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 운영개요>
●출범일: 2018년 5월11일 ●활동기간: 4개월(2개월 연장 가능) ●활동목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본 관리계획(2016년 7월) 재검토 전 사전준비 ●활동내용: ① 재검토 목표 ② 재검토위원회 구성방안 ③ 재검토 의제 ④ 의견수렴 방법 논의 ●구성: 갈등관리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 15명(정부추천 4명, 핵발전소 소재지역 추천 5명, 시민·환경단체 추천 3명, 핵산업계 추천 3명) ●향후계획: 11월 중 정부에 정책건의서 제출, 내년 1월 재검토위원회 출범 예정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의 재공론화를 위해 구성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이하 재검토준비단)이 사실상 ‘빈 손’으로 6개월 간의 활동을 마쳤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재공론화 전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는 절차를 만드는게 목표였지만, 다수의 핵심쟁점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결정의 공은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재검토위원회의 출범과 운영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만큼,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에 있어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고창지역과 관련해서도, 영광 한빛원전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약 50년 계획) 설치여부를 결정할 지역단위 공론화범위를 ▲핵발전소 소재지인 영광으로 한정할 것인지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20~30킬로미터)으로 할 것인지 등을 두고 논란을 거듭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준비단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12일(월) 최종회의를 끝으로 활동시한이 종료됐으며, 지난 5월11일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20여 차례 회의를 진행해온 재검토준비단이 마지막 날까지 회의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주요쟁점에 대한 합의도출에는 실패했다. 재검토준비단은 활동종료 후 정책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의 안을 만들어내지 못해 쟁점사안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을 모두 담는 방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건의서는 오는 11월27일 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 최종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그 내용에 기반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한 뒤, 사용후핵연로 관리정책과 임시저장시설 건설여부에 대한 전 국민적 공론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검토준비단은 지난 5월11일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해 출범했다. 사용후핵연료는 핵발전소에서 핵분열(연소)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봉으로, 길게는 100만년을 격리해 보관해야 한다. 이전 정부는 2016년 7월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환경단체 위원이 불참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재검토준비단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 과정을 큰 틀에서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재검토 세부방식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환경단체·원자력계·원전지역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9월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결론을 못내 2개월 연장했고, 이 마저도 11월12일자로 종료됐다. 이날 마지막 회의에서는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재검토)’ 과정에서 다룰 ▲재검토 의제 ▲공론화 순서는 대체적으로 합의했지만, ▲지역단위 공론화 범위(지역범위) ▲재검토위원회 구성방식 등은 논란만 거듭한 채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직전 회의였던 11월7일(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재검토위원화 구성방식 ▲지역범위와 관련해 정회를 거듭하며 소재지역위원(5명)·시민환경단체위원(3명)·핵산업계위원(3명)이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정부위원(4명) 중 당일 불참했던 A위원이 11월12일 회의에서 이견을 개진하면서, 결국 기존 합의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시 합의(안)의 핵심은 ▲지역단위 공론화(핵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확충 여부)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20~30킬로미터) 내 주민과 핵발전소 소재지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하고, 의견 상충 시 ① 핵발전소 소재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안과 ② 재검토위원회에서 의견들을 다 받아서 최종결정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검토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재검토준비단 구성과 동일한 형태(정부 4명, 핵발전소 소재지역 5명, 시민·환경단체 3명, 핵산업계 3명)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견을 개진한 A위원은 “이해당사자가 다수를 차지할 경우 재검토위원회가 언제든지 파행을 초래할 수 있다. 깨지지 않고 끝까지 가려면, 정부위원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앞서 제안된 4(정부): 5(소재지역): 3(시민환경단체): 3(핵산업계)은 동의할 수 없다. 만약 소재지역위원 5명을 넣으려고 한다면, 8(정부): 5(지역): 1(시민사회): 1(핵산업계)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말았다.
재검토위원회 구성방식이 합의에 실패하자, ▲지역범위와 관련해서도 핵산업계 B 위원이 “지역범위는 앞서 재검토위원회 구성 조건과 연동하여 합의한 것이다. 그 합의가 깨졌으니, 지역범위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까지 넓히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토하면서, 이 역시 합의가 무산되고 말았다.
고창지역 주민들의 최대의 관심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여부를 결정할 지역범위와 관련해, ‘▲핵발전소 소재지(영광)에서만 진행할지 ▲방사선비상계획구역(20~30킬로미터)에서 진행할지’ 여부였다. 더불어 향후 재검토위원회 구성 시, 고창지역과 같이 핵발전소 비소재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하지만 마지막 회의에서 고창지역과 연관된 핵심적 사안에 대해 어느 쪽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각 진영의 입장이 각각 개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건의서를 검토해 12월 중 재검토위원회 구성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1월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유도했지만, 팽팽한 사안에 대해선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6개월 간 논의과정을 토대로 최적의 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비 단계에서부터 의견 조율에 실패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 재검토위원회가 구성·운영되든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1월13일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로 공이 넘어간 재검토위원회는, 그동안 오랜 유착관계를 형성해 온 핵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구성되고 운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재검토준비단 단장을 맡았던 은재호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아쉽고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논의과정에서 쟁점들을 명확히 정리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또 “한국 행정사에 있어서 최초로 정부가 권한을 내려놓고, 이해관계자 집단의 합의에 기초해 향후 의사결정 방식을 설계하고자 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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