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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칠산바다 뱃노래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10일(금) 10:0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토장 유점동(전 고창전화국장, 고창읍)


엿 한가락 입에 문숙이는 신이 났다. 아빠의 꽃게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예쁜 옷을 사 달랠까, 그림책을 사 달랠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동호항으로 달려간다. 국이도 미아도 이웃집 아줌마들도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만선의 깃발을 단 어선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한 배가 꽃게 상자를 내려 쌓아 놓고 물러나면 다른 배가 선착장을 차지한다. 돈이야 개가 물고 다닐 정도로 흔하다. 어디 꽃게 뿐이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병치는 어떤가. 조기잡이, 쭈꾸미 잡이, 고개미 새우잡이, 조개잡이로 풍요의 바다요, 활기의 항구였다. 아쉽게도 동호항은 어판장 하나 없이 썰렁하다. 마치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 듯이.

고창 해역은 칠산바다에 속한다. 영광백수에서 법성포를 거쳐 구시포, 동호, 위도, 곰소만, 고군산 비안도까지가 칠산바다다. 옛 시절 이 바다는 조기들의 고향이었다. 봄철 산란기에는 전국에서 어선들이 모여들어 배산배해(船山船海)를 이룬다. 얼마나 많이 잡혔으면 사흘 조기잡이에 평생을 먹고 산다고 했을까. 하루에 척당 3만마리를 잡았다고 하니 과장은 아닐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겨울을 난 조기는 서해안을 따라 연평도까지 올라가 산란을 한다. 조기가 칠산바다를 지날 때, 알의 성숙도가 가장 적당하기 때문에 이곳의 조기를 최고로 친다. 그래서 영광굴비가 유명하다.

칠산바다의 중심어장은 위도다. 조기철의 위도파시는 굉장했다. 한식사리에서 곡우사리까지 대략 한 달간 열리는데, 좁은 섬을 배와 사람들이 전부 차지한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상업이 있고 유흥이 있기 마련인바, 위도에도 파시가 되면 일용품과 어구(漁具), 음식점과 술집이 우수죽순처럼 생겨났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판자나 양철 같은 건축재를 사용해 임시 건축물을 지어, 술을 팔고 음식을 제공한다. 립스틱 짙게 바른 작부(酌婦)는 추파를 던지며 몸을 팔고. 색시가 부족한 업주는 깡패를 동원해서 부녀자들을 납치해 와 억지로 손님접대를 시킴으로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신세를 망쳐야 하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졌다는 얘기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옛말이 되어버린 위도에 불행의 해난사고가 발생했었다. 199310월 위도를 떠나 격포항으로 가던 서해훼리호가 돌풍을 만나 전복되어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큰 사고다.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 정원초과에 악천후 속 억지 운항 이었다니 어김없는 인재였다. 늘 그렇듯 대형사고가 터질 때의 정부 대응은 허둥지둥 뒷북치기 일수라,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민중이 뒤를 받쳐주지 않아서일까? 유족들이 얌전해서였을까?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사고치고는, 모든 면에서 다른 해난사고와 대동소이했지 특별하지 않았다. 서해훼리호의 선장과 기관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끝까지 배를 지키며 인명구조에 힘쓰다 희생됐다. 어떤 놈처럼 술 처먹고 저 먼저 도망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상금은 미처 일억이 되지 못했다. 영관급 장교와 병사들이 의사자로 인정 되었을 뿐, 정부나 국회나 국민에게 관심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늘이 퍼렇게 멍 들 정도로, 주먹질하는 자도 물론 없었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지 않았다는 점이 기특하다. 당시에는 정치꾼의 양심에 털은 나지 않았던가 보다.

얼마 전 영광 염산에 놓여진 칠산대교에 가보았다. 대교 준공이 언제인데, 그곳은 이미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아래층에 활어 판매장, 위층에 식당가, 주변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잡화상, 소형트럭을 세워놓고 호객에 여념이 없는 상인들, 가히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가까운 설도에도 활어장이 만들어져 주말이면 주차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왜 변변한 어시장 한곳 만들지 못할까?

지금의 침체는 세월의 무상함 탓일 게다. 아무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니까! 초대 민선군수가 구시포항을 국가어항으로 지정되게 하면서 근사한 일이 벌어지는가 했지만, 개발은 십 몇 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주꾸미 황금어장을 재현한다며 산란시설을 설치한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말로 진취적 기상을 가진, 장래를 가꿀 줄 아는 지도자 하나가 자갈밭을 문전옥답으로 만드는 걸 거다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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