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3·1절을 앞두고 친일파 4인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토지 등 11필지(2만6천평)에 대한 환수절차에 나선 가운데, 전북지역의 경우 지자체에서 앞장서 지역 내 친일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12월 전북도가 의뢰하고 전북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전라북도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친일파는 118명이며 친일 잔재는 13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전북도에 친일청산티에프가 꾸려졌고 이는 그 결과물이다.
전북대 산학협력단은 ‘친일파’는 부일협력자와 친일행위자를 통칭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그 안에 가치중립을 넘어서는 역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역사청산의 관점에서 본다면 ‘친일파’라는 용어보다는 ‘반민족행위자’ 또는 ‘민족반역자’로 규정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규정함에 있어, 대통령직속기관인 일제강점하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전국 대학교수 1만여명의 지지선언으로 촉발된 ‘친일인명사전’의 규정을 따랐다.
일제강점하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된 친일반민족행위 즉 ▲국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는 부대를 공격하거나 명령한 행위 ▲을사조약·한일합병조약 등 국권을 침해한 조약을 체결 또는 조인하거나 이를 모의한 행위 ▲일본제국의회의 귀족원의원 또는 중의원으로 활동한 행위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소위 이상의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 ▲일본군을 위안할 목적으로 주도적으로 부녀자를 강제동원한 행위 ▲일본제국주의와 일본인에 의한 민족문화의 파괴·말살과 문화유산의 훼손·반출에 적극 협력한 행위 등을 저지른 자”로 규정했다.
친일인명사전은 ‘을사늑약’ 전후부터 해방 때까지 일제의 국권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물리적·정신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 민족반역자와 부일협력자 상층부, 죄적이 현저한 친일행위자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전북 출생(또는 출신) 친일파를 총 118명으로 확정했다. 정읍의 친일반민족행위자는 △김병직(군수) △김정기(군수) △박흥규(중추원 참의) △은성의(경찰) △은성학(경부) △은치황(군수) 등 6명이고, 고창의 친일반민족행위자는 △김성수(보성전문학교 교장·동아일보 사장) △김연수(중추원 참의·국민총력조선연맹 후생부장) △서정주(시인) △신용욱(조선항공공업주식회사 사장·비행사) 천장욱(중추원 참의·군수) △홍종철(중추원 참의) 6명이다.
또한 일본제국주의의 한국 침탈과 식민지배 과정에서 남겨놓은 일제의 식민통치와 관련된 모든 유산을 가리키는 ‘식민지유제’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를 ‘식민잔재’라는 용어가 지닌 식민지 시기에 생성된 모든 유산을 부정적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을 극복하는 동시에,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용어가 가진 가치중립성 아래 숨겨진 식민지배의 긍정·옹호 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개념으로 보았다.
이와는 별개로 ‘친일잔재’란 개념을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유무형의 유산, 일본제국주의에 부역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생성하거나, 그들을 옹호하기 위해 생성된 유산으로 정의하면서, 이의 처리 기준 및 방안을 제시했다.
전북도에 있는 ‘친일잔재’는 모두 131건으로, 고창에 16건, 정읍에는 4건을 선정했다.
고창의 친일잔재로는 △미당시문학관 △수당 김연수 송덕비 △미당 서정주 생가 △인촌 김성수, 수당 김연수 생가 △홍해농장 일꾼숙소 △홍해농장 일본인 가옥터 및 돌계단 △(구) 고창고등보통학교 강당 △인촌 김성수 동상 △미당 서정주 시비 - 동백꽃, 선운사 노래비 △미당 서정주 시비 - 국화옆에서 외 △미당 서정주 묘소 △삼양사 염전(고전리 염전창고) △조양식당(조양관) △신용욱 기념비 △삼양사 해리농장사무소(삼양염업사 해리지점) △고창 일제시대 군사시설을 꼽았다.
정읍의 친일잔재로는 △정읍 신태인 구도정공장 창고 △정읍 화호리 마을 △정읍 황토현 전봉준 장군 동상 △정읍 충열사 이순신 영정을 꼽았다.
이러한 친일잔재의 경우 청산대상으로 선정해 처리함이 기본이며, 청산대상으로 선정된 잔재 가운데 대체가 필요한 경우, 다른 작품으로 대체한 이후 기존의 위치에서 전시관 및 교육관으로 옮겨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대체할 필요가 없는 경우는 전시관 및 교육관으로 이전하여 전시하며, 전라북도의 친일과 독립운동을 한곳에서 전시·교육·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산이 어려운 경우는, 단죄비 혹은 안내문 등을 설치해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해당 잔재가 공공의 소유물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의 소유물인 경우 △개인이나 단체가 사적으로 설치한 경우 △친일반민족행위와의 연계성보다는 유적에 가까울 경우는 해당 잔재와 관련된 인물의 친일행적이 적힌 단죄비 혹은 친일잔재로서의 성격을 보여주는 안내문 설치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산대상 친일잔재로는 △정읍 황토현 전봉준 장군 동상과 △충열사 이순신 영정, ▲이전활용 대상 친일잔재로는 △고창 수당 김연수 송덕비 △고창 새마을공원 내 김성수 동상 △고창 신용욱 기념비, ▲단죄비 설치 대상 친일잔재로는 △고창 미당시문학관 △고창 미당 서정주 시비 △고창 서정주 묘소를 꼽았다. 특히 미당시문학관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안내문 설치 대상 친일잔재로는 △고창 미당 서정주 생가 △고창 인촌 김성수와 수당 김연수의 생가를 꼽았다.
한편 정읍시는 친일조각가 김경승의 작품으로 전두환 군부정권에 의해 세워진 덕천면 황토현전적지 전봉준 장군 동상을 철거하고 올해 새로운 기념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고창군은 미당 서정주의 호를 딴 고창군 부안면의 도로명 ‘미당길’의 개명을 앞두고 있다. 미당의 고향인 부안면 진마마을 주민 등 도로명 주소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미당길’ 개명에 찬성해, 앞으로 도로명주소위원회를 열고 ‘미당길’ 변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전수조사한 지역 내 친일잔재 현황결과를 바탕으로 도내 각 시·군과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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