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청이 올해부터 군청 신규 공무원(행정직)을 전북도민 즉 전북도에 주소지를 둔 사람 중에서 뽑는다. 이전에는 고창군민 즉 고창에 주소지를 둔 사람 중에서 뽑았다. 올해는 신규 행정직 31명을 뽑는다. 고창군청과는 달리, 전북도청과 전주시청을 제외한 다른 시·군 모두 자기 지역주민 중에서 뽑는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이러한 정책 변화는 고창군민이 아니라 전북도민 중에서 군청 행정직을 뽑겠다는 것이다. 경쟁률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합격점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즉 합격선이 보다 낮은 고창군민보다는 합격선이 보다 높은 전북도민을 뽑겠다는 발상임이 분명하다. 이는 imitacion reloj 고창군민 보다는 합격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기에 두 개의 변수(문제점)가 있다. 하나는 고창군민 중에서 뽑더라도, 공무원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주소지를 편법으로 옮겨서라도 합격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면, 시지역에서 경쟁률이 셀 경우, 군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겨 시험을 보는 식이다. 또다른 하나는 그렇게 주소지를 옮겨 합격한 사람들은 다시 시지역으로 전출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창출신이 고창군청에 합격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고창군민에서 전북도민으로 바꾸면, 군수는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느니, 군청은 인구 늘리기에 일조할 수 있다느니 황당한 소리를 한다. 올해 31명을 뽑는데, 이전 방식에서 주소지를 옮겨 합격한 사람들이 전출하는 경우와, 올해 방식으로 타지역에서 합격한 사람들이 전출하는 경우 중 어느 쪽이 고창에 더 많이 정착할까?
유기상 군수는 6월25일 군정답변에서, 이봉희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주민등록을 옮겨 합격한 사람들은 되자마자 (타지역으로) 나가갈려고 한다. 열어놓고 닫아놨을 때 실질적인 인구증가나 우수자원이 어떻게 오는지, 지금쯤은 한번 평가할 때가 됐다. 금년에 실험적으로 열어서 분석을 해보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봉희 의원이 “(전북지역으로 열면) 아무래도 타지 사람들이 더 많이 시험볼거 아니냐, 고창사람이 소외되기 마련 아니냐”고 묻자, 유기상 군수는 “그렇지 않다. (닫아놨을 때) 시험은 고창으로 봤는데 일정기간 지나면 전부 전출하려고 한다. 별 차이는 없지만, 고창군 자존심이 높아진다”고 답변했다. “자존심이 높아진다”는 것은 고창군에서 고창군민이 아니라 전북도민을 뽑으니 자존심이 높아진다는 것일까?
열든 닫든, 타지역 사람들은 시지역으로 가고 싶어한다. 그것은 고창출신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고창출신 합격자들이 고창에 남을 확률이 높다. 핵심은 행정직만큼은 고창군민을 뽑는게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고창군민을 많이 뽑는 방식은 주소지를 고창으로 한정하는 방식이다. 어쨌든 타지역 사람들은 주소지를 옮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경쟁률이 낮아지고, 고창출신들이 합격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약 그 고창출신들이 시지역으로 전출가겠다 하더라도, 고창부모들 입장에선 자기 자식들이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이다. 고창군수라면 고창출신 청년들의 합격률을 높이는데 방점이 찍혀야 하지 않을까? ‘우수인재·우수자원’ 하는데, 공무원 시험 1~2점 차이로 어떻게 우수함을 알 수 있다는 말일까?
올해 고창군청 행정직 경쟁률은 31명을 뽑는데 352명이 신청해서 경쟁률 11.4대 1로, 전북도·전주시·익산시·군산시(11.6)에 이어 5번째로 높았다. 임용인원이 많은 것에 비해 경쟁률이 높은 셈이다. 작년의 경우 13명을 뽑는데 185명이 접수해 경쟁률은 14.2였지만, 전북도-전주시-남원시-익산시-군산시-정읍시에 이어 7번째였다. 재작년의 경우 9번째였다.
임용방식이 변경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행정직 시험을 준비했던 고창 청년들이었으리라. 올해 31명이라는 최근 가장 많은 인원을 뽑아 기뻤겠지만, 전북으로 풀면서 더 많은 인원이 응시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청년들도 두고 대체 무엇을 실험한다는 것인지, 그 실험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격일 뿐이다.
본지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행정직 임용방식을 변경하면서, (주민·공무원·전문가 등에) 의견수렴한 내용이 있는지, 검토하거나 고려한 바가 있는지”를 물었으나, “우수한 지역인재 모집과 최근 3년간 일반행정직 신규임용자의 연고지 현황 등을 고려해, 거주지 제한 자격요건을 검토했고,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전라북도’ 제한으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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