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신설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문제는 오랫동안 정부와 지역사회 간의 갈등을 야기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윤준병 국회의원(정읍시·고창군, 더불어민주당)은 3월4일, 원전 신설 및 수명 연장 허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과의 협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전 관련 정책이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되며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윤 의원은 “법안을 통해 원전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과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공감대 형성을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원전 정책, 주민과 지자체가 빠진 의사결정의 한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한국도 2012년 고리 1호기 원전의 전원공급 중단 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안전 문제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원전 관련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지역사회와의 협의 없이 정부 차원에서 정책이 추진되며, 지역 주민들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전이 신설되거나 기존 원전의 수명이 연장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원전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방사능 위험과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지만, 이들의 의견이 정책에 직접 반영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의 신설이나 운영 허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나 주민과의 협의 절차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매번 원전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반복되었다. 이에 따라 원전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시위와 함께 행정소송이 이어지는 등 지속적인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윤 의원은 “원전 신설과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간 갈등이 계속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 내용: 원전 허가 과정에서 주민 협의 의무화
윤준병 의원이 발의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의 핵심은 원전 신설 및 수명 연장 시 해당 지자체 및 지역주민과의 협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단순한 국가 인프라 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원전 신설을 위한 허가 과정(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시설 건설 허가 전)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과의 협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운영 허가 및 수명 연장 허가 시 지자체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포함한 지역의 시장·군수 및 광역단체장과 사전 협의하는 절차가 마련되며, 협의의 방식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여 실효성을 확보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원자력발전소를 신설하거나 기존 원전의 운영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되게 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되는 갈등을 끝낼 해법이 될까?
그동안 원전 관련 정책은 정부와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지역주민들은 소외되었다. 그 결과, 원전 신설과 수명 연장을 둘러싸고 각종 반대 시위와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원전 정책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개정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협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주민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의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전 정책,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윤준병 의원이 발의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은 원전 허가 과정에서 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보장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원전 정책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협의 절차가 단순한 형식적 과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의견 반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주민들의 의견이 단순한 청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의 과정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 실효성 있게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 입지 지역의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고, 이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강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단순한 공청회 수준이 아니라, 원전 운영에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들이 정책 협상 과정에서 공식적인 협의 주체로 인정받고, 실질적인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 원전 정책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행정적·법적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원전 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 환경 보호, 지역 발전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원전 정책 결정 과정이 보다 민주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과 정부의 정책 방향, 에너지 공급 계획 등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따라 실질적인 변화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주민 참여가 강화되고, 원전 정책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주민 의견을 실제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이 정착될 수 있을지, 원전 관련 정책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이번 법안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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