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간해피데이 | |
|
|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확정됐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자연유산이 등재된 건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만이다. 전 세계 수많은 갯벌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어떻게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던 걸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26일 저녁 중국 남동부 푸저우시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7월27일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이제 우리나라는 열다섯 곳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자연유산으로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이후 두 번째”라고 설명하면서,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 등재를 결정하면서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라는 가치를 인정했다.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보존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갯벌을 생활 터전으로 지켜온 지역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에 감사드린다”며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갯벌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사회 발전, 더 나아가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는 소중한 세계유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한국의 갯벌’은 △고창갯벌(전북 고창) △서천갯벌(충남 서천)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충남 및 전라도 지역의 갯벌 총 4개로 구성됐다.
한국 서해안의 갯벌은 산호·성게·조개 등 저서동물과 함초 등 염생식물 등 높은 생물종 다양성을 보일 뿐 아니라,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의 터전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도혜선 국재철새보호기구 담당관은 “이 지역은 뉴질랜드·호주부터 러시아 알레시카까지 이동하는 동아시아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서 유일한 휴식처”라며 중요성을 설명했다. 새들은 이곳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먼 거리를 날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한다. 매년 300종의 약 100만 마리의 새들이 갯벌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화재청은 2018년 1월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세계유산센터의 검토 의견에 따라 2019년 1월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국제자연보존연맹이 현장 실사와 검토 끝에 지난 5월 ‘유산 구역과 완충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 의견을 내면서 등재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신안 갯벌 외에는 갯벌의 범위가 넓지 않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지역과 완충구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국 만장일치로 등재를 결정했다. 키르기즈스탄을 비롯한 13개국이 등재를 위한 의결안을 공동 제출했고, 호주·사우디아라비아·중국 등이 지지연설에 나서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인 점을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반려’ 평가 후, 자문기구가 확대를 권고한 갯벌 소재 지자체를 방문하고, 합동 설명회를 개최해 세계유산 등재의 중요성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각 지자체와 해양수산부의 협조를 얻어 ‘세계유산 구역의 확대 계획’을 각 위원국에 설명하면서 두 달 만에 ‘등재’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관련 기관의 긴밀한 협조로, 위원국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전략이 이뤄낸 쾌거”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2025년까지 인천·강화 등 유산구역 확대해야…주민동의 관건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하고 ▲추가로 등재될 지역을 포함해 연속 유산의 구성요소 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할 것 등을 권고했다. 자문기구가 말하는 핵심지역으로 인천 강화·영종·송도, 경기 화성, 충남 아산만 등 서북부 갯벌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강화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와 조업활동 등에 따른 제약 우려로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경오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사무국장은 “서북부 지역 갯벌은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30% 정도로, 도요새 등 멸종위기종이 주로 서식하는 중요 지역이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남쪽 지역이 먼저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니, 등재에 따른 규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추가로 북부 지역까지 등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갯벌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인해 지금 보다 추가되는 규제는 없다. 이들 갯벌은 이미 국내 습지보전법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습지보호법은 내륙과 연안의 습지를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영종·송도·강화갯벌은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지구 지정과 행위제한 등의 추가 규제가 없다”며 “오히려 세계유산 보존과 관리를 위한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창갯벌, 펄갯벌·혼합갯벌·모래갯벌로 변하는 희귀 갯벌…쉐니어가 형성돼 지형·지질학적 중요
고창군에서는 부안면, 해리면, 심원면의 갯벌이 등재된다. ‘고창갯벌’은 계절과 퇴적 양상에 따라 펄갯벌·혼합갯벌·모래갯벌로 변하는 희귀 갯벌로써, 쉐니어(Chenier, 해안을 따라 모래 혹은 조개껍질 등이 쌓여 만들어진 언덕)가 형성된 지형·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갯벌이다.
그간 고창군은 ‘고창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노력해 왔다. 특히 2019년 10월 고창을 찾았던 세계자연보전연맹 실사단은 아동생태지질체험 학습(지오드림) 등을 포함한 갯벌 보존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노력에 관심을 보이며 이번 자연유산 등재 전망을 밝혔다.
고창군은 고창갯벌이 포함된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자연유산(고창 갯벌), 문화유산(고창 지석묘), 인류무형문화유산(농악·판소리)을 비롯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고창군 전역)까지 모두 보유한 진정한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로 인정받게 됐다.
이에 따라 고창군은 갯벌·관광·자연보전을 연계한 ‘한국 갯벌 활용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세계유산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도 짜고 있다. 유기상 군수는 “갯벌을 생활 터전으로 지켜온 고창군민과 문화재청, 전북도, 갯벌지자체와 손잡고 울력해 이뤄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창갯벌은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등 수많은 희귀조류와 전세계 1종 1속인 범계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앞으로도 갯벌 생태계의 적극적인 보존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세계적인 생태문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도내 갯벌 90%가 사라진 와중에 고창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겼다. 그러면서도 “폐염전과 양식장 복원 등 연안 생태복원을 비롯한 생물다양성 증진 사업을 수립해야 한다”며 “고창 갯벌을 관통하는 노을대교(부창대교) 건설 추진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국회의원은 7월27일 “그동안 고창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소망하고 응원해 주신 고창군민들과 실무적 준비를 뒷받침한 유기상 고창군수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세계에서 인정한 고창 갯벌의 가치를 지키고 홍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전북도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는 도정질문을 한 바 있는 성경찬 도의원(고창1)도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환영하면서, “생태계 보물창고인 고창갯벌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갯벌 보전을 위한 적극적 지원과 유네스코 지정 유산들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