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 정읍지청장 부속실 여직원이 거액을 가로챈 사기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3월30일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사기혐의로 현직 검찰청 직원 A씨(8급 실무관, 여, 30대 후반)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은 A씨의 비위가 무겁다고 보고 직위 해제했다.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지인들을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지인 15명에게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53억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이 지난 3월20일 “A씨가 투자금을 받아 편취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내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씨는 ‘법무법인(로펌)에서 부동산 투자를 한다, 여기에 투자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 ‘부장검사 출신이 로펌을 차렸다’ 등의 거짓말로 지인들을 속였다고 한다. 경찰 안팎에서는 ‘25억원을 빌려준 피해자도 있다’, ‘실제 피해 규모는 7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동료 일부도 A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10명에 가까운 정읍지청 직원이 A씨에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빌려 줬고, 금액은 모두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료들에게는 투자가 아닌 다른 용도로 급한 사정을 얘기하면서 ‘며칠만 쓰고 주겠다’며 돈을 빌렸다고 한다. 직원 일부는 가족 몰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돈을 마련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기친 돈 대부분을 주식에 투기했다가 잃어버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검찰에서 약 14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쯤 전주지검에서 정읍지청에 왔다고 한다. A씨는 기록을 만들고 나르는 행정 보조 업무를 수행했다. A씨 남편은 다른 지역 검찰청 소속 현직 검찰 수사관이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모은 사람이 현직 검찰 직원인 데다, 처음에는 A씨가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지급해 ‘설마 검찰 직원이 사기를 치겠느냐’, ‘지역에서 A씨만큼 신분 확실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A씨를 철석같이 믿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A씨가 말한 법무법인이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도 확인해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일부가 뒤늦게 통장을 확인해 보니, 매달 A씨로부터 꼬박꼬박 들어오던 이자가 몇 달째 밀린 사실을 알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피해자 중 한 여성이 지난 3월18일 ‘A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정읍지청에 찾아오기 전까지, 직원 아무도 A씨가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줄 몰랐다고 한다. 이날 A씨는 연차 휴가를 냈다. 정읍지청에서도 이날에야 A씨가 지인과 직장 동료들에게 거액의 돈을 빌린 사실을 확인하고, 대검에 보고했다고 한다. 정읍경찰서 관계자 등에 따르면, “A씨가 소위 ‘돌려막기’를 한 것 같다. 피해자에게 준 이자도 제각각”이라며 “피해자 조사가 끝나는 대로 A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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