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에서 측근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시장시절 측근 자녀에게 특혜 채용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유진섭 전 정읍시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 전 시장은 이 혐의로 기소되면서, 2022년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정읍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3월22일(수) 유집섭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과 4천만원의 추징을 명령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가 끝난 뒤 유 전 시장은 취재진에게 “재판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조금이나마 억울한 점이 남아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시장은 3월24일 항소했다.
재판부는 또 유진섭 전 시장(이하 유 시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시장측 관계자 2명에 대해, 즉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은씨(축산업자로 유 전 시장 당선 후 정읍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선임)에게는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유 시장을 대신해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유 전 시장의 측근)에게도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은씨는 범행을 인정했으나, 김씨는 유 시장과의 공동범행을 부인했다. 유 시장 또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유 시장과 함께 부정채용 혐의를 받는 당시 총무과장 서씨에게는 벌금 250만원, 당시 비서실장 노씨에게는 징역 6월(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서씨는 범행을 인정했지만, 노씨는 유 전 시장과의 공동범행을 부인했다. 유 전 시장 또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유진섭 전 시장 등을 작년 2월4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유 후보는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5월 선거자금이 부족해지자, 은씨로부터 2회에 걸쳐 총 4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은씨의 자금이 유 시장의 측근인 김씨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유 시장은 행정보조 공무직 채용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지인의 자녀를 채용하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유 시장은 선거유세를 한 지인의 자녀를 채용하기로 마음먹고, 유 시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비서실장과 총무과장이 담당 공무원들에게 순차적으로 지시하여 지인의 자녀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즉, 유 시장과 비서실장·총무과장이 직권남용을 공모하여, 영원면장과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유 전 시장에 대한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은씨가 수사 개시 전부터 계속해서 당시 유 후보의 요청을 받아 자금을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 은씨 외에는 정치자금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정, 정치자금 수수 이후 이뤄진 정황, 당사자들의 관계를 종합해 보면 당시 유 후보와 김씨가 공모하여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 시장이 두 차례에 걸쳐 공무직 현황을 파악한 정황과 시기, 인적사항이 적힌 용지를 전달한 시기와 경위, 관련 공무원들의 인식 정도를 종합해 보면, 담당 공무원들로 하여금 채용과정에서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했으며, 특정인을 채용하려는 흐름과 진행 절차, 특히 당시 비서실장이 채용된 이의 아버지와 맺었던 관계 등을 비춰보면 유 시장이 공모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시장으로서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선거운동을 도운 이의 자녀를 채용하도록 해 권한을 남용했다”며 “다만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정읍지역 시민단체는 2021년 3월 “정읍시청 행정보조 공무직 채용비리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을 수사해 달라”며 당시 유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만약 유 전 시장의 혐의가 이대로 징역형으로 확정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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