피고들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자, 원심을 깨고 각각 벌금 1천만원의 선고가 확정됐다.

하지만 범죄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는 2010년 8월경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강수 군수로부터, 피해자측과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A는 즉시 피고인 B에게 연락해, 피해자 아버지와 절친한 C를 통해, 피해자측과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B는 이와 같은 지시에 따라, 2010년 8월 말경 C를 통해, 피해자측으로부터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강수 군수가 피해자측에 3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루었다. 피고인들은 이와같이 약정된 합의금 중 2억5천만원을 우선 이강수 군수를 위해 피해자측에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은 2010년 8월23일경 정읍시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C와 피해자의 부모와 함께, 이강수 군수를 위한 합의금 3억원의 지급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즉시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이 2억5천만원임을 말하고, 나머지 5천만원은 추후에 지급하겠으니 우선 합의부터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하지만 피해자측은 추후 지급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발하며, 5천만원의 즉시 지급을 요구했다.

피고인들은 5천만원으로 인해 피해자측과 합의가 깨질 것을 염려하게 되었고, 피해자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로 토목공사업을 하고 있던 C에게 약 40억원 규모의 복분자클러스터 토목공사 하도급을 약속한 다음, C로 하여금 5천만원 지급약속을 하게 하여, 합의를 성사시키기로 하였다. A씨는 그 자리에 있는 C에게 “내가 이강수 군수에게 말하여, 복분자클러스터 토목공사를 하도급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으니, 그 공사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피해자측에 5천만원을 지급해라. 이 군수가 있는 동안은 어려움이 없을테니 걱정하지 마라. 니가 피해자측에 나머지 5천만원을 부담하도록 해라”라고 말했다. 또한 B씨는 A씨의 말을 거들며, C에게 “이 군수를 도우면, 앞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C는 피고인들의 약속을 믿고, 그 자리에서 피해자측에게 “이 군수를 위한 합의금 3억원 중 5천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로 인해 이 군수를 위한 합의가 성립하게 됐다.

그런데, 이강수 후보는 JTV 토론회에서 ‘이 판결과 관련된 내용을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다.

 ■ “성희롱 사건은 사법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났다”?

전북경찰청은 2010년 7월13일 피해자측이 제기한 ‘군수·군의장의 성희롱’ 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불기소처분(혐의없음)한 이유는, “성추행 등과 달리 성희롱은 적용시킬 수 있는 형사적 법률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강수 군수가 피해자측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 정읍지청은 2010년 8월5일 ‘불기소처분’을 내리면서, “참고인 진술 및 관련 증거들은 피해자측의 주장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 군수의 성희롱적 언동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 민주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민주당 윤리위원회는 초기에는 ‘공직자로서 부주의한 처신이었다’는 판단으로 ‘주의 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10년 8월13일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등 재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1차 조사는 당내 윤리위원회가 했지만, 이번 재조사는 여성위원회가 맡게 되며, (재조사 결과) 실제로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파헤쳐 문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민주당 윤리위원회는 “이 군수에게 한차례 소명할 기회를 준 뒤, 지난 9월5일 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리위원회는 “이 군수가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했지만, 법원의 판단 전까지는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강수 군수는 윤리위원회가 제명 결정을 내린 직후 탈당계를 냈다. 민주당 대변인은 “당 윤리위원회가 이 군수 제명을 보고해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이를 확정할 예정이었는데, 이 군수가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한다”며 “이 군수는 사실상 당에 의해서 제명 조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 “고창군민의 사회적 심판도, 군수 선거에서 60% 이상의 표를 얻었기 때문에 끝났다”?

피해자측이 선거 전에 인터넷 게시물을 올리기는 했지만, 당시 이강수 군수측이 제기했던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매일 1천만원을 청구하겠다’는 가처분신청(민사소송)에 대한 법원의 ‘조정’으로, 피해자측은 선거기간 동안 잠잠했으며, 타 후보들이 마지막 방송토론회(5월31일)에서 ‘성희롱 논란’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는 정도였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6월11일 피해자 어머니가 군청 앞에서 삭발을 단행하며 사건이 본격적으로 점화됐고, 7월13일 이 군수가 ‘성추행’으로는 불기소됐고, 8월5일 이 군수의 맞고소에 대해 ‘진술 및 증거가 피해자측 주장에 부합한다’는 검찰청의 결정, 8월20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이 맞다’는 결정, 9월5일 당시 민주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JTV 토론회에서 “고창군민의 사회적 심판도, 군수 선거에서 60% 이상의 표를 얻었기 때문에 끝났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그리고 60% 이상이 아니라 57.7%를 득표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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