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 이하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로부터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관통관 용접 시 조치위반으로 과징금 18억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 명령을 받았다. 원안위는 지난 2월23일 회의에서 이를 심의했으며 3월14일 처분내용을 공개했다. 올해 한빛1~2호기 수명연장과 고준위 핵폐기물 부지 내 저장시설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사례는 한수원(한빛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반면교사가 된다 할 것이다.
원안위의 이번 행정처분은 이 사건이 불거진지 2년이 지났다. 2020년 4월부터 한빛5호기 계획예방정비 중 원자로헤드 관통관 용접부에 ‘합금(Alloy) 690’ 재질로 덧씌움 용접을 하는 작업을 했다. 기존에는 균열에 취약한 ‘합금 600’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안위 의결을 통해 ‘합금 690’으로 덧씌움하는 용접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원자로헤드는 격납건물 내부의 원자로 몸체를 덮고있는 둥근 형태의 금속제 뚜껑이다. 원자로헤드에 있는 84개의 관통관은 핵분열 제어에 필요한 제어봉을 원자로헤드에 삽입할 때 쓰인다. 당연히 원자로헤드와 관통관 사이에는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용접해야 한다.
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69번 관통관도 ‘합금 690’으로 용접해야 하는데 ‘스테인리스’ 재질로 용접한 사항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사안을 7월27일 한수원이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킨스)에 보고했다. 당시 보고한 내용은 ‘69번을 제외한 나머지 용접작업에 대해서는 모두 완료됐다’는 것이었다. 이에 원안위 지역사무소에서는 한수원에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기존 용접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한수원은 바로 조사를 했고, ‘추가적인 오류사항은 없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원안위 지역사무소에서는 킨스를 통해 한수원의 조사내용들이 적절한지에 대해 확인했고, 7월29일 재작업을 허용했다. 이후 원자로헤드 정비를 완료했고, 원안위는 10월5일 재가동을 승인했다. 이렇듯 이 사안은 별다른 문제없이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한수원의 부실한 자체조사…신뢰성 훼손
하지만 원안위가 재가동을 승인하자, 한 민원인이 언론(10월29일)과 원안위 옴부즈만(11월1일)을 통해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관통부 부실정비’ 의혹을 제기했다. ‘스테인리스’로 용접한 곳이 더 있으며, 용접자격 대리시험 의혹과 수동용접 수행의 적절성 여부 등도 제기했다. 킨스는 의혹 규명을 위해 특별점검팀을 구성했고, 1년 정도 조사한 뒤 2021년 10월 원안위에 점검결과를 보고했다.
그 결과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용접한 곳이 2곳 더 발견됐고, 수동용접을 해야 하는 곳에 기계용접봉을 사용한 관통관도 3곳이 확인됐다. 수동용접 자격이 없는 용접사가 수동용접을 수행한 사항도 7개 관통관에서 확인됐다. 따라서 84개 관통관 중 문제가 중복된 1곳을 포함해 11개 관통관의 부실정비가 밝혀졌다.
또한 민원인이 제보하기 전, 원안위 지역사무소는 한수원에 조사를 요구했는데, 한수원에서는 시공사에 전수조사를 지시만 하고, 직접 확인하지 않은 조사부실 사례도 확인됐다. 그리고 작업녹화영상 일부가 삭제되어 없었는데, 한수원은 이런 부분도 보고하지 않았으며, 이렇듯 의심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기존 용접부가 모두 적합하게 됐다’고 보고했다. 통상적인 정비도 아니고, 재질에 대한 문제를 바로잡는 정비에 대해서도 한수원의 주의력은 결핍된 상태였다. 킨스 또한 한수원에서 보고한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그리고 그라인딩 작업시험 가이드콘 기계용접 자격시험에서도 대리시험이 확인됐고, 용접작업절차서에 수동용접 공정이 수립돼 있지 않았으며, 녹화기록과 용접기록의 불일치 등 위반내용이 산적해 있었다. 한수원에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여 여러 관통관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고, 또 이런 문제점으로 신뢰성을 훼손하는 등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원안위는 1차 위반사항에 해당하는 과징금 12억원에 50퍼센트를 가중한 18억원을 부과했다. 원자력안전법 제26조 제1항에 따르면, ‘원자로 운영자’가 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운영할 때에는 인체·물체 및 공공의 안전을 위해,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피폭방사선량, 원자로 안전운전, 원자로시설의 자체점검 등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한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번 조치에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2021년 1월 원자로헤드 용접을 부실하게 하고 이를 허위 보고한 혐의로 한수원과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 하청업체 직원 등을 기소했다. 지난해 12월1심 판결에서는 한수원과 시공사는 무죄, 하청업체 직원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핵발전소의 안일하며 관행적·폐쇄적인 체계 바로잡아야”
전북·광주·전남의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2021년 1월 ‘한빛5호기 중대과실 시공사와 계약유지하고 추가계약한 한수원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관통관 84개를 보수용접하는 과정에서 3개의 관통관을 부실용접한 두산중공업을 계약위반으로 판단하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면서,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부실용접 사실을 시행사인 한수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조작 의혹까지 있어, 두중공업의 잘못으로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부분에서도 시공업체의 중대한 과실로 공사·납품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에는 계약 해지, 계약금 몰수, 구상권 청구, 재입찰 제약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수원은 계약 당사자로서 스스로 고소까지 진행한 두산중공업과 추가계약을 맺고, 같은 용역수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핵발전소에 대한 한수원·원안위·킨스의 안전관리가 안일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당시 성명에서,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부실용접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은 공익 제보에 의해 알려져 조사가 시작됐다”며 “만약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자로헤드의 부실용접 사항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상태로 한빛5호기가 가동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제보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핵발전소의 안전한 운영, 관리감독, 규제 전반의 실종을 보여주는 총체적 난국”이라며, “최소한의 안전성이라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안일하고 관행적이며 폐쇄적인 체계를 바로잡고, 전문성·합리성·공정성·투명성·신뢰성·도덕성에 기반한 운영·관리감독·규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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