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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쓰레기소각장 공론화의 명백·중대한 한계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1년 03월 02일(화)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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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공을 눈앞에 둔 고창군 생활쓰레기 소각시설.
ⓒ 주간해피데이

준공을 눈앞에 둔 고창군쓰레기소각장(생활폐기물소각시설, 아산면 계산리 쓰레기매립장과 같은 부지)은 소위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실마리를 찾은 경우다. 이에 대해 고창군청은 전국 군단위 지자체 최초 공론화 모범선례를 남겼다며 민선7기의 성과로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 이 성과는 아산면소각장대책위와 아산면민들에게 돌려져야 한다. 자기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 생고생을 한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반대집회 초기부터 공론화를 제안했지만, 고창군청은 이를 주저하다가, 군의회의 중재로 공론화를 수용한 측면도 크다. 그리고 최초 사례도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숙의기반의 주민참여 운영모델을 보면, 2018년 남해군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소각장 공론화의 결과를 존중하며 이의가 없다. 합의와 주민여론조사 등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결과는 최고로 존중돼야 한다. 단지 뒷북이지만, ‘소각장 공론화가 명백·중대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면 이를 비판·기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후 다른 공론화가 진행될 때 참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각장 공론화워크숍+합의제+여론조사라는 희귀한 방식을 채택했다. ‘공론화유형에는 일반적으로 공론조사, 시민배심, 주민공모제, 합의회의, 시나리오 워크숍 등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하나의 유형을 기준으로 소각장 공론화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지는 공론화 대상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숙의과정을 통해, 주민 일반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공론화의 핵심으로 보고, ‘소각장 공론화에 대한 비판을 수행한다.

 

공론화위원회의 역할

일반적으로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은 공론화의 유형, 숙의방법, 주민의사결정방법을 결정(설계)하는 것이다. 어떠한 방법이 주민의 의사를 더 잘 확인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다.

그런데 고창군 소각장의 경우는 군청·주민대표·전문가 등 10명으로 공론화협의회를 구성한 뒤, 숙의방법·의사결정방법에 대한 논의는 소홀히한 채, 아예 공론화협의회에서 숙의과정(워크숍)을 진행해버렸다. 내용에 시급한 나머지, 절차적 중대성을 간과한 것이다.

공론화에서는, 주민의사결정방법을 정하고, 그 해당주민을 당사자로 하여 숙의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의사결정과 숙의의 주체가 일치해야 한다. 소각장 공론화협의회에서 최종의사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론화협의회에서 숙의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부차적 사안이다. 그런데 공론화협의회에서 숙의과정이 온전히 진행되자, 공론화협의회가 최종의사결정기구처럼 되버렸다.

공론화는 숙의과정이 핵심이며, 실제로도 숙의가 있는 곳에 힘이 모인다. 공론화협의회에서 숙의가 행해지고, 공론화협의회로 힘이 모이자, 당연하게도 주민의사결정과정은 부차적 사안이 되버렸고, 실제로 숙의과정이 미흡한 표본여론조사로 끝이 났다.

공론화의 절차는 간단하다. 찬반 주민의사결정방법이 정해지면, 그 주민들을 상대로 숙의과정이 진행된 후 그 주민들이 의사를 결정한다. 찬반이 결정되면, 그 결정에 따라 후속대책을 세운다. 숙의과정을 거친 주민의사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공론화의 핵심이다.

 

행정은 선수가 아니다

소각장 공론화의 경우 실질적으로 공론화협의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처럼 되버렸다. 본지가 보기에,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론화협의회는 아산면 소각장 반대 2, 찬성 1, 군청 1, 중립(또는 유보) 3명으로 구성돼 있다(10명 중 3명은 외부전문가로 의사결정권이 없었고, 7명만 의사결정권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발제는 주민들이 하고, 찬성발제는 군청에서 했다. 군청이 발제도 하고 의사결정권이 있으니 선수로 뛴 셈이다. 군청은 안팎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으며, 무대에서 선수로까지 뛴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군청 뜻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행정은 무대에서만큼은 선수로 뛸 수 없다. 찬반은 주민에게 있는 것이며, 행정은 중립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론화의 투명성

공론화란 말 자체에 이미 공개성·투명성이 함의되어 있다. 여러 유형의 공론화가 있지만, 모든 유형이 주민 전체에 대한 숙의를 지향한다. 과거 이상적인 공론화란 모든 과정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유튜브가 있으니, 언제든지 이상적인 공론화가 실현될 기반이 마련돼 있다.

공론화를 비밀로 한다는 것은 상호모순이며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각장 공론화의 경우, 공론화협의회 운영세칙에 회의는 합의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까지 했다. 비디오 촬영은 할 수 없었다. 실제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기도 했다. 운영세칙에 회의록의 주요 내용을 군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할 수 있다고 하면서, 회의록 공개는 군청 홈페이지에 제때 공개하지 않았고, 뒤늦게 이뤄지거나, 마지막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고창군은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은 기존 매립시설 포화와 환경부의 쓰레기매립 제로화 정책에 따라 153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공정율 99%로 시운전 중라고 29일 밝힌 바 있다. 소각시설은 2015년부터 행정절차 이행 후 20191월 착공했지만, 주변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1년여 간의 진통 끝에 공론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갔다.

지난해 6월 공론화 합의 및 주민여론조사 발표 후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지역지원 조례 개정 소각시설의 대기오염 방지시설 보완 매립장 정비사업 주민설명회 개최 주민감시요원 복무규정 제정 등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현재 주민지원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소각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추가 지원사업(2억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고창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인력(14)을 채용해 기술교육과 시운전을 실시하고, 타 지자체 소각시설 견학 등 근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군청 형광희 환경시설사업소장은 소각시설이 완료되면,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폐기물 처리와 투명한 관리로 환경과 건강을 염려하는 군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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