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원(한빛원전고창안전협의회 부위원장)
‘상생’이란 둘 이상이 서로를 북돋우며 다같이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은 서술하고 있다.
2016년 10월31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제9차 이사회는 의결안건 중에 제35호 ‘고창지역 상생발전 협력 기본합의(안)’을 의결했다. 고창군청과 의회에서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기초하여, 온배수 열활용 조성사업 100억원, 컨벤션센터(휴양시설) 신축 140억원, 노동저수지 재해대비 개보수사업 50억원, 재해대비 마을경보 방송망 설치사업 10억원 등 총 3백억원을 지역사업비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지역상생자금이 공론화가 되었을까?
2015년 초 조석(전 한수원 사장)은 취임하면서 고창·영광지역에 지역상생자금 명목으로 약 5백억원의 특별사업 지원을 공식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수년간 한빛원전으로 인한 지역이미지 실추에 대해 한수원 차원의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당시 3호기(이물질 미제거) 재가동, 공유수면 및 해수 점·사용 재허가 등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던 시기라 한빛원전 가동을 위한 정략적 결정이기도 했다.
영광군은 한빛원전 지역상생자금 공론화 추진을 위해 군민토론회를 통해 20건의 제안사업을 받았고 사업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공청회 등 고준위핵폐기물 처리기본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역상생자금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상생자금은 결국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지역 입막음용 작전자금’이었음이 명백해졌다.
결국 영광군은 지역상생자금 백지화를 선언하였다. 이는 원전의 안전을 위하여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영광군민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고창군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한수원으로부터 3백억원의 지역상생지원사업을 받으면서, 주민여론 수렴이나 공청회 등 고창군민들의 의견을 묻는 자리가 있었던가? 기억이 없다.
추진되는 사업 또한 한수원이 원전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홍보하기 위해, 그들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의 연장에 불과하다. 한수원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파렴치하게도 지역주민들에게 전가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온배수 열활용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한수원이 원전 열폐수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수년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실제로 원예시설 또는 지역난방으로 활용한 사례를 만들기 위해 고창주민들과 고창지역을 실험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또한 컨벤션센터(휴양시설)는 현재 고창군청이 운영하는 선운산유스호스텔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민이 요구하지 않고 주민과 합의되지 않고 현황파악도 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노동저수지 재해대비 개보수사업 또한 10미터 정도의 저수지 둑을 올려 담수할 경우에, 노동마을·호동마을 등 수몰되는 지역의 보상문제나 환경문제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며,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둑높이기 정부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재해대비 마을경보 방송망 설치사업은 원전재난영화 ‘판도라’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재난방송보다 주민들 안전에 필요한 것은 원전의 신속한 정보공개이며, 중앙재난대책본부의 판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10월 한빛3호기에서 증기발생기 세관파열로 방사능이 외부로 방출된 사건이 있었을 때, 발전소나 규제기관에서는 ‘기준치 이하’라는 판단하에 지역주민들에게 경고방송(야외활동, 음식물 섭치 관련 등)조차 없었다.
한수원이 지역과 상생하고자 한다면,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역주민들의 피폭을 최소화 할 방재대책이 우선일 것이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한수원이 주는 몇 푼의 돈으로 주민들의 안전과 바꿀 수 없음을 명심하여, 원전사고대비 평시훈련이나 실제상황에서 주민들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방재훈련의 중요성을 행정공무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 만일에 사태가 발생할 때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현재로써는 의문이 든다.
끝으로 한수원의 지역상생지원금을 두고 군행정이나 의회에서는 자신들의 실적으로 삼고자 하고 있다. ‘상생’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고창군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소통과 절차적 민주주의가 선행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역상생자금에 대해 군행정이나 의회에서는 다시한번 ‘상생’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꼼수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이라도 군민들과 함께 공청회 등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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