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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아산면 소각장 ‘공론화’ 결정
일단 공사 멈추고 공론화를 진행한 뒤, 최종 결정방법은 협의 / 대책위…‘아산면’에 소각장 설치 여부는 ‘아산면’민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 군청에서는 주민투표 외에 여론조사·공론조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23일(화) 02:3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상주가 쓰는 두건을 착용한 주민들이 상여를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고창군청으로 향한다. ‘아산면 근조라고 적힌 관이 뒤따르고, 주민들이 곡을 하며 항의한다. “어허야~ 어허야~” 20여 년 동안 쓰레기 매립장을 끌어안고 살았지만, 또다시 쓰레기 소각장까지 강요받는 입장에 놓인 애환을 담아 퍼포먼스를 펼쳤다.

고창군 아산면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아산면민 4차 궐기대회가 715()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아산지역 주민 2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창군청 앞에서 열렸다. 아산면 소각장 반대대책위(공동대표 김선철·이상훈)가 주관한 이번 궐기대회는, 그동안 대책위가 고창군청과 협상한 내용을 설명하고, 참석한 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추인받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후 대책위는 앞으로의 투쟁방향과 결의를 다진 뒤, 고창군청에 대한 항의 행동으로 상여와 관 그리고 만장을 들고 고창군청까지 행진한 뒤, 이어 고창군청 앞에서 짧은 노제와 시가행진으로 마무리했다.

수개월 동안 시위를 이어온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건강악화 등을 우려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민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은 채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한 고창군 행정을 비판하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대책위는 매일 아침 1~2시간씩 적게는 대여섯 명, 많게는 스무명까지 고창군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갔고, 집행부들은 점심시간을 전후해 선운산농협 아산지점 앞 농성을 계속했다. 다른 한편으로 대책위는 고창군청과 대화(협의)를 진행하며, 법률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면담, 고창군 전체 의원 개별 면담, 고창 주재 기자들과의 간담회, 타 지역 소각장 방문 조사, 관련기관인 전북도청과 새만금환경청 항의방문 등을 하루이틀이 멀다하고 진행했다.

고창군청과의 협의에서 대책위는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3개월 간 공론화한 뒤, ‘소각장을 아산면에 설치할지 말지아산면민 찬반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군청에 제안했다. 군청은 협상 초기에는 공론화 기간은 1개월로 하고, 공론화 방안으로 전문가 토론회와 현장 견학등을 제시했으며, 최종 마무리 방안으로 고창군수와 아산면민과의 대화라는 모호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수차례 토론했지만, 이런 입장 차이를 크게 좁힐 수 없었으며, 군청은 소각장이 건설되지 않으면, 고창군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다소각장을 15년만 운영하겠소각장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엄격하게 강화하겠다주민협의체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만약 소각장이 건설되지 못해 고창군이 쓰레기 대란을 겪게 된다면, 기존 아산 매립장을 옹벽 공사 등을 통해 5년에서 7년 정도 연장해주고, 그 기간 동안 군청이 다른 지역에 소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아산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도록 하겠다등의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고창군청과의 대화가 길어지고, ‘아산면민 찬반 주민투표 수용 여부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자, 대책위는 군수·군의장·대책위(공동대표) 3자가 모여 마지막 담판을 하자고 6월말 제안했다. 지난 711() 3자 면담에서 군수의 제안과 군의장의 중재가 있었다. 군수는 공론화를 먼저 시작하자. 공론화 기간 동안 공사는 멈추겠다. 공론화 진행 중에 소각장 건설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대책위의 아산면민 찬반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군청이 받아들인 것도 그렇다고 거부된 것도 아닌 상태, 즉 군수는 아직 (아산면민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수 없으니, 공론화를 진행하면서 그 최종적인 방법을 결론짓자고 제안한 것이다. 군청에서는 주민투표·공론조사·여론조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다음날(712) 집행부 회의를 갖고, “비록 우리의 입장이 바로 수용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공사를 멈추고 공론화를 진행한 뒤 그 최종 마무리를 협의하자고 하니 못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로 의견이 모아졌으며, 이날 4차 궐기대회에서 참석한 주민들로부터 추인을 받았다.

대책위 장기윤 집행위원장은 고창군청의 제안이 우리 마음에 흡족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소각장 건설과정에 일부 문제는 있지만, 추진을 중단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며, 일부 주민들과 귀농인들이 보상을 더 받아내려고 반대하고 있다등의 입장을 보였던 초기의 고창군청 태도와 비교하면, 그나마 이렇게 변화된 것은 우리의 주장이 정당했고, 또 열심히 싸워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이상훈 공동대표는 참석한 주민들을 향해 공론화가 깨지지 않고 잘 될거라는 보장은 없다. 공론화를 하다가 내일이라도 깨질 수 있다. 이러저러한 일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했는데, 뒤로 몰래 하다가 깨질 수도 있고, 어떻게 주민의 뜻을 확인할지 합의가 되지 못해 깨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는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다. 박차고 나올 때 나오더라도, 지금 우리는 군청과 소각장을 지을지 말지를 가지고, 민주적으로 싸우기로 했다. 총만 들지 않았지 대격투를 앞두고 있다. 아산주민을 더 많이 우리 편으로 만들면 소각장을 짓지 않게 되지만, 짓자는 사람이 많으면 무조건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데모도 중요하지만, 변심하지 않고 속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산주민을 한사람이라도 우리 편으로 끌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 아산주민을 우리편으로 만들어 가자고 힘을 모았다.

이와 관련, 소각장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고창군청 형광희 환경시설사업소장은 주민들 소각시설 반대에 대한 의견들도 귀담아듣고, 대화로 풀어나가기 위해서 8차례 실무회담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끝까지 대화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앞으로 어떻게 공론화 과정을 가져갈지 그 구체적인 협의의 과정이 남아 있다. 대책위는 이후 고창군청과 합의한 바에 기초해, 고창군청과 공론화를 실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성사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아산면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수용 절차와 방법의 합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산면 소각장 반대대책위는 소각장 등의 승인기관인 전북도청과 국비보조를 결정한 환경부를 대상으로 한 문제제기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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