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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번진 불, 정읍 민가로 확산
2025년 3월25일 오후 2시14분, 고창군 성내면 덕산리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인접한 정읍시 소성면 화룡리 일대까지 번졌다. 당시 초속 10.8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씨를 산등성이 너머로 실어 날랐고, 불은 순식간에 민가와 농가,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불이 번진 경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수 킬로미터에 달했고, 평온하던 마을은 한낮에 혼란의 현장으로 변모했다.
화재는 발생 세 시간여 만인 오후 5시10분쯤 주불이 잡혔고, 밤 11시 3분쯤 완전 진화가 이뤄졌다.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은 총 446명의 인력과 진화헬기 5대, 장비 125대를 동원해 적극 대응했다. 정읍시와 고창군은 합동으로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마을 주민 35명이 소성초등학교와 교회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소방과 군부대, 경찰, 의용소방대까지 합세한 진화작전은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불길은 이미 금동마을을 비롯한 인근 마을의 건축물 28동을 삼킨 뒤였다.
주택 13동, 창고 6동, 비닐하우스 9동 등 피해 건축물 수는 적지 않았다. 불에 탄 건물은 대부분 목재 구조였고, 소방당국은 화재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강풍이 불을 실어 나르며 지붕 위로 불씨가 옮겨붙었고, 이로 인해 연쇄적인 화재 확산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산림 피해는 약 6.3헥타르에 달했으며, 피해 범위는 고창과 정읍 양 지자체에 걸쳐 있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재난에 제대로 대응할 틈도 없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대피소에서 지새운 밤…불안과 막막함 속의 이재민들
산불이 번지던 시각, 마을 사람들은 평소처럼 일상에 몰두하고 있었다. 금동마을에 살고있는 A씨는 “탄내가 나서 문을 열었더니 연기가 마을을 덮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놀란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렀다”고 털어놓았다. 대피 명령이 내려진 뒤, 주민들은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도로로 나와 차량이나 도보로 대피소를 향했다. 첫 대피소는 소성초등학교였으나, 이후 교통 접근성과 공간 확보 등을 고려해 소성교회로 장소가 변경됐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금동마을 주민들에게 갑작스러운 대피는 더욱 힘겨운 일이었다. 일상용품은 물론 약, 보청기, 안경 등 필수품도 챙기지 못하고 대피한 경우가 많았다. 정읍시와 전북도는 곧바로 생필품과 식사를 제공하고, 고령자를 위한 보건의료 대응도 함께 시작했다. 일부 주민은 기존에 앓던 질환으로 인해 병원 진료도 병행해야 했다.
대피소 생활은 하루이틀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고령 주민들은 공동생활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지내고 있었고,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환경은 불편함을 더했다. 주민 B씨는 “여럿이서 생활하니 불편한 점이 많지만, 다시 돌아갈 집이 없으니 여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마을회관·교회 등의 공간에서 임시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며, 샤워시설이나 의료 접근성, 식사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였다. 주택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 정부의 지원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불안이 컸다. 정읍시는 피해 규모와 이재민 현황을 파악한 뒤 ‘정읍시 주택화재 피해 주민 지원 조례’에 따른 긴급 지원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원금 외에도 생활 재건에 필요한 각종 제도적 지원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아직 진행 중이다.
“평생 살아온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상실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주민 C씨는 “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살아온 집인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잿더미가 됐다”고 했다. 그는 “쌀이며 옷이며 다 타버렸고, 이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아무 것도 손댈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령자들이 대부분인 금동마을 주민들은 당장 먹고 자고 씻는 일상조차 온전치 않은 상황에 놓였다.
주민 D씨는 “몇십 년을 함께 살아온 이웃들과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개인 공간 없이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이틀 머물다 끝날 일이 아니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걱정이 더 크다”고 했다. 생필품이나 의약품은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이들이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선 단순한 복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민들은 집을 다시 짓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막막하다고 말한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가 동행하며 돕는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 정읍시 관계자는 “주택 화재 지원 조례에 따라 지원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재민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주거복구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구까지의 현실적 시간과 심리적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편, 소실된 건축물 중 일부는 장기간 사용된 한옥형 구조물이거나, 기초보강이 필요한 오래된 창고들이었다. 이러한 건물의 재건은 구조 안전성, 재료 수급, 예산 확보 등 여러 난제를 동반한다. 정읍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구조안전진단과 보강공법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며, 일부 주민들에겐 무상 주택 리모델링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 건축사와 복지 전문가도 현장에 함께 투입돼 복합 지원을 돕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 피해 현장 긴급 방문
정읍 산불이 진화된 다음 날인 3월26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현장을 직접 찾았다. 김 지사는 불에 탄 주택과 농가를 둘러본 뒤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복구와 적극적인 행정 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며 “모든 행정 자원을 총동원해 이재민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덜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방문은 단순한 격려에 그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정읍시청과 전북도청 간 협력 체계를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복구 방안 마련을 위한 현장 회의도 직접 주재했다. 특히 그는 “지금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복구가 아니라, 이재민들이 다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형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도는 각 세대별 피해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생활 재건에 필요한 자원을 맞춤형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이재민들을 위한 1대1 전담 공무원제를 가동 중이다. 담당 공무원은 개별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연락을 통해 불편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며, 건강 상태나 정서적 안정을 고려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다른 지역 재난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정착된 전북도의 복구 지원 모델로, 이재민들로부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도는 중장기적으로도 생활 재건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임시 거처 제공, 주택 재건축 비용 지원, 복지 연계 서비스 등을 통해 피해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이번 산불을 단순한 자연재난으로 넘길 수 없다”며 “도 차원의 선제적 대응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 예산을 우선 반영하고,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 예방 대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읍시, 즉각적 대응 체계 가동
정읍시는 화재 발생 직후 곧바로 현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2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하자, 정읍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장 통합지원본부를 금동마을 인근에 신속히 배치했다. 소방, 산림, 경찰, 행정, 자율방재단 등 관련 부서를 총동원해 진화와 대피, 주민 안전 확보, 응급 조치 등을 동시에 진행했다. 유관기관 간 협조 체계도 원활히 작동했으며, 산불 대응 1단계 발령과 함께 전북도 임차 헬기 및 소방 항공장비가 투입돼 진화 속도를 높였다.
정읍시는 피해 주민들을 위한 일시 대피소를 소성초등학교, 소성교회, 마을회관 등으로 신속히 지정했다. 초기 혼선이 있었지만 현장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대피를 유도하고, 각 대피소에는 담요·물·즉석식품·응급약품 등이 배치됐다. 26일 오전에는 각 부서장급 공무원이 참석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후속 복구 및 주민 보호 계획을 점검했다. 전북도 소방헬기를 추가 투입해 재발화 가능성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정읍소방서와 고창소방서는 협업 체계를 유지하며 피해 건축물과 산림 구역에 대한 잔불 정리와 안전 점검을 병행했다. 일부 구간에 대해선 안전펜스 설치와 출입 제한 조치를 함께 시행해 2차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에 대한 조사는 농업기술센터 주도로 진행됐고, 가축이나 농기계 피해 여부도 면밀히 파악 중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조치는 과거 산불 대응보다 한층 체계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읍시는 복구 이후 단계까지 내다보며 유사 재난 재발 방지 대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산불 발생 지역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드론 촬영 및 열감지 장비를 활용한 감시 계획도 검토 중이다.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민 대상 사전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시의 재난 대응 체계를 한층 고도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불씨는 꺼졌지만, 삶은 여전히 불안
불은 꺼졌지만, 피해 주민들의 일상은 여전히 혼란과 불안 속에 있다. 정전된 마을에는 전기조차 복구되지 않았고, 불에 탄 집터에는 여전히 타다 남은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주민들은 복구 이전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조차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부는 화장실이나 취사 공간 부족으로 인근 마을 지인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등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독거노인은 도움이 절실하나 지원 손길은 제한적이다.
금동마을 주민 E씨는 “집 앞까지 불이 넘어왔을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 타고 난 뒤에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복구를 돕는다고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어디서 자고 밥을 해먹을지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잿더미 위에서 시작해야 하는 삶, 이는 단순히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정서적 안정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일부 주민들은 복구보다도 일상의 회복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대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체력과 정신력이 동시에 소진되기 때문에, 그만큼 지원이 촘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필품보다 지금은 잠을 푹 잘 수 있는 공간, 말벗이 되어주는 사람이 더 간절하다”는 말도 나온다. 전북도와 정읍시는 이 같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심리 상담과 복지 연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정읍시는 재난 회복의 우선순위를 ‘주민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주거 대책, 지역사회 복귀 프로그램, 노년층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마을 단위 공동주택 재건 지원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불씨는 꺼졌지만, 삶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 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는 정읍시 관계자의 말처럼, 앞으로의 복구는 행정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공동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재 원인, 아직은 미궁…정밀한 조사 진행 중
이번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고창군, 경찰·소방당국은 26일 오전부터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고창 성내면 논 인근을 중심으로 합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초 화재는 전봇대 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인근에 양수기 모터와 대나무밭이 있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전봇대 근처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다수 확보됐다.
이에 따라 전기합선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인근 주민들은 “최근 제사 기간이라 향을 피운 가정도 있었고, 바람이 세게 불어 불씨가 날아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창군 측은 “정확한 원인이 나올 때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 중”이라며 “전기 계통 결함, 인위적 실화, 자연적 요인 등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현장 감시카메라 분석과 드론 촬영 자료, 주민 진술, 전기공사 이력 등을 종합해 발화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해당 전봇대의 과거 정기점검 기록과 최근 수리 내역도 확인하고 있으며, 필요시 한국전력 등 관련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소각 흔적,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 잔여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화재 원인의 규명은 단지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일한 유형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대책 수립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읍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민가 인접 산림지역에 대한 특별 관리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고창군도 마을 단위 산불 예방교육과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복구는 시작됐다…중장기 대책도 필요
정읍시와 전북도는 단기적인 복구 지원을 넘어, 중장기적 생활 회복을 위한 종합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현재까지는 응급 복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제는 거주지 재건, 일상 복귀, 생계 대책, 지역 공동체 회복 등 여러 요소를 통합한 종합 복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와 시는 외부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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