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이하 기념일)로 황토현전승일(5월11일)이 선정됐다”고 11월9일(금)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기념일 선정을 위해 지난 2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선정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선정위원회는 그동안 4개 지자체가 추천한 지역기념일을 대상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역사성·상징성·지역참여도 등 선정기준에 따라 ‘어떤 기념일이 적합한지’ 심사해왔다고 한다.
4개 지자체가 추천한 기념일 후보는, 고창군 무장기포일 4월25일(음력 3월20일), 부안군 백산대회일 5월1일(음력 3월26일), 정읍시 황토현전승일 5월11일(음력 4월7일), 전주시 전주화약일 6월11일(음력 5월8일)이었다. 선정위원회는 대표위원은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승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이기곤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사장,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구성돼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황토현전승일은 동학농민군과 관군이 황토현 일대에서 최초로 전투를 벌여 동학농민군이 대승을 거둔 날”이라고 한다. 위원회에 따르면, “황토현전승일이 전봉준·손화중·김개남 등 동학농민군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군과 격돌해 최초로 대승한 날로, 이 날을 계기로 농민군의 혁명 열기가 크게 고양되었고, 이후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안병욱 위원장은 “위원들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측면과 기념일로서의 상징적 측면, 그리고 지역의 유적지 보존 실태와 계승을 위한 노력 등을 감안할 때, 황토현전승일이 기념일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번 기념일 선정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애국·애족 정신이 더욱 계승되고 발전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문체부 담당자는 “선정된 기념일은 법령 개정 절차를 통해 행정안전부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창군의회(의장 조규철)는 11월13일(화) “문체부가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을 5월11일 황토현전투일로 결정·발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고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창군의회는 “금번의 선정기준 중 지역참여도 평가는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고, 모든 고창군민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고창군민 모두는 날개 잃은 새와 같은 심정, 백미터 결승선에서 우승을 놓쳐버린 마라토너의 심정, 믿고 의지하던 부모님을 하룻밤만에 잃어버린 것과 같은 애끓는 마음뿐”이라고 고창군민의 심경을 대변했다. 또한 “모든 기념일은 시작과 과정 중 대부분 그 시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3·1운동이나 6·25전쟁, 5·18광주시민혁명 등은 시발점이 기념일이 됨),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문체부의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결정을 제고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고창유족회 등은 11월9일 “문체부의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선정 심사결과 발표에 대해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학교단과 연계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무장포고문’을 발포하고, 고을 단위를 뛰어넘는 전국적인 항쟁을 시작한 ‘무장기포일’이 역사성과 상징성 등에서 뛰어나, 당연히 선정됐어야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름다운 세상을 꿈 꿔온 동학의 후예답게 동학농민혁명의 기본정신에 입각해, 문체부와 선정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기념일 선정을 계기로 그간 지역에 머물던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뿐만 아니라, 세계의 혁명사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선양사업이 더욱 활발해 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기념일 발표 후 문체부에 선정위원회 회의록과 결과보고서(채점표)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본지는 문체부가 주관한 기념일 선정과정과 관련해, ▲지자체 후보일 추천의 불합리성 ▲선정과정의 불투명성 ▲선정위원회의 비민주성 ▲황토현전승일과 그 기념사업의 재고찰 ▲문체부 선정결과의 정치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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