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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공장 반대는 소수? 아니올시다!~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하다면 편안하게 잠잘 권리 없다
[연재] 고길섶의 고창살이 ― 군수님은 안녕하십니까? (1)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1년 04월 20일(화)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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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섶(문화비평가, 고창 부안면)

중남미 카리브해에는 길다랗고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쿠바입니다. 16세기 이래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쿠바는 19세기 후반에 독립전쟁을 치룹니다. 이 시기에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쿠바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호세 마르티(1853~1895)입니다. 시인이자 사상가이며 혁명가로 투쟁하였습니다. “억압받고 있는 국가에서 시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혁명전사가 되는 것 뿐이다”라고 했던 그의 삶과 문학 전체가 제국주의에 맞섰습니다. 

구시대적으로 고리타분한 화두를 꺼내느냐고요? 정말 그럴까요? 라틴아메리카의 대표 지성이자 비판적 사유를 실천한 선구적 삶으로 이뤄진 그의 모든 작품과 기록은, 200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마르티는 동일한 식민지 시대에 산 고창의,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기도 하는 모 시인하고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민초들의 해방된 삶과 감성을 노래한 위대한 시인이었습니다. 나는 오늘 마르티가 남긴 그 어느 말보다도 가장 울림있게 감동을 주는 ‘어록’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의 말이 그렇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잘 권리가 없다.”

어떻습니까? 울림이 있으십니까? 사무치게 뼈 때리는 명언이라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마르티야말로 진정한 언어의 마술사가 아닙니까?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단 한 명의 열외자도 없이 모두가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전체주의의 가장무도회일 겁니다. 그럼에도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잘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소외받고 배제당하는 가난한 소수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지도자는 혹은 군의 수장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티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 땅 위의 가난한 사람들과 내 행운을 나누고 싶습니다. 산 속의 냇물이 바다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군요.”


악취는 인정?

또다시 고창이 겁나게 시끄럽습니다. 고수 일반산업단지에 동우팜투테이블을 입주시켜 닭공장을 가동시키겠다고 하니 지역주민들이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닭도축장이다’ 하니, 고창군과 해당업체는 ‘아니다’ 하며 유치하게 말장난을 하는 모양인데 말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닭도축장이 아니다 하더라도 닭을 도축시키는 공정이 포함된 것은 맞지 않습니까? 그것도 부안군 참프레보다 도축 수량이 훨씬 더 많은 하루 77만마리나 된다면서요? 군수님 대답해 주세요. 닭을 도축시키는 공정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 하루에 닭을 77만마리나 처치한다는 게 맞는지요? 고창읍내의 하나로마트에 가면 한 코너에서 어묵도 팔고 떡볶이도 팝니다. 그렇다고 하나로마트를 ‘분식집’이라고 하지는 않지요, ‘마트’라고 하잖습니까.

하긴 그렇습니다, 닭도축장이 아니라 차라리 ‘닭샤워장’이라 하면 어떻습니까? 설령 닭샤워장이라 할지라도 지독하게 악취가 나는 것은 사실 아닙니끼? 악취가 지독하게 난다는 것은 군수님이 지휘하는 고창군이나 해당업체도 인정하는 거 아닙니까? 군에서 발간하는 <고창소식> 3월호는 동우팜투테이블의 홍위병이 되어 ‘악취 해결법’을 제시한답시고, 최첨단 악취 저감시설을 도입한다는 둥, 생계차 야간운행을 한다는 둥, 공장시설은 밀폐를 한다는 둥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이는 ‘닭샤워장’에서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점을 군에서도 부정하지 않음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거 아닙니까?

지역민들의 반발은 너무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입니다. 닭공장이 가동되면 아마도 고수면민들은 물론 고창읍이나 심원면 등지를 비롯해 고창군민들이 악취와 오폐수로 시달릴 겁니다. 이를 주민들이 멀리 내다보고, 군수님이나 해당업체가 ‘오해와 진실’로 포장한 ‘팩트체크’를 비웃는 것은, 오랫동안 관치에 부딪치면서 속고 또 속아온 경험과 통찰에 따른 삶의 지혜이자 민심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부안군 참프레의 악취 사례

당장 옆동네 부안군에 있는 닭공장 참프레(동우팜 자회사)에 대한 부안군 의원들의 의회 발언을 보겠습니다. 10년 전께 부안에 참프레가 들어설 때 “20여억원을 추가 투자하여 신공법으로 하면 악취 걱정 없다던 말”에도 불구하고, 악취는 진동한다는 오모 의원의 발언(2013), “군 과장님 말을 못 믿겠다. 작년 이맘 때도 1년 안에 참프레 냄새 완전히 없애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하는 박모 의원의 발언(2015), “(악취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하고자 하나, 전혀 악취가 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고 솔직히 토로하는 부안군수(2014). 참프레 대표이사는 2018년 악취를 제거했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허용기준의 10배를 넘어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2018년 4월 부안군 의장은 제7대 군의회(2014.7~2018.6)의 최대 관심사는 참프레 악취문제 해결건이었음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부안군의 닭공장 참프레의 악취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악취 문제 없다는 동우팜이나 고창군의 말을 지역주민들이 순순히 믿는다고 생각하세요?


군민 갈라치기 하세요?

애시당초 일의 시작부터 잘못되었고 그 처리과정도 잘못되고 있습니다. 군수님의 닭공장 일방 유치결정과 밀어붙이기는 치명적인 분노와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닭공장은 혐오시설입니다. 혐오시설을 유치하면서 지역민의 의사는 묻지 않고 군수님이 일방적으로 계약한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따지기 이전에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자기결정권을 얕보며 군민들의 자존감을 짓밟는, 욕먹을 행위입니다. 지역민들의 반대 목소리에도 반대여론을 소수로 몰아붙이면서 공무원들을 총동원하는 행태는 또한 군수님이 내세운 ‘평이근민’(平易近民, 편안한 행정으로 군민과 더욱 가까워짐)과도 적대적이지 않습니까? 몇몇 단체들의 유치 찬성문 발표 따위로 관변화하거나 군민 갈라치기/편가르기를 노골화하는 것은 어찌 보아야 합니까?

일은 군수님이 저질러놓고, 군민을 찬반의 형태로 갈라치기하는 프레임 짜기가 묘안이라고 생각하십니끼? 1인시위하는 주민에게 군 공무원이 군 공모사업 안 할거냐며 블랙리스트 짓거리를 하는가 하면, 동우팜 관계자는 기세등등하게 고수산단비상대책위에 나타나 협박질을 했다 합니다. 닭공장 반대 현수막은 순식간에 떼어내 버립니다. 공공게시대 부착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주민들의 입과 눈과 귀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봉쇄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합니?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군수님은 정책반대 주민들을 잡아 가두지나 않을지 괜한 우려마저 듭니다. 


닭공장 반대는 민심

민심입니다. 닭공장 반대는 소수가 아니라 민심입니다. 지난 군수권력의 ‘갑질’에 반발하는 민심을 얻어 군수자리에 올라선 군수님, 군수님이 보여주는 닭공장 밀어붙이기 행태는 민심을 헤아리지 않는 갑질공세 아닙니까? 이제 군민은 군수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 판단을 하기보다, 행정을 권력화하여 총동원하는 ‘민심 유린의 윤리성’에 대해 판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기업유치와 지역발전의 미명으로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기보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우선시하는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기를 원합니다. 기업유치도 가려서 해야 합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굳이 앞세우지 않더라도, 군민의 건강과 생존권을 존중하고, 쾌적한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 갈 권리를 빼앗지 않는 군수를 원합니다. 감언이설을 경계하고 타산지석을 소중히 여기며, 군민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할 줄 아는 덕망있는 군수를 원합니다. 

민심은 권력자의 홍위병과 다릅니다. 바람부는대로 쑥덕공론하며 움직이는 게 민심입니다. 단 한 사람의 말이라도 그게 옳다면 그게 민심입니다. 그 민심이 편안하지 못한데 군수님은 편히 주무십니까? 민심을 이기는 지도자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민심은 누구의 편도 아니며 오로지 민심 자신의 편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여쭙니다.

군수님! 영혼은 안녕하십니까?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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