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아산면 소각장 반대 대책위 공동대표)
아산면 소각장 결정의 ‘근본적 잘못’은, 아산지역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진행한 것!
아산면민들의 2년여의 투쟁 끝에 2000년 12월27일, 이호종 고창군수와 강국신 위원장(농어촌폐기물 종합처리시설반대 아산면 대책위)이 매립장 설치를 합의하면서 협약서를 작성하는데, 여기에서 고창군청은 “(아산면에) 소각장 설치는 절대 안 한다”고 합의했다. 즉 고창군청이 소각장을 아산면에 짓지 않기로 한 약속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산면민에게 꼭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원칙이었다. 만일 이를 지킬 수 없다면 고창군청은 먼저 아산면민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고창군청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고창군청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고, 아산지역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원초적 책임이 있다. 게다가 극히 소수의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형식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꾸미는 ‘본질적인 잘못’도 저질렀다는 확신이 든다.
협약 당시, 2002년 12월 매립장이 준공되고, 쓰레기 매립기간은 10년으로 2012년까지였다. 계약된 쓰레기 매립기간이 끝나가자, 고창군청은 쓰레기매립장 협약을 연장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고창·정읍·순창과의 광역소각장 논의가 시작되었다. 소각장 논의는 2012년 7월 주민지원협의체(위원장 강국신)에서 먼저 이루어졌고, 이후 2012년 11월 12일과 2012년 11월 23일, 두 차례 아산면 이장단 회의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의 검토는 모두 광역소각장 유치에 국한된 것이긴 해도, 준행정조직인 이장단이 주민의 건강권 등을 논의하는 단위일 수 없고, 이장단에서의 논의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고창군청이 아산면 이장단에서 두 차례 논의를 했다며 사업추진의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을뿐더러 ‘번지수를 잘못 찾는 얘기’다.
그리고 고창군청은 2019년 2월 아산 주민설명회를 통해, 2012년 12월10일 약 2백여명이 모인 ‘이장단 및 주민공청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참고했을 때, 당시 논의는 고창·정읍·순창의 광역소각장 건설 여부에 대한 것이었고, 참석자 대부분은 ‘광역소각장 건설은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대신 고창 소각장 유치 여부는 ‘아산면 혐오시설반대대책위’(이하 ‘혐오시설대책위’) 및 ‘주민지원협의체’에 위임했다고 한다. 당시 법률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청회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민에게 공지하고, 그 결과는 문서로 환경부 등에게도 보고되었을 것이 분명하여, ‘아산면 소각장 반대대책위(이하 ‘소각장대책위’)’는 고창군청에 관련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런데 고창군은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면서, 갑자기 ‘공청회’가 아닌 ‘설명회’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아산지역 주민들에게 정책을 ‘공청회’도 아닌 단순 설명하는 자리(‘설명회’)에서 ‘어떻게 주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위임할 수 있느냐’는 ‘소각장대책위’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책의 단순 ‘설명회’에서 주민의 권리를 임의단체(혐오시설대책위)나 행정기관이 함께 운영하는 기관(주민지원협의체)에게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후 고창군청은 이에 대한 답을 회피하고, “공사가 많이 진행되었으므로 어쩔 수 없다” “두 명의 군수가 추진한 사업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식의 ‘현실론’을 들고 나왔다. 이처럼 고창군청은 전혀 절차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채로 소각장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2월10일, ‘공청회(?)의 성격과 내용’이 소각장 문제의 핵심!
2013년 1월31일, 고창군청(군수 이강수)과 ‘혐오시설대책위’(위원장 강국신)가 맺은 협약의 정당성 여부는, ‘이장단 및 주민공청회’의 성격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창군청의 설명대로 당시 주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많은 주민이 참여한 공청회가 열려 그 자리에서 위임 결정이 있었다면, 고창군청의 절차적 정당성은 ‘강화’되고, ‘소각장대책위’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와 반대로 ‘소수가 참여한 형식적인 설명회가 있었다’면 고창군청의 위임 근거는 사라지고, 지금까지 ‘거짓 설명’으로 일관한 고창군청의 도덕성은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즉 ‘공청회(?)’ 여부가 소각장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지난 4월19일, 고창군청은 ‘소각장대책위’의 집요한 공개요구에 두 장짜리 <현안사업 주민공청회>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임성남(2012년 3월~2013년 8월) 당시 환경시설사업소장의 전결로 처리된 문서로, 고창군청과 ‘소각장대책위’ 사이의 쟁점인 절차적 정당성을 확인하는데 아주 중요한 자료다. 여기서 고창군청은 “아산면 이장단과 주민대표자 3~5명씩 하여 약 100여명 주민들에게 고창군 현안사업을 설명했다”고 한다. ‘주민공청회’라는 문서의 제목과 달리 세부내용을 살피면, 공청회가 아닌 설명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고창군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청회가 있었다고 했지만, 이 문서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 그동안 200여명이 모였다거나 170여명이 모였다고 해왔는데, 이 문서로 이것 역시 거짓임이 확인되었다.
즉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명회’를 ‘공청회’로 거짓 홍보하고, 참가한 주민 숫자도 늘린 것이다. 정당성을 키우기 위해 고창군청은 그만큼 절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100여명의 주민이 모인 것은 사실일까? 당시 ‘공청회(?)’는 넓은 아산면 복지회관에서 진행되지 않고, 좁은 아산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은 의자가 넓어서 좌석 전체에 사람이 앉아도, 70여명 밖에 앉을 수 없다.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으로 가득찬다면 겨우 1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은 앞자리에만 앉아있고, 뒤에는 사람이 전혀 없어 얼핏 보아도 채 30여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각장대책위’에 당시 참여를 권유받아 참석했다는 고창읍민의 양심 고백도 있고, 이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에 사진 속의 인원이란 대부분 아산면 이장들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 준행정요원인 이장이 주가 된, 아산주민의 숫자에 비해 극히 소수가 모인 자리에서, 단순한 ‘설명회’로 ‘소각장 설치를 누구에게 위임한다’는 것이 어찌 절차적으로 합당한 일인가? 만일 고창군청이 이것을 정당한 절차라고 생각한다면, 고창군청은 지금 억지를 부리며 민주주의에 반하는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소각장대책위’는 고창군청과 ‘혐오시설대책위’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어떤 분은 고창군청이 소각장을 찬성하는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개한 <현안사업 주민공청회>만 있는 게 아니라, 공개하지 않은 서명부도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서명부를 공개하여 당시 ‘공청회(?)’에 몇 명이나 참석했는지, 어떤 분들이 참석했는지 밝히고, 어떻게 서명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012년 12월10일의 공청회 여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다투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고, ‘소각장대책위’가 요구하는 공론화의 근거다. 이에 ‘소각장대책위’는 ‘고창군청’과 ‘혐오시설대책위’에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당일 ‘공청회(?)’는 어떤 자리였는지, 참석자는 누구였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토론하는 공개적인 자리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 절차가 편법으로 이루어졌고, 주민에게 충분하게 공유되지 않았다면 고창군청은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져야만 하고, 주민에게 충분하게 공지하여 이루어진 ‘공청회(?)’라면 ‘소각장대책위’ 역시 이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산면 소각장 문제의 해법은 주민의 수용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 출발점이다. 주민과 공유되지 않고, 밀실에서 소수가 추진한 것이라면 그 계획은 재검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산면장, 환경시설사업소장 등 공무원들이 나서서 소각장을 반대하는 아산지역 주요 마을과 개인들을 개별 방문하며 설득작업 등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런 구시대적 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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