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이하 소각장) 관련, 정토진 부군수가 주관하는 기자간담회가 5월13일 오후 5시 군청 5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기자간담회 후 저녁식사도 예정돼 있었다.
이에 소각장이 건설되고 있는 아산면 주민들과 ‘아산면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회’ 등 10여명이 간담회장을 찾아와 기자간담회를 참관하려고 했다. 그런데 군청측에선 주민들의 참관을 막으며 불허한다고 하고,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자, 군청측은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군청측은 “기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진행을 어렵게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주민들은 5층 회의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기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초대한 주인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결정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지만, 군청측과 다수의 기자들은 주민 참관을 불허하기로 결정하고, 부군수가 주관하는 기자간담회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참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주민들에게 먼저 알리기로 했지만, 문밖에 있는 주민들에겐 알리지 않고 기자간담회를 진행시켰고, (부군수가 기자들에게 인사하는 사이) 문밖에서 듣고 있던 주민들이 다시 문안으로 들어와 “참관 여부를 알리지도 않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자, 기자간담회는 시작된 지 5분도 안 돼, 군청측은 “책상에 있는 서면으로 간담회 내용을 대신한다”며 기자간담회를 종료시켰다. 이후 일부 기자들이 예정돼 있던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기자간담회는 마무리됐다.
본지에서는 “왜 군수가 하지 않고 부군수가 주관하는 것인지, 부군수로서 당사자들보다 기자들과 먼저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소각장과 관련해 협의당사자를 누구로 보는지” 등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부군수가 인사만 한 채 기자간담회는 끝나버렸다.
애초에 군청측에서 ‘주민 참관’에 대해 책임있는 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지, 그 결정을 기자들에게 미루고, 소위 ‘기자 나부랭이’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브리핑’이 없는 고창군에서 ‘기자간담회’는 말이 ‘간담회’지 ‘브리핑’에 가깝다. 언제나 회의·토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군청의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인 것이다.
그래서 본지는 황당했다. 부군수가 하는 얘기를 주민들이 듣고 있으면 안 되나? 유기상 군수는 지난 3월27일 고창일반산업단지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주민들이 옆에서 듣고 있으면 안 되나? 투명성·공공성이 핵심인 ‘지방자치의 교과서’는 허울 좋은 선전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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