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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고창에 일그러진, 언어의 마술과 타자의 영혼
~ 손혜원 전 의원님,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한다고요?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1년 11월 05일(금) 01:08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고길섶(문화비평가, 고창 부안면)


군수님, 이번에는 손혜원 전 의원 생각을 화두로 삼아야겠습니다. 아니 두 분 다 호출하며 글을 쓰겠습니다. 저는 손 전 의원의 정치 관련 유튜브를 더러 봐왔고, 그 분 발언에 상당 부분 공감하며, 그분이 어떤 분인지는 대략적으로라도 짐작은 합니다. 눈꼴시려 못 봐줄 것들, 요샛말로 ‘수박’에 대한 날 선 화두로 시시비비하며,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진실의 세계를 드러내려는 용기와 행동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분의 발언은 자신의 사욕을 챙기려는 계산된 의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치적 공공성과 연결된 분노의, 정밀하게 조준된 강력한 화력입니다. 자신에 대한 온갖 공격도 거뜬하게 쳐냅니다. 근거 없이 떠들지도 않고, 어영그영 하지도 않고, 이미지정치를 하지도 않고, ‘좋은게 좋은거다’ 식으로 영합적으로 처세술 놀이도 하지 않고, 선출직에 나서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지도 않는, 그런 분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놀랍고 안타깝게도, 그 분은 이번 고창건에 대해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정의롭고 목소리 큰 사람이 어느 날 그 반대의 길을 가는 경우야 숱하게 봐왔습니다만, 그분의 경우는 그런 경우는 아니고, 다만 ‘잘못된 정보’에 의한 판단오류인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잘못된 정보’란 게 과연 무엇일까요.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지독한 편견, 요샛말로 확증편향, 철학적으로는 인식의 세계와 관련하여 이중적으로 묶여졌습니다. ‘잘못된 정보’임에도 그 ‘잘못된 정보’를 믿어 의심하지 않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공히 가공하는 신화적 기원에서 비롯된, 숲을 보지 못하게 하는 한 그루의 나무랄까요.


확증편향의 실수

저는 개인적으로 손혜원 전 의원과 안면이 없으므로 당연히 그분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9월15일, 그분과 연락하고자 그분을 아는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저는 전라북도 고창에 사는 고길섶이라 합니다. 고창을 위해 애써주시는 손혜원 의원님이 오해하고 계신 일이 있어, 그분과 면담할 기회를 가져볼 생각으로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손 의원님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그분을 아는 사람’은 감사하게도 손 전 의원과 연락을 하였는지, “이렇게 저한테 문자가 왔습니다”며 문자를 그대로 저한테 재전송했습니다. 

“○○○ 기자님. 고창 유기상 군수님 도와주세요.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해 다시 만나기 힘든 최고의 군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유 군수를 신뢰합니다.” (왜 ‘○○○ 기자’에게 보낸 문자가 저에게 재전송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자신의 뜻은 이렇다, 그러니 고길섶이라는 ‘듣보잡’을 만나볼 일은 전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싶습니다. 워낙 바쁘시니까요.) 

손 전 의원님. 저는 이 문자에서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해’라는 표현에 아연했습니다. 저는 민주당 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고창의)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하는지 어떤지는, 이른바 ‘현실정치’를 하는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 저로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삶의 정치로서, 예컨대 과거에 백기완 대선 후보를 지지했거나 기층민중의 삶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여전히 그러한 삶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묻지마’ 지지는 아닙니다. 지난 총선 시기에는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의 맥락에서 ‘수박’의 무리들을 돌려차며 현실정치의 근본문제를 치고 들어가는, 그리고 특정조건에서 손 전 의원님이 창당에 크게 일조한 열린민주당의 대응전략을 지지했습니다. 


천하의 손 전 의원님이 낚이신 거죠?

손 전 의원님께서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해’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 벌어진 고창의 일로부터 비롯된 판단으로 보입니다. 9월15일 이전에, 의원님의 페이스북에 누군가 기사 하나를 링크했습니다. 즉시 의원님은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고졸 출신 9급 공무원→ 7급 공무원→ 행정고시 합격... 전설적인 커리어의 제가 가장 존경하는 고창 유기상 군수는 나이 60이 넘어 평생 꿈이었던 고향의 군수가 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결국 국민의당 후보로 나섰으나, 본인의 능력과 인품에 감동한 군민들 성원에 힘입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고창군수에 당선되었습니다. 자신을 받아준 고향 고창과 고창군민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초선군수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행정능력을 발휘하며 농업천국 고창을 제대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국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행정가 중 하나로 꼽히는 무소속 유기상 군수에게 별일이 다 일어나는 것을 보니 또 선거가 가까워지는가 봅니다.”

손 전 의원님께서 인지하게 된, 군수님에게 일어난 ‘별일’이란 바로 한 인터넷신문에 9월7일 보도된 ‘고창경찰, 공무원에 피켓 휘둘러 뇌진탕 빠뜨린 용의자 추적 중’이라는 기사의 ‘사건’을 말하는 것이겠죠. 손 전 의원님은 위 게시글에 이 기사를 링크해 놓았습니다. 지금은 이 기사가 열리지 않습니다만, 그 기사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출근하는 공무원을 향해 둔기를 휘둘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월) 7일 전북 고창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분께 고창군청 앞에서 공무원 B씨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휘두른 피켓에 맞아 뇌진탕에 빠졌다. 당시 B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출근하던 유기상 고창군수에게 욕설을 하며 다가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고, 이 과정에서 집회 한 참가자가 피켓을 휘둘러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10여 명에게 둘러싸여 누가 폭행했는지 알 수 없다. 현재 채증자료와 확보한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용의자를 검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9월7일의 상황과 몇몇 인터넷신문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는 지난번 칼럼의 화두로 제기하였으므로 여기서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으나, 요컨대 ‘기레기’류의 뇌피셜 기사에 손 전 의원님이 놀아난 것이라 봅니다. 아이러니합니다. ‘기레기’류 기사에 곤혹을 당하시는 분이 그 ‘기레기’류 기사에 놀아나다니요. ‘둔기’ ‘폭행’ 따위의 사실과 맞지도 않는 어휘들 동원은 물론 기사의 어떤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 ‘채증자료’ ‘용의자 검거’ 따위의 언어조작(言語操作)으로, ‘사건’을 ‘창작-둔갑’시켜버리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일련의 ‘정치쇼’에 공모해 버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 정치쇼 결과, 손 전 의원님은 숙의의 노력도 없이 간단히 ‘또 선거가 가까워지는가 봅니다’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해’ 식으로 워딩을 날리게 됩니다. 꼴 사나운 ‘정치쇼’, ‘정치언론’이 함께 하는 먹이사슬에 천하의 손 전 의원님도 속절없이 낚여버린 꼴이죠. 


가장 훌륭한 행정가?

‘정치쇼’의 진원지는 바로 ‘군수님의 정치세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군수님 비서의 ‘드러눕기놀이’로부터 비롯되어 보입니다. 제가 지난번 칼럼에서 던진 화두였습니다. 요컨대 손 전 의원님은 ‘기레기’류 기사에 엮였다기보다, ‘정치쇼’ ‘드러눕기놀이’에 엮였다고 보는 게 본질이 아닌가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전국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행정가 중 하나로 꼽히는 무소속 유기상 군수’로 평가하는, 그리하여 ‘누가 뭐래도’ 군수님을 무한신뢰하는 손 전 의원님 자신의 덫에 자신이 낚인 게 아닐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덫의 조력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손 전 의원님 말마따나 하여튼 선거가 가까워지긴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손 전 의원님의 페이스북에까지 달려가 ‘정치쇼’를 하니 말입니다. 그 ‘정치쇼’가 벌어지는 배경은 지역주민들의 닭공장 유치 반대 싸움입니다.

손 전 의원님이 군수님을 무한신뢰하는 것은 손 전 의원님의 자유영역입니다. 그러나 그 근거의 하나일 ‘가장 훌륭한 행정가 중 하나’라는 평가는 다음의 경우일지라도 여전히 유효한지 손 전 의원님께 묻고 싶습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닭공장은 악취문제가 뒤따르는 혐오시설입니다. 혐오시설을 유치하는데 지역주민들의 동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하고 밀어붙이기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손 전 의원님이 언급했듯 ‘본인의 능력과 인품에 감동한 군민들 성원에 힘입어’ 지난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선출된 군수입니다. 군민의 성원 즉 ‘민심에 의해’ 당선된 군수라면 더더군다나 지역주민의 민의와 소통하며 결정해 나가야 민심에 보답하는 훌륭한 군수 아닙니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주민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자, 민심을 들끓게 하는 일이 아닙니까. 

둘째, 주민들의 반대활동이 있자 그제서야 공론화를 하자고 합니다. 좋습니다. 공론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론화하자면서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습니까. 속이 다 보이는 공론화 주장! 닭공장 반대대책위 텐트가 설치된 곳 주변 외 거리에 닭공장 반대 현수막을 걸면 군에서 떼어내 버립니다. 허가된 게시판에 게재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지역주민의 표현의 자유마저 막아버리며 공론화하잡니다. 이건 기만입니다. 그러면서 행정력과 공무원을 동원하여 닭공장 유치 홍보전, 대대적으로 펼칩니다. 부끄럽습니다. 해당기업은 군을 등에 없고 반대주민들 협박하며 다닙니다. 갑질의 기원을 생각해 봅니다. 오래도록 무의식화된, 갑질의 표현형식을 생각해봅니다. 군 행정은 군 권력이 되어 갑질의 역사를 반복합니다. 갑질에 반발하는 민심에 힘입어 당선된 군수님께서, 환삼덩쿨처럼 뻗치는 갑질의 먹이사슬, 그 반복의 역사 숲으로 들어가신다면, 손 전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군수님은 암암리에, 오지 말라는 반대주민 집 근처까지 찾아가 반대활동을 포기시키려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군수님,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이게 군수로서, ‘가장 훌륭한 행정가’로 명성을 날리기 위한 대민(對民) ‘스킬’로서, 행정가들의 세계에서는 높이 평가해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주권재민으로 존중되어야 할 주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쾌한 일입니다. 어떤 공무원은 1인시위하는 주민에게 공모사업 안 할 거냐고 위협합니다. 어떤 공무원은 반대주민에게 심한 욕설로 보이는 문자까지 보내고서는 나중에는 잘못 보냈다고 둘러댔답니다. 등등등…. 이것들은 줄서기하며 과잉충성하는 공무원의 단순한 일탈이 아닙니다. 설마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들이라고 강변하지는 않으시겠죠. 그러한 일탈이 용납되는, 어쩌면 ‘사장님’의 발언과 의지가 어떤 분위기와 뉘앙스로 암묵적으로 권장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장님’은 때로는 어떤 ‘신호’를 의미심장하게 보낼 뿐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나열하지 않겠습니다만, 이게 무슨 말인지 손 전 의원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반대주민들을 고립무원 적대시한다면?

셋째, 닭공장 건만으로 판단하지는 않겠습니다. 대표사례로 ‘한반도 첫 수도 고창’이라는 슬로건은 어떻고요. 슬로건으로 내걸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이상을 넘어서서, 군수님은 “‘한반도 첫 수도 고창’이 학술·고고학적으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더욱 많은 분들이 알고”라면서, ‘한반도 첫 수도’라는 가공의 이미지를 역사적 사실인양 검증하려 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역사를 왜곡시켜 혹세무민하는 모양새입니다. ‘한반도 첫 수도’가 사실이려면 우리 민족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의 역사도 부정되어야 합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고조선은 그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만주 등지를 포함한 광활한 영토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창의 영광을 위해’ 혹은 ‘군수님의 욕망을 위해’ 우리 민족의 선사문명권을 한반도로 축소해버리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하나요. 북한의 학자들은 오래 전에 평양 일대에서 발굴된 단군릉 사료를 토대로 기원전 30세기의 ‘대동강문명’론을 주장했습니다. 고창의 선사문화가 풍성했다는 것과 ‘첫 수도’였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그 말이 ‘학술·고고학적으로’ 성립이나 가능한 말인지 의문스럽습니다만. 

군수님이 공약으로 설립한 고창문화관광재단은 어떻고요. 군수님이 당연직 이사장이죠. 대표이사직 없이 군수님의 최측근을 수석이사로 두어 군수님과 수석대표가 고창문화관광재단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죠. 아마 갑질의 흑역사가 창조된 공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외부로 발설되지 못하도록 단속되고 ‘불이익’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지라, 지역민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사태죠. 군민들의 알 권리가 차단된 거죠. 

이 또한 더 이상 나열하지 않겠습니다만, 이쯤해서 손 전 의원님께 ‘가장 훌륭한 행정가’라는 칭송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방적으로 닭공장 입주를 강행하며, 군수님이나 군에서 요청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몇몇 주민단체들 찬성 입장문으로 편가르기가 나타나고, 어느날 갑자기 ‘듣보잡’ 단체들을 총동원해 닭공장 ‘유치 환영’ 현수막들을 일제히 내걸며 도배질하는, 반대군민을 소수화하고 고립시키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인다면, 그리고 군수는 그 뒤로 숨는다면, 그럼에도 그 군수는 ‘훌륭한 행정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군수란 당연히 훌륭한 ‘행정가’여야 하지만, 훌륭한 ‘정치인’이기도 해야 하며, 그 중심엔 민심을 읽어내고 민심과 소통하며 공감하게 하는 지적·도덕적 행위가 우선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닭공장 반대 활동은 전혀 폭력적이지도 않았습니다만, 되레 폭력의 프레임으로 몰고가 반대주민을 위축시키려는 ‘정치쇼’를 방조한다면, 그 또한 ‘훌륭한 행정가’가 취할 태도는 아니지요. 설령 반대주민의 폭력성이 보이더라도, 공무원들에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공정한 대응을 하도록 지침을 내려야 하는 게 훌륭한 군수로서 할 일입니다. 만일 공무원들을 줄세우기로 자기편 만들어놓으며 반대주민들을 고립무원 적대시한다면, 손 전 의원님은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군수가, 공무원이 군민을 고립무원 사회적 약자로 몰아간다면, 손 전 의원님은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이미지정치의 가면극

제가 보기에 군수님은 ‘이미지정치’의 달인이십니다. 손 전 의원님은 예컨대 ‘농업천국’을 만든다고 칭송하듯, 한쪽의 어떤 극대화된 이미지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고졸 출신 9급 공무원→ 7급 공무원→ 행정고시 합격... 전설적인 커리어의 제가 가장 존경하는’이라는, 손 전 의원님에게 이미 ‘신화화된 이미지’는 부정되거나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는 절대선이 되는 모양입니다.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담론의 하나인 신화론에 따르면, 신화란 의심할 수 없는, 의심해서도 안 되는 자명한 이미지덩어리입니다. 신화를 부정한다는 건 악입니다. 

군수님의 그 경력은 저도 진정으로 대단하다고 봅니다. 존경할만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선출직 행정가는 ‘사적 욕망의 실현’과 ‘공적 행정의 실현’을 달리 해야 합니다. 공적 행정의 실현이 사적 욕망의 실현으로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더구나 군수라는 거의 절대적인, 갑질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서, 사적 욕망이 공적 행정으로 둔갑된다면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그런 군수가 사악하다거나 어떤 비리로 얼룩진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착한 사람이 민폐를 끼치는 일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공적 행정이 사적 욕망으로 둔갑하여 성공할 때 제조되는 신화의 힘은 막강합니다. 군수님은 전라북도 공무원 시절 신화 만들기의 기초를 다졌고, ‘평생의 꿈’이었던 고향의 군수가 되어 성공신화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전라북도 고위공무원 시절 쓴 칼럼들을 모아놓은 군수님의 저서를 읽으면서, 군수님의 평생이란 자신의 신화 만들기에 다름아니었다고 느꼈습니다. 군수님은 ‘출세’를 욕망하였고, 그 출세의 지표는 ‘최대’ ‘최고’ ‘최초’라는 극대화된 이미지단어들과 동행하였습니다. 이것이, 군수님의 저서를 읽어본 제가 판단한 군수님의 사적 욕망의 작동원리였습니다. ‘한반도 첫 수도’는 결코 우연한 작품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화 만들기는 상징조작과 불가피하게 연동되며, 욕망의 자기정치를 실현시키려 합니다. 어떤 행정학 사전은 ‘상징조작’을 “실체와는 다른 환영(幻影)을 교묘하게 조작함으로써 대중을 움직이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한반도 첫 수도’론은 신화 만들기의 상징조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군민을 빨아들이려는 상징조작은 원천적으로 주권재민과는 반대의 길을 갑니다.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과정’이나 ‘디테일’을 소홀히 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진짜 디테일해야 할 과정은 무시하고, 하지 말아야 할 디테일은 오지게 합니다. 닭공장 일방강행 과정은 그 진면목을 잘 보여줍니다. 실체적 진실을 증발시킨 채 허공에 매달리는, 청순한 듯 가련한, 이미지정치의 가면극에 일타쌍피 광팔이로 희생당하는 군민은 대체 무슨 죄입니까.


반대주민들은 주권재민을 행동하는 당당한 주권자

닭공장 반대 주민들은 그 희생양이고, 동시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주권재민을 행동하는 당당한 주권자입니다. 그런데 손 전 의원님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반대주민들을 ‘민주당’이라는 엉뚱한 그물로 낚으려 하십니까. ‘민주당의 패악이 극도에 달’하다니요. 고창 멜론을 홍보하기 이전에, 고창의 닭공장 반대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입니다. 행여나 반대주민 중에 민주당 당원이 있을런지도 모릅니다만, 반대주민들은 민주당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되레 반대대책위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군수님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투표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닭공장을 반대하는 주민들, 그들은 입주계약 후 10여일만에 6백여명이 반대대책위 서명부에 서명했고, 2021년 1월에는 2천여명의 어촌계 어민들이 서명을 했습니다. 닭공장 유치를 반대하는 그 서명부들은 고창군과 전라북도 그리고 전북환경청에 전달됐습니다. 서명을 한 수천명의 군민들이 ‘패악질하는’ 민주당 당원입니까.

손 전 의원님, ‘민주당의 패악’ 발언이 반대주민들에게 2차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손 전 의원님의 그 발언은, 실체적 진실을 담은 디테일한 정보 없이 상징조작으로 가공된 이미지가, 군수님의 신화 만들기에 빛의 속도로 빨려든 확증편향이 빚은 실수 아닙니까. 언어의 마술사이신 손 전 의원님. 그 실수가 무엇인지 궁금하시다면 반대주민의 언어(타자의 언어)를 들여다보십시오. 마술의 눈으로 말고 영혼의 눈으로! 반대주민의 언어를 들여다보면 군수님의 신화 만들기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언어의 마술, 신화 만들기의 덫에 빠진 초조함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군수님을 절대 신뢰하는 손 전 의원님을 경유해, 군수님께 여쭙니다.

군수님, 타자의 영혼은 안보이십니까.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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