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수가 6월8일(월) 사과했다. 군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직원들에게는 없었다.
고창군수(고창군장애인체육회장 겸임)의 늦은 조치로 고통을 당한 것은 직원들이다. 상임부회장도 수차례 군수에게 장애인체육회의 상황을 알렸고, 4월 중순 직원들도 군청에 고통을 전달했지만, 도리어 군청 감사팀은 사무국장 측의 내용을 갖고 장애인체육회를 감사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업무감사는 4월23일부터 사전감사가 있었고, 4월28일~5월8일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며, 6월1일 발표할 때까지 지리하게 이어졌다.
직원들의 인권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직원의 고통을 먼저 해소한 뒤, 나중에 업무감사를 해도 늦지 않았다. 사무국장의 말만 듣고 직원들의 말은 듣지 않은 것이다.
여직원은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 및 적응장애, 불안·근육긴장·두통 등으로 병원에서 약물·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고, 남직원은 지방종이 생겨 5월18일 수술·입원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고통이 안중에 있었던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월3일(수) 군수와 직원들간 면담에서, 군수는 “사무국장이 직원들에게 사과했느냐”고 질문했고, 직원들은 “사과받은 적 없다”고 답변했다. 직원들은 “지금도 사무국장이 무섭고, 강력하게 분리를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군수는 “앞으로 인권감사 잘 받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본지와 여러 언론의 기사가 이어졌다. 그러자 군수는 군민들에게 사과하고, 상임부회장과 사무국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조직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대중의 망각에 기대거나, 빠르게 사과하는 방법이다. 점점 투명해지고 정보유통이 빨라지는 사회에서 후자의 중요성이 커진다. 군수는 처음에는 전자를 택하다가, 언론에서 뉴스가 터지자 빠르게 후자를 택했다.
이것이 매뉴얼처럼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일말의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주체를 명시한 뒤 이에 공감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어 재발방지 대안을 마련하고, 쇄신을 위해 조직의 공익적 비전을 제시한다.
그런데, 고창군수는 피해 주체에게 공감은 하지 않고, 그 뒤로 감사팀은 직원들에게 최악의 잣대를 들이대며 직원들의 밥줄을 농락하고 희생양을 삼고 있다. 이 사태의 원인이 직원들에게 있는 것처럼, 업무감사를 통해 누군가(들)의 악심의 의지가 관철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갑질), 욕설·강요·협박 등의 의혹이 제기된 사무국장의 직무정지나 직원과의 격리조치는 이해할 수 있지만, 상임부회장의 직무정지는 책임자의 위치라는 것 외에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상임부회장이 회장(군수)에게 직원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군수가 듣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놓고 상임부회장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 사무국장은 군수가 특별채용했으니 군수 마음대로 직무정지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상임부회장은 부하도 아닌데 이사회도 열지 않고 군수가 직무정지를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한편, 고창군장애인체육회 회장을 겸임하는 유기상 군수는 6월8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보도된 장애인체육회의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인한 인권문제, 체육단체 감사결과 나타난 문제점들로 군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데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통감하면서 군민들게 머리숙여 사과드리며,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장애인 체육활동을 통한 복지향상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뼈를 깎는 혁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계속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면, 고창군장애인체육회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유 군수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여러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군민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드렸다”며, “갈등의 조기 수습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책임있는 관계자인 상임부회장과 사무국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무공간에서 분리조치 하겠으며, 체육회 등 산하기관의 인권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직 사태의 전말이 완전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관계기관 등에서 구체적 경위와 수사결과가 소상하게 밝혀지는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밝혀질 사태의 진실에 대해 회장으로서 책임있는 조치를 하고 혁신적인 개혁을 완수하여,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고창군장애인체육회를 반듯이 다시 세우겠다”면서 “또, 많은 군민들이 염려하고 계신 장애인체육회의 현안업무와 주요사업 등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군청 체육청소년사업소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재정비, 관리감독 체계 강화 등 근본적인 체육 체질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하는 쇄신을 이루어, 신뢰받는 체육문화를 확립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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