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고창시민행동 공동대표)
‘닭도축공장 고창일반산업단지 입주 반대’ 고수면 비상대책위의 군청 앞 시위가 1년여 넘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이후에 고창 역사에서 이렇게 강한 주민운동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주체가 역할을 하지 않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고창에 창궐이라고 표현할 만큼,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되어 많은 군민들이 검사를 받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두려운 상황에서 고창군 행정은 확진자 발생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고창군이 이런 주민 갈등 상황과 질병·재해에 대한 해결능력이 있는지, 각 주체의 기능들이 역할을 하고 있는지, 책임과 권한이 있음에도 방기하고 엉뚱한 곳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함께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창군 공무원
지난 10월에 고창군청은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악성 민원인들의 폭언·폭행에 대한 보호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공무원에 대하여 군수가 치료비, 법률, 휴식기간, 인사 조치(보직변경)를 지원한다는 조례안입니다.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함부로 행동하고, 부당한 민원해결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젊은 직원, 여성 직원들을 만만히 보고 폭언·폭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겠습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부적절했고, 내용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공무원노조는 보도가 된 비대위의 얇은 스티로폼 피켓에 부딪혀 엠블런스에 실려 간 군수의 정무비서도 민원인 폭행의 경우로 보는 것 같습니다.
내용상의 문제를 보면 1) 민원인을 상대하지 않는 공무원도 지원대상에 해당이 됩니다. 2) 군청 조직 안에서의 위계에 의한 폭언·폭력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저는 모 군의원이 팀장급 직원을 ‘야, 아무개야’ 하며 이름을 불러대는 것도 보았습니다. 3) 정규직과 공무직 간의 차별과 갑질도 빠져 있습니다. 4)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공무원이 군민에게 하는 갑질과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 경계하겠다는 언급이 없습니다.
고창군 공무원은 권리 주장 이전에 군민에게 봉사하고 책임을 다하는 공직자의 소임과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해야 합니다. 생존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반대를 이어오는 군민을 상대로 형사고발이나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고창군 의회
최근 군의회에서 모 의원이 동우팜 관련해서 군민투표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반대의견과 찬성의견도 있으니, 투표를 하고 그 결정에 따르자는 주장입니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법과 절차적 문제로 환경부에서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했고, 산업은행도 대출금을 회수했습니다. 전북환경청도 고창군이 제출한 서류를 최종적으로 ‘반려’ 처리했습니다. 여기에 유기상 군수가 승복하면 끝날 일입니다.
군민투표는 무슨 예산으로 할 것이며, 군행정이 정보를 독점한 상황에서 투표를 한들 그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고창시민행동은 몇 달 전부터 군의원들에게 동우팜 유치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저런 핑계를 대며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고창군의회가 찬성이던 반대이던 입장을 표명해야 했습니다. 정치인에게 중립은 없습니다. 공무원들에겐 중립이 필요합니다. 군민의 편에 서질 못한다면, 최소한 군수가 부당한 명령을 지시할 경우, 그 명령에만 따르는 입장에 서지 말아야 하죠. 법과 원칙에 따라서 부합되는 행정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고창군 전체의 심각한 문제에서 중립이라고 빠져 있어서는 안 됩니다. 책임지기 싫다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에게 욕을 먹지 않겠다는 정치인은 가짜입니다. 자신의 판단해 정의로운 편에 서야 합니다. 군수가 아닌 군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한 쪽 편에 서면 반대편의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군민은 투표로 판단을 해 줄 것입니다.
군의회 홈페이지 의장 인사말입니다. “고창군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 군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자 합니다.” 군민들의 대변자라면 어느 주장의 대변자가 되겠다는 것인지요? 설마 하루 최대 80만 마리의 닭을 도축하겠다는 동우팜의 대변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군민투표는 ‘역할을 하지 않는 군의회 해산하자’, ‘주민의견 무시하는 군수를 탄핵하자’ 이런 투표를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군의회는 군민에게 부여받은 책임을 다 해야 합니다. [사족 하나] 반대주민이 군수 퇴진하라고 주장할 권리는 없다고 했답니다. 왜 선출직 공무원을 퇴진하라고 군민이 주장할 권리가 없습니까? 얼마든지 주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단지 사퇴시킬 권한이 없을 뿐이지요.
고창군 출입기자단
지난주에 ‘지역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포럼’ 현수막이 거리에 걸렸습니다. 코로나로 위중한 시기에 고창문화의전당에서 많은 주민들이 모여야 하는 행사로 보입니다. 주최가 고창군입니다. 긴장감 없는 고창행정의 모습입니다. 주관은 고창군 출입기자단입니다. 고창군 출입기자단은 주최인 고창군의 예산을 지원받아서 할 것입니다. 지역소멸위기 극복이란 말과는 달리 동우팜을 유치해야 한다는 다른 말로 들립니다. 동우팜을 유치하자는 쪽에서 인구 늘리기 효과를 주장했었습니다.
고창군청의 출입기자들은 군청홍보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고창군청은 홍보비에 대한 집행기준이 없습니다. 관행적이고 임의적으로 집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언론을 길들입니다. 그래서 기사들이 보도자료에 의존하고, 광고성 기사를 쓰고, 관언유착이 되어 군수의 입이 되어줍니다.
최근에 두 곳의 언론사가 언론중재위 조정합의 및 결정을 통해 정정보도를 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래서 1) 둔기를 휘두른 폭행사건이 아닌 스티로폼에 부딪혔다. 2) 다수가 공무원 한 명을 폭행한 적이 없다고 정정보도를 했으며, 3)기업유치 반대가 아닌 닭도축공장 반대이다. 4) 비대위 시위는 평화적·합법적인 집회라고 반론보도가 되었습니다.
인구증가의 경우도 참프레가 있는 부안군과 고창군의 인구를 비교하면 2010년에 723명의 차이났던 것이, 2021년 9월에는 2553명으로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부안군의 인구감소가 참프레공장이 있음에도 고창군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고창군에 동우팜이 들어온다고 인구증가가 된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고창을 취재·보도하는 기자·언론은 사실에 기초하여 권력을 감시하고, 순수한 비판기능을 하는 저널리즘을 회복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마무리
고창군민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맘이 없습니다. 누가 고창의 환경과 주민의 삶을 위하는 지를 판단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고창의 바람직한 미래와 발전을 약속하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군민을 무시하고 권력자로서 갑질하는 자들을 비난하고 반대할 것입니다.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와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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