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10월8일 부안군 행안면 한 논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다 자란 벼를 갈아엎은 뒤, 전농 전북도연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주간해피데이 | |
| | | ↑↑ 10월6일 김제시 진봉면의 논에서 한 농민이 병해충 피해를 입은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 ⓒ 주간해피데이 | |
| | | ↑↑ (사)정읍시농민단체연합회 김태선 회장과 각 단체 회장단들이 10월8일 정읍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긴급재난지역선포를 촉구하고 있다. | ⓒ 주간해피데이 | |
수확기를 맞은 전북지역 논벼에 병충해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수확량이 최고 절반가량 급감하는 피해가 발생하자, 농민들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10월10일 전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9월24일을 기준으로 도내 전체 벼 재배면적 11만2875헥타르 가운데 46.4퍼센트인 5만2424헥타르에서 병해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종류별로는 이삭도열병이 3만5286헥타르(31.3%)로 가장 많았고, 세균 벼알마름병 9611헥타르(8.5%), 깨씨무늬병 7527헥타르(6.7%) 등의 순이었다.
피해는 주로 병충해에 약한 ‘신동진’ 품종(전북 생산량의 64퍼센트 차지)에서 발생했으며, 지역별로는 김제가 1만532헥타르로 가장 심각했다. 이어 정읍 6102헥타르, 고창 5930헥타르, 군산 5855헥타르, 부안 4695헥타르, 익산 4371헥타르 등이었다.
전북지역의 벼 병해충 피해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잦은 가을비로 방제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병해충이 논에 그대로 남아 월동을 한 뒤, 가을장마 시기에 급속히 번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이삭도열병은 나락이 나오기 직전에 방제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하루가 멀다고 비가 와 약을 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자연 재해에 따른 피해인 만큼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한국농업경영인 전북연합회와 한국여성농업인 전북연합회는 9월28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충해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조사와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10월8일(금) 부안군 행안면 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락 등숙기인 8∼9월에 때늦은 장맛비로 온갖 병충해가 창궐해 벼 농사를 망쳤다”며 “이는 명백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이므로 정부와 전북도가 하루속히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수확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세우고, 기후 변화 시나리오와 연계한 품종 개발, 대체작목 발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정부가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수확을 코앞에 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이대종 전농 북도연맹 의장은 “콤바인이 들어가야 할 곳에 트랙터가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북도, 정부에 농업재해 인정 요청…피해 벼 정부 수매는 반영
전북도는 김제·정읍·고창·군산·부안·익산 등을 중심으로 발생한 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과 피해 벼 수매를 정부에 요청했다. 전라북도는 “정부가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피해에 대한 정밀조사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말쯤 농업재해 인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도는 또 피해 벼 매입은 농림부가 수용하기로 결정해, 정부 수매에서 등외 등급으로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업재해가 인정되면 농약대 지원부터 이자감면, 상환기간 연장, 생계비 지원 등 피해 규모에 따라 다각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
김철수 도의원(정읍1), ‘벼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 지역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 대표 발의
전북도의회는 10월5일 제38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철수 의원(정읍1)이 대표 발의한 ‘벼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 지역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6~8월까지 45일간 비가 내렸고, 특히 벼 알곡이 한창 영글어야 할 시기인 8월15일부터 9월15일까지 20일 동안이나 비가 내리는 등 벼 출수기와 가을장마가 겹치면서, 벼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이 창궐해 농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전국 벼 재배면적의 15.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전북에서 병해충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탔다. 게다가 호남 최대의 곡창지대인 금만평야와 부안 계화도 지역에서는 1모작 논은 물론이고, 2모작 논에서도 병충해가 잇따라 확산하고 있어, 그 피해면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벼 병해충으로 인해 벼 수확량이 예년 대비 5~8퍼센트 정도 감소하고, 완전미 비율이 크게 떨어져 수확량 감소 피해가 불가피하고, 일부 농가는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김철수 의원은 “그동안 전북도는 합동예찰과 공동방제를 추진하는 등 병해충 발생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고, 대부분 농가들은 8월 벼 출수기에 맞춰 3회 이상 방제를 실시했으나, 급속히 번지는 병해충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벼 병해충 피해를 농업자연재해로 인정해 재해대책 복구비를 지원하고,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 및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올해와 같은 가을장마나 잦은 비는 폭염·폭우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임이 분명하다”며 “정부는 더 이상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농민들의 몫으로 떠넘기며, 절망적이고 애타는 농민들의 심정을 모른 척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도의회는 이날 채택한 건의안을 대통령, 국회의장, 농식품부장관, 농협중앙회장 등에게 전달해, 전북 내 벼 병해충 피해지역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재난지역 선포, 신속한 지원대책,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 촉구
전북지역 벼 병충해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해, 재난지역 선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무소속)은 10월7일 “전북지역이 목도열병으로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재난지역 선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10월5일에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는 이원택 의원(김제부안·더불어민주당)도 “전북지역 병충해의 원인이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지원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원택 의원은 농식품부 국감에서 김현수 장관에게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병해충 피해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농가들의 지속가능한 영농활동을 위해, 신동진 대체품종(참동진 등)에 대한 재배 확산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에 김현수 장관은 “현재 병해충 피해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적극적인 대처를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원택 의원은 2014년 나주지역 병해충 피해 당시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언급하며, “피해지역 현장을 돌아보며 농민 의견을 종합해 본 바 자연재해가 맞다”며,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에게 재차 “이번 병해충 피해가 자연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용호 의원은 “벼 재배 농민들은 수확량 급감을 걱정하며 망연자실하고 있으며,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했어도 산정금액과 피해금액의 차이가 커서 농가의 시름을 덜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신속하게 피해지역에 대한 조사, 농업재해보험의 현실화를 비롯해 재난에 따른 지원책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읍시농민단체연합회, 가을장마 벼 병충해피해 긴급재난지역 촉구
(사)정읍시농민단체연합회(회장 김태선)는 10월8일 정읍시청 앞에서 가을장마로 인한 벼 병충해 피해 대책 및 긴급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태선 회장은 “기후변화 시대, 농업·농촌·농민은 절박하다”면서, “이상기온이 초래한 최악의 흉작, 큰 틀에서 농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민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며 “아무리 방제를 잘하려고 해도, 올해같이 8월 출수기 이후 이삭이 여무는 등숙기까지 40여일간 거의 매일 내린 비로, 지난해 보다 2~3배 방제를 더하고도 방제효과가 없어, 도열병을 비롯한 각종 병충해가 발생해 올해 농사는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사와 방제는 기후가 맞춰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농작물 생육의 부조화를 부르게 되는데, 농식품부는 이상기온에 의한 감염병 발생은 재해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한다”며 “이런 기준의 적용은 농작물 재해보험의 현실적인 적용을 어렵게 하고 있어,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현실과 괴리가 있는 각종 재해관련 법규 및 규제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읍시농민회 윤택근 부회장은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재해보험을 드는데, 재해보험 산정기준에 문제가 많다”면서, “피해할증료 과실률을 따져서 30퍼센트를 제외하고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 벼 재배면적의 100퍼센트가 피해를 입을 수는 없다. 30퍼센트를 제외하고 지급되는 현재의 상태로는 비싼 재해보험을 가입하고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읍시농민단체연합회는 “지속가능한 농업, 도시와 더불어 공존하는 농촌, 사회적 지위와 권익을 보호받는 농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는 피해지역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지원책 마련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확기 쌀 수급 안정대책 조속히 마련 ▲이상기온에 의한 재난 발생 시 농업재해보험의 적용 기준 현실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메뉴얼을 개발하고 인프라 개선대책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읍의 피해 현황
정읍시는 9월24일 기준으로, 전체 벼 재배면적 1만3925헥타르 중 43.8퍼센트에 병해충이 발생했다. 이삭도열병이 3899헥타르(28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깨씨무늬병 1253헥타르(9퍼센트), 벼알마름병 950헥타르(6.8퍼센트) 순이었다. 신동진 품종을 심은 영원면 풍월리·앵성리 일원 ‘단풍미인쌀단지’(219헥타르)에서도 이삭도열병과 깨씨무늬병이 모두 발생했다. 신동진 품종이 59.1퍼센트로 가장 많았으며, 동진찰·해품·새누리 순이었다.
이삭도열병은 본답에서 잎도열병3467헥타르가 발생했으며, 6~8월 강우일수가 58일로 많았으며, 8월 평균기온이 평년대비 0.8도 낮아, 도열병이 발생할 환경이 조장됐다고 보았다. 깨씨무늬병은 기상에 의해 발생됐다기 보다는, 지력약화와 영양불균형 등에 의한 발병으로 보았으며, 평년 발생보다 15일 가량 빨리 나타났다고 한다. 6~7월 기상호조로 빠르게 양분을 흡수해, 후기 비절현상(비료 부족현상)으로 발생했다고 보았다. 세균 벼알마름병은 8월22일~23일 태풍 ‘오마이스’ 북상 전 출수된 논 중심으로 발생했다.
이에 정읍시는 병해충 다발생 농가를 대상으로 토양·시비·품종·방제시기 등을 조사·분석해, 내년 새해농업인 실용교육 및 농업인 지도자료로 활용하고, 내병성·고품질 등 품종의 분산화로 벼 안전생산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 병해충 다발생 시 긴급방제용 약제지원 예산으로 4억원을 확보했으며, 공공비축미 품종을 신동진·해품에서 3~4개 품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창의 피해 현황
고창군은 9월24일 기준으로, 전체 벼 재배면적 1만1633헥타르 중 50퍼센트에 병해충이 발생했다. 이삭도열병이 3558헥타르(30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깨씨무늬병 1186헥타르(10퍼센트), 벼알마름병 1186헥타르(10퍼센트)가 발생했다. ‘수광’ 등 저항성 품종은 적기방제 시 피해율이 5퍼센트 미만이었고, 신동진 등 저항성이 없는 품종은 피해율이 최고 50퍼센트에 달했다.
이와 관련, 고창군은 올해 이앙 전 벼 육모상자처리제 지원(13억2400만원), 생육 중·후기에 벼 병해충 사전공동방제 약제 지원(6억원)을 벼 재배 전체면적에 실시하고, 생육 후기에 벼 등숙률 향상을 위한 약제 지원(2억2600만원)을 중만생종 벼 재배면적(1만1303헥타르)에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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