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동걸 회장)의 대출 등 경영시스템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도가 ‘고창산단 입주제한업종’으로 규정한 ㈜동우팜투테이블(닭도축·가공·사료업체, 이하 동우팜)에 360억원 대출실행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년 4월23일 동우팜-고창군-전북도 투자협약이 체결된 후, 지난해 7월9일 산업은행의 대출승인이 이뤄졌다. 토지 1백억원(공장부지 분양대금), 건물·기계·기구에 9백억원(설비투자 붐업 프로그램) 총 1천억원의 산업시설자금을 3년 거치 10년 대출기간으로 승인해, 같은 해 7월15일 대출약정이 이뤄졌다. 대출약정 체결시까지는, 산업은행은 대출용도로 사용될 도계업(닭도축업)이 고창산단계획상 입주제한업종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5일 입주계약이 체결되었고, 같은 해 12월30일에 건물·기계·기구 자금으로 9백억원의 40퍼센트인 360억원이 기표(대출실행)되었다. 윤준병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출실행을 할 때에는 “고창산단계획상 입주업종에 제한이 있으나, 분양계약서상 분양자(고창군수)와 피분양자(동우팜)가 입주제한업종을 확인하도록 되어있고, 만일 입주제한에 저촉될 경우 분양계약 체결이 불가능하였을 것이므로, 관련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판단하였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윤 의원은 “산업은행도 입주제한에 저촉될 경우 분양계약체결이 불가능하고, 분양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대출실행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입주계약 시 ‘입주제한에 저촉되냐’ 여부이다. 입주제한에 저촉되는 것은 여러 정황상 명백하다. 고창군에 따르면, 동우팜과 조건부 입주계약을 체결했고, 제한업종 변경 등 고창산단계획이 변경돼야 입주계약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창군은 고창산단계획을 변경 중에 있지만, 입주계약 후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입주계약서 중 ‘특약사항 및 추가약정’(고창군청 원문공개 거부)에 명시돼 있다고 한다.
산업은행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왜냐하면 산업은행은 ‘특약사항 및 추가약정’이 명시된 입주계약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조건부 입주계약 시점이 아니라, 이후 고창산단계획 변경 시점이나 공장건축허가 시점에 대출실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물·기계·기구 자금이므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입주계약 내용을 알고서도, 입주계약 시점에 대출을 실행해 특혜성 의혹을 자초했다. 산업은행이 입주계약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대출을 실행하자, 그러한 불법적 입주계약 등의 이유로 동우팜 유치를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에게 동우팜 직원이 찾아와, 반대주민들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어 대출이자만 발생하고 있다며 압력을 행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산업은행이 불완전한 입주계약에 대출실행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한국투자유치신문 8월30일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준법경영시스템에 대한 지적을 받자,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고 한다.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입주계약이 완성되는 시점, 즉 고창산단계획이 승인되는 시점이나 공장건축허가가 승인되는 시점이 바람직하다.
또한 악취·폐수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10미터 거리부터 주민들이 살고 있다), 생태하천(고창천) 오염 우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고창갯벌’ 보전문제 등 현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출약정과 대출실행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자랑하는 ‘ESG’(이에스지) 경영 방침에 역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투자의사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한다. ‘사회책임투자’란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7년 1월 국내에서는 국책은행 중 가장 먼저 ESG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투자유치신문에 따르면, 이정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천안시)이 산업은행에 요구한 ‘2020년 국정감사 시정조치 내역 및 성과 요구사항’과 관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 측은 여신업무의 단계별 법규위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내부시스템을 개선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8월30일 전했다. 업무처리 오류 개연성이 높은 절차의 경우 시스템에서 따로 분류했고, 여신업무 중 중요한 정보가 누락될 경우 이후 단계로 진행이 불가능하도록 내부 정화기능을 추가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동우팜 대출과정에서 불완전한 계약과 더불어, ‘ESG’ 요소 즉 사회책임투자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의 부실한 내부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군에 도축업이 입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산업은행 측의 해명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정문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감 당시 부실대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다시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은행이 고창군을 믿고 대출을 진행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겠으나, 현재까지 동우팜 대출 관련 사안을 종합해 볼 때 ‘ESG’ 경영에 역행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개월째 천막농성을 불사하고 있는 고창주민들은 여전히 산업은행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투자유치신문에 따르면, 고창의 한 주민은 “국책은행으로서 과연 제대로된 대출이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며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산업은행이 고창군의 현실과 주민의 여론, 그리고 고창군의 일방적인 행정능력 등을 검토했다고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동우팜 갈등의 가장 근본엔 산업은행이 있다”며 “동우팜이 반대 주민들에게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미리 받았기 때문에 기업(동우팜)도 하루 이자가 500만원씩 나가고 있어 사업을 포기하거나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을 미루어 볼 때, 당초 산업은행이 대출 여부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과연 이런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질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