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간해피데이 | |
본지는 올해 들어 연속기획취재로 ‘고창의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고수미래산업단지에서 땅콩 농기계를 생산하고 있는 ㈜반석산업(ursanup.com) 송찬영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지난 8월18일(목) 오후 2시 반 공장에서 송찬영 대표를 만났다.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고창에서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 청년들이 있다. 바로 땅콩기계 전문생산기업 ‘(주)반석산업’이다. ‘농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농민이 필요한 설비를 제공하고, 농민의 위한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모토 아래, 오늘도 농민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농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서울 촌놈들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서울 청년들이 ㈜반석산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땅콩농업용 기계 전문생산기업을 시작했다. 현재 ㈜반석산업은 기술·개발 담당, 영업·구매 담당, 경영·특허출원 담당 총 3개의 부문으로 나눠 일을 진행하고 있다.
㈜반석산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반석산업은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농가의 이윤 감소 등 농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맞춰 자체 개발한 우수한 기술력의 농기계와 설비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급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창업 당시 반석산업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반석산업을 시작하면서 세운 미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밭농사 관련 농기계들은 선택지가 별로 없고, 농민들의 필요(니즈)를 충족시켜줄 기계도 적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농민들은 유사한 농기계를 구매해 직접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 전반에서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편리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농업에서는 이런 면이 뒤처져 있다는 점이 너무 속상했다. 지방의 농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농기계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농기계 시장의 관행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기계 시장을 살펴보면, 국내 기준에 맞게 기술 인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서 원가의 20배가 넘는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 기술력이 보장된 기계라고 하더라도 농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의 제품이 다수다. 그래서 우리는 우수한 기술력의 농기계를 제공하되, 이를 적정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서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바꾸고 싶다.
마지막으로 혼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벼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이 높은 편인데, 밭농사는 그렇지 못하다. 밭농사 환경에 적합한 기계도 부족하고, 대부분의 농민들이 밭농사 농기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밭농사의 기계화율을 높여 혼자서도 농사를 짓고, 획기적인 인건비 절감을 통해 이윤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잘 만든 농기계가 가져올 파급 효과
농업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반석산업은 그중 농기계에 집중했다. 우리나라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어려워져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농기계로 사업 분야를 결정한 이유는?
농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력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이 문제의 해답이 인력을 대체할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흔히 농사를 떠올리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요즘 농촌은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인력을 대체하는 농기계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은 농민들의 이익 극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농기계의 중요성을 인지했고 이 분야로 뛰어들었다.
■농사를 글로 배운 서울 촌놈들의 현실 적응기
반석산업 송찬영 대표는 창업 이전 금융업에 종사했고, 현재 영업·구매를 담당하는 동료는 그의 대학 동기이며 코스피 상장 제조회사에 다녔다. 경제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농사가 낯선 것 외에도 기술과 기계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기술 및 기계를 담당할 엔지니어를 찾아다녔고, 고창에서 기술 담당자를 만나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창에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에서 농기계 제조 사업을 하기에는 농촌의 실제 사정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기술·기계 담당 엔지니어가 고창으로 귀촌을 하신 분이다. 그분을 따라 우리도 고창을 중심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고창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땅콩이다. 그래서 먼저 땅콩농사 관련 농기계 개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선 현장에 뛰어들고 보자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첫 삽을 떠야 그 이후를 다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 초기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창업에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제조업은 창업 중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고 생각한다. 기술 개발부터 제품을 만들기까지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농기계를 개발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우리의 노력과 열정으로 제조한 농기계를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인증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문과 출신이고 관련업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굉장히 낯설었다. 하나의 기계를 제조해 상품으로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보면, 먼저 한국통합인증(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농기계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종합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나 조달청에 등록해 농기계를 판매할 수 있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았다.
| | | ⓒ 주간해피데이 | |
|
|
■농민의,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반석산업
어떤 농기계를 만들면 좋을지 구상하는 단계부터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반석산업은 항상 농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농기계가 실질적으로 사용 가치가 있는 것인지, 농민들의 필요가 반영된 것인지 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농기계 개발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농업은 겨울이 비수기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겨울에 주로 기계를 개발한다. 우리가 아이디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용접을 하는 등 기계 제작을 반석산업에서 진행한다. 뭐든 우리 손을 거쳐 완성하자는 주의다. 우리가 직접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더 좋은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판매한 기계의 애프터서비스(AS)도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기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농기계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소형 농기계는 3개월, 대형 농기계는 1년 정도다. 실제로 땅콩탈곡기를 개발할 때, 용접까지 마쳐 기계를 완성했는데 컨베이어 벨트에 흙이 끼는 문제로 계속 고장이 났다. 흙을 바람으로 날려야 하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5~6개월을 씨름했다. 결국 흙은 흔들어서 날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우리가 직접 완제품을 만들다 보니 이런 웃픈 에피소드도 있다.
기계를 개발할 때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참고한다. 첫째로 농가를 직접 발로 뛰면서 들은 농민들의 의견, 둘째로 외국의 농기계를 직접 살펴본다. 해외의 농기계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시야를 한 단계 넓혀주기 때문이다. 이외에 농협이나 농업 관련 센터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농협 실무자들이 기계적인 부분에서 조언해주고 농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알려줬다. 생각해 보면 창업 이후 주위에 조력자들이 많았다. 운이 좋았다.
농기계 관련해서 농민들에게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것 같다
창업 초기에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서 좋은 농기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막상 기계를 만들고 나니, 어떻게 우리 기계를 농민들에게 알리고 어떤 루트로 판매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창에 있는 농가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무작정 사람을 만나 전단지도 돌렸다. 이렇게 다양한 농민들을 뵙다 보면 ‘이런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것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농사의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고,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농기계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농기계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
반석산업의 농기계를 사용한 농민들은 꾸준하게 거래를 이어간다고 한다. 제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농기계 예약 배송 제도도 농민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농업기계 산업에서 반석산업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좋은 서비스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우수한 기술력의 농기계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하는 날짜에 배송해드리고 있다. 기계 성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가격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두 번째는 독자적인 기술력이다. 밭농사에서 농기계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수작업의 퀄리티를 기계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작업만큼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노동력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농기계를 개발했고, 앞으로도 계속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농기계 개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농민들에게 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 반석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농기계 예약 배송 외에도,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덜어드리고 싶다.
농기계 예약 배송은 어떤 서비스인가?
요즘 물류 산업의 주요 화두인 적재적소 배송 시스템을 농기계에도 적용한 ‘예약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원하는 날짜에 구매 또는 임대를 신청할 경우, 우리가 해당 날짜에 직접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농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농기계를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구매 외에도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기계 대여 서비스는 각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 기계 임대를 포기하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배송 시스템을 많은 농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고 있다.
반석산업의 현재 제품 라인을 소개한다면?
땅콩 농사 관련 5개의 농기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땅콩탈곡기(듀얼드럼형), 땅콩탈피기(드럼형), 땅콩수확기(체인형), 풋땅콩선별기(드럼형), 수동땅콩탈피기(수동형, 종자용 땅콩 탈피 가능)다. 농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모든 기계는 임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반석산업의 모든 농기계는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현재 땅콩탈곡기, 땅콩탈피기, 종자용 땅콩탈피기 3가지 제품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그리고 땅콩 농사 외에 다양한 밭농사의 농기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반석산업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농업용 기계 전문생산기업 ‘반석산업’은 농업의 건강한 발전을 꿈꾼다. 농기계로 인력을 대체해 혼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혼자서는 어렵고 힘들다는 농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세대들이 농업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반석산업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의 계획은 크게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농기계 예약 배송 시스템의 안정화다. 모든 농민이 적재적소에 농기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농기계 개발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 제품은 모두 땅콩 농사에 관련된 것이다. 현재 땅콩 외에도 다른 밭농사에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를 개발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다양한 작물에 맞는 농기계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은 농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농기계 중고 거래를 원하는 농민들이 많다. 마치 중고차 거래 플랫폼처럼, 농기계 상태도 진단하고, 구매자와 판매자의 중간 역할을 해 줄 플랫폼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농민만을 위한 거래 플랫폼을 통해, 수확한 농작물의 새로운 판로 개척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분야의 산업이 중요하지만, 농업은 우리 생활에서 절대 뗄 수 없는 기본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지역에는 청년을 위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다. 고창에서 청년으로 생활하면서 개선하거나 필요한 것을 제안한다면?
고창으로 2020년 12월에 내려와 생활한지 3년차가 되었다. 처음 고창에서 채용공고를 내었을 때 4개월동안 1명만 면접 지원을 한 기억이 난다. 고창에도 청년유입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고, 청년 생태계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