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3월16일 정읍시의회 본회의에서 ‘김중희 의원 징계의 건’을 재적의원 17명 중 참석 14명 찬성 9명 기권 5명으로, 가결정족수 12명에 모자라 부결됐다. | ⓒ 주간해피데이 | |
| | | ↑↑ 정읍단체연대 회원들이 지난 3월2일부터 정읍시의회 앞에서 동료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시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제공. | ⓒ 주간해피데이 | |
| | | ↑↑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정읍시의회를 “가·피해자 공간분리, 진상조사 등 기본 대응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징계의결도 늦어지고 있다”며 전북여성인권 걸림돌로 선정했다. | ⓒ 주간해피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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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의회가 동료 여성 의원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중희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재적 17명, 참석 14명, 찬성 9명, 기권 5명으로 가결정족수 12명에 미치지 못했다. 정읍지역 시민단체들은 ‘제식구 감싸기’라며, 그간 정읍시의회의 행태를 국가인권회에 제소하고, 찬성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 낙천·낙선운동에 돌입하기로 했으며, 3월17일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민중행동, 정읍녹색당은 각각 정읍시의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읍시의회는 3월16일 본회의를 열고, 전체 시의원 17명 중 14명이 참여한 가운데 윤리특위에서 올라온 김중희 의원 제명안을 심사했다. 김중희 의원은 지방자치법(제79조)에 따라 자격심사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변명은 할 수 있으나 의결에는 참가할 수 없고, 최낙삼·박일 의원은 불출석했다.
피해 여성 의원의 투표 참여 여부도 논란이 됐다. 피해 의원의 투표 참여 의견을 묻는 의원간담회가 본회의 전에 비공개로 열렸다. 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16개 연대체, 상임대표 이갑상, 이하 정읍단체연대)는 3월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 의원이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읍시의회는 피해의원의 의결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 11월27일 ‘목포시의회 동료의원 성희롱 의혹 제명 취소’ 항소심에서, “피해의원은 제명안건에 대한 직접 이해관계자인 만큼 제척대상에 해당돼 제명의결에 관여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면서, 피해의원의 찬성표가 무효가 돼 제명이 취소된 바 있다. 정읍시의회의 경우는 피해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이 제명안에 대한 심사는 기자단과 방청객 모두가 본회의장 밖으로 퇴장한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의원들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투표 방식과 실명 공개 여부를 두고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논의를 이어갔다. 심사과정은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기명으로 투표하고 그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14명의 참석의원 중 조상중·김은주·기시재·정상철·정상섭·이복형·김재오·이익규·김승범 9명이 찬성하고, 이남희·이도형·황혜숙·고경윤·이상길 의원은 기권했다. 의원의 제명은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가결정족수 12명에 3표가 모자라 ‘김중희 의원 제명안’은 부결됐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다. 지난 3월8일 정읍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 이익규·정상섭·이상길·고경윤·황혜숙·정상철·기시재·김재오)에서, △제명으로 할 것인지 △출석정지로 할 것인지를 두고 1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제명 5명 출석정지 3명으로 제명처리 안이 결정됐다. 제명 결정을 위한 투표에는 1명이 불참한 가운데, 찬성 5표 기권 2표로 제명안이 의결돼 본회에 상정된 것이다. 이를 보면 윤리특위에서도 3명이 제명을 반대하고 있고, 김중희 의원까지 합하면 4명이다. 이에 본회의에 불출석한 박일·최낙삼 의원을 합하면 6명으로 이미 부결정족수를 만족한다.
이날 임시회를 참관한 정읍단체연대 회원들은 “해도 너무한다. 확실한 강제추행 근거로 인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의원에 대해 같은 의원들이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제명안을 부결한 것은 시민들의 자존심과 위상에 먹칠을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찬성표를 던진 한 의원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정읍시의회의 자존심이 무너진 수치스런 날”이라며, “오늘같은 날은 의원 배지를 던져버리고 싶다”고 찹찹한 심경을 밝혔다.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은 이날 황급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정읍단체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는 비상식적인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할 뿐”이라며, “정읍시의회는 성범죄자가 내년 6월까지 의원 임기를 채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에 대해 시민들의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기권과 불출석으로 사실상 제명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의원 중 대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이라는 데 대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여당으로서 도무지 수치를 모르는 행태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정읍시의회가 성범죄 사건 발생, 고소와 재판, 징계 과정 전반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일반 사기업의 성범죄 대응 매뉴얼보다 못한 후속대응에 대해 그동안 보류하고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논의해 추악한 행태를 보인 의원들에 대해 향후 낙천·낙선운동 등 시민들이 직접 심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중희 의원(피고인)은 동료 의원(피해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2월16일 1심에서 일부 무죄와 함께 직위상실형에 해당되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시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은 강제추행 및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중희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김 의원은 그날 바로 항소심을 청구했다.
유죄부분만 살펴보면, 김 의원은 2019년 10월4일 식당 계산대 부근에서 김 의원의 생일을 기념하는 식사를 마친 후, 피해자가 김 의원에게 생일케이크를 건네려 하자, 갑자기 양팔을 벌려 피해자를 껴안으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생일케이크로 피고인의 몸을 밀어내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강제추행미수 혐의). 김 의원은 같은 일시·장소에서 식사비용을 계산하고 자리를 정리한 후 식당 밖으로 나와 피해자 및 다른 일행들과 대리기사를 호출하고 대기하던 중, 21시25분겨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의 양손을 잡고 피고인의 몸을 향해 끌어당겨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강제추행 혐의).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강제추행 미수와 관련해 유형력의 행사가 강제추행에 이를 정도가 아니어서 강제추행이 아니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식당 밖에서의) 강제추행은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 미수의 경우,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기습추행의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면서 “시시티비 영상을 보면,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피고인에게 건네주려고 하자, 피고인이 갑자기 두 팔을 벌려 피해자를 안으려 하고, 피해자가 뒷걸음질치며 이를 피한다. 피고인은 재차 쫓아와 다시 안으려고 하자 피해자는 이를 피하였고, 피고인이 되돌아가자 한숨을 쉬며 계산을 하던 A씨 옆으로 간다. 행위 자체가 기습추행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 스스로도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남을 포옹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동료 시의회 의원이고, 당선되고 알게 된 사이이다. 같은 상임위원회 소속이고 연배도 비슷해 친하게 지내기도 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와 평소에 스스럼없이 포옹을 하던 사이도 아니다. 피해자가 피하는 태도나 얼굴 표정을 봐도 피고인의 포옹을 기꺼워하지도 않는다. 당사자들의 관계·상황, 피해자의 태도 등에 비춰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강제추행의 경우, “피해자는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며 식당 앞에서 갑자기 손을 잡고 끌어당겨 놀라서 ‘악’하고 소리를 질렀고, 그 자리에 있던 B씨가 ‘누나한테 그렇게 거칠게 하면 되냐, 부드럽게 해야지’라고 말을 했다, 식당 정육점으로 피했고 식당 주인이 문을 잠그어 주었다’고 진술한다. 그 자리에 있던 B씨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피해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 피고인에게 ‘누나에게 왜 그러냐’고 했다고 진술한다. 식당 주인 역시 식당 카운터 앞에서 한 번 피고인의 행동을 봤고, 식당 출입문 안 쪽에서 어두워서 자세히는 못 보았지만 피고인이 식당 안에서처럼 피해자를 쫓아가고 시끄러워 보기 싫어서 정육점으로 들어와 버렸는데, 피해자가 험한 소리를 하며 정육점으로 들어와서 문을 잠갔다, 피해자와 얘기를 하다 피해자가 갔다고 진술한다. 식당 주인의 형님도 동생을 보기 위해 식당에 와서 정육점에 앉아 있었고, 피해자가 식당 주인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다. 피해자와 함께 식사를 했던 A씨도 식당 주인과 친분이 있는데, 식당 주인이 문을 잠그고 피해자와 있어 ‘손님이 있는데 문을 잠그냐, 제수씨께 일러야겠다’고 농담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피해자·관련자들 모두 피해자가 식당 밖에서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해 정육점으로 피하게 되었다고 일치하여 진술한다. 식당 주인이나 그 형님이 피해자와 함께 식사를 한 A씨와 친분이 있다고 하지만, 이들은 시의회 의원들이 식당에 자주 오고, 피고인이 시의회 의원이라 좁은 지역사회에서 진술하기를 더 꺼려하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과정에서도 ‘본인이 단정하기 어렵다’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술하는 등 친분만으로 허위진술을 할 이유도 없고 진술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믿을 수 있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량을 정함에 있어 “시시티비 영상이 있는 것조차, 피고인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하 허그’라거나 장난이라고 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 피고인은 증언을 앞 둔 증인에게 전화를 하여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말한 취지는 뭐냐고 확인을 하며 이를 녹음하여 녹취록을 제출학, 동료 시의회 의원들과 직원들에게 각종 진술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하였다.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넘어서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해 좁은 지역사회에서 증언을 하는 증인들은 상당히 압박감을 느끼고, 본인이 증언한 것이 알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거나, 본인이 증언한 내용을 열람·등사하지 말게 해 달라는 등 고통을 호소하였다. 피고인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신문기자나 증언을 한 동료 의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는 고소 이후 의정활동이 더 어려워졌고 추가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범행 후 정황이 매우 좋지 않다. 다만, 추행의 정도가 중하지는 않다. 피고인은 벌금형 2회 이외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수강명령을 조건으로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북여성인권의 디딤돌과 걸림돌을 발표했는데 정읍시의회가 걸림돌로 선정됐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정읍시의회에 대해 “가·피해자 공간분리, 성범죄 예방교육, 진상조사 및 징계라는 기본적인 성범죄 후속 대응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걸림돌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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