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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비시대 죽림리 고분군과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해피데이고창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20일(금) 21:00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 사무국장)

며칠 전 홀로 고인돌 유적을 둘러보다 갑자기 운곡습지를 돌아보고 싶었다. 그동안 운곡의 동양 최대 고인돌이나 운곡서원 등은 차를 몰고 수차례 방문해 봤지만, 걸어서 제대로 운곡습지를 방문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큰 맘 먹고 고인돌안내소에서 산책로가 그려진 안내서를 가지고 운곡 고인돌까지 돌아 처음으로 운곡습지의 생태환경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해설사 사무실에서 쉬면서 몇 분들과 대화를 하는데 매산에 사셨다는 한 어르신이 갑자기 괭이를 들고, “이곳 가까운 5분 거리에 고려장터가 있는데 함께 가자”라고 한다. 옛 매산마을 뒤의 산길을 따라 숲 속을 헤쳐 얼마를 올라가니, 이 분은 “저기 볼록 튀어 나온 것이 있지요? 그것이 고려장터예요”라 말한다.
 
고려장터는 백제 굴방무덤
어르신을 따라 산 속을 다니면서 볼록 튀어 나온 지형이 있었고, 더 깊은 산 속을 들어가기 석실이 노출된 굴방무덤을 볼 수 있었다. 어르신은 산 속에서 툭 튀어 나온 곳을 고려장이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고려장이 아니라 백제계 굴방무덤(횡혈실 석실분)이었다. 어르신은 이렇게 노출된 무덤 같은 것이 이 산속에 약 20~30기가 있다고 하신다. 그러나 이러한 무덤들은 이미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도굴한 상태로, 지금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거라 한다. 내려오면서 이 어르신에게 굴방무덤의 형태나 모습을 묻고 설명을 듣고, 백제 사비시대의 굴방무덤으로 추정되었다. 매산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와 선배에게도 전화를 해 이것저것을 물으니 확실하게 백제계 굴방무덤이고, 사비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료를 확인해 보니 죽림리 고분군으로 삼국시대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죽림리 고분군
모두 13기의 고분이 확인된 이 고분군은 성틀봉과 화시봉 자락에 펼쳐진 석치동과 매산 마을에서 송암 마을 방향으로 산 중턱을 따라 위치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고분뿐만 아니라 청동기시대의 지석묘도 산재하고 있는데, 이 지석묘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고창천의 흐름 방향과 일치하여 분포되고 있다. 확인된 고분 중 1~7호분은 매산마을 뒤편에 있는데, 축조방법은 등고선과 직교하고 산사면에 평행하게 축조하였으며, 장축방향은 거의 남~북방향이다. 매장시설은 석실분으로 지상에 있어 현재 도굴되어 석실이 드러났거나 석재들이 완전히 유실된 상태이다. 분구형태는 원형, 타원형 등이며 규모는 대체로 직경 8~16m 정도, 높이는 2~3m 내외이다. 8~13호분은 매산 마을에서 50m 정도 떨어져 동일한 능선 상에 위치하고 있다. 고분의 제 현상은 1~7호와 유사하다(고창군).
 
죽림리 고분군은 백제 사비시대 고분
죽림리 고분은 눈으로 겉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세하게 어느 시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비시대의 고분양식은 대체로 직사각형의 돌로 조성된 무덤 내부의 벽에 뚜껑돌을 1매에서 3매 정도를 각기 정교하게 다듬어 조립하여 축조하였고, 무덤의 바닥면은 일정한 크기의 돌을 벽돌처럼 다듬어 정연하게 깔아 완성하였다. 굴방무덤의 입구는 화강암으로 다듬어 입구를 막거나 4~5m의 긴 연도가 있는 구조이다. 직접 들어가 고분의 구조와 형식, 유물 등을 확인해야 축조된 시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나 지인들이 어린 시절 굴방무덤 속에서 놀았던 이야기들을 통해 백제 사비시대의 직사각형의 고분양식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이곳에 최소 20개 이상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창군에서 파악하고 있는 13기와는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죽림리 고분군과 서산산성과 관계를 통해 백제시대 모양부리현의 현 치소 위치를 비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죽림리 고인돌과 고분군 및 대나무 숲의 관광상품화
이 고분군의 발굴조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먼저 고분으로 추정되는 곳 주변의 잡목과 잡풀을 제거하여 잔디로 정비해서 산책로를 개설하고 안내판을 설치하여 유적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노출된 고분은 그대로 두고 주위를 잔디로 정비하여 고분군과 고인돌 군을 연계한 대나무 밭 산책로를 개설해야 한다. 대나무 숲은 계속하여 확장함으로 관리도 힘들고 각종 잡풀로 우거져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군의 흉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를 개설한다면 사계절 내내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명소가 될 것이다. 이렇게 고분과 대나무 숲을 정비하여 산책로가 개설되면 고인돌 유적지에서 걷을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어 관광객이 고창에서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관광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산산성과 고인돌 상석채굴지를 연결하는 산책로를 개설해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전국 최고의 탐방로로 거듭날 것이다.
 

해피데이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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