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이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앞두고 있다. 군은 지난 3월까지 한국지식산업연구원을 통해 예비검토 연구용역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4월부터는 전문기관을 통한 본격적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군은 공공시설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단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제한된 지역 여건상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될 공공조직이 과연 행정 효율과 주민 편익이라는 두 목표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지,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왜 지금 공단인가…시설관리의 체계화 필요성
고창군은 현재 체육시설, 주차장, 캠핑장, 유스호스텔 등 대부분의 공공시설을 군 직영 또는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분산 운영에 따른 비효율성과 전문성 부족, 예산 누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은 “공공시설 증가로 인한 관리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겠다”며 공단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자체는 공공사무를 대행할 공단을 설립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내에서는 전주시·익산시·완주군이 이미 시설관리공단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군은 “고창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립 논의의 첫 관문…‘수익률 50%’ 충족할 수 있나
현재 고창군이 설립 대상으로 검토 중인 시설은 총 8곳이다. 푸른숲 자연장, 공영주차장(주차타워·고창읍성), 심원갯벌 오토캠핑장, 선운산·운곡습지 유스호스텔, 현수막 지정게시대, 종량제 봉투 유통 등이 포함된다. 군은 이들 시설이 운영비 대비 수익률 50퍼센트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군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군은 약 120개 시설을 대상으로 예비검토를 진행했으며, 오는 4월부터 11월까지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사업 적정성, 수지 분석, 조직·인력 수요, 주민 복지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전주시·익산시·완주군, 공단 운영의 온도차
전주시와 익산시는 대규모 시설과 충분한 수요 기반을 바탕으로 시설관리공단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영주차장, 장사시설, 청소대행 등 다양한 수익 사업을 통해 고정비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2023년부터 공단을 운영하기 시작한 완주군은 고창과 같은 군 단위로, 소규모 5개 사업부터 출발했다. 점진적 확대를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완주는 자체 수익보다 행정 효율과 조직 유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군이 이러한 지자체들과 비교할 때, 인구, 관광객 수, 예산 구조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무리한 확대보다 ‘현실에 맞는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설립이 능사인가”…일각의 우려와 의회의 주문
공단 설립이 곧 효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월 고창군의회 본회의에서 이선덕 의원은 “전주·익산처럼 재정자립도가 높은 시군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수익 기반이 크지 않은 고창에서 공단 설립이 인건비 부담만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운영 중인 인력과의 구조적 중복, 시설의 수익성 한계 등은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요인이다.
또한 조규철 의원은 공단 설립 과정에서 의회의 지속적인 협의와 중간 보고를 요청하며, 일방적인 추진을 경계했다. 고창군이 설정한 로드맵에는 오는 11월에는 주민설명회 등 주민 의겸 수렴과 12월에는 설립 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으며 연내 결정 여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의회 논의가 얼마나 깊이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관건은 군이 이 사업을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예산 낭비나 비효율적 조직 확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데이터와 투명한 결정 과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공단 설립, ‘선택’이 아닌 ‘검증’의 시간
시설관리공단 설립이 고창군의 공공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길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재정 부담이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관건은 곧 시행될 타당성 용역 결과에 달려 있다. 재정 부담, 운영 효율성, 주민 서비스 향상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서 충분한 설명과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군민의 세금이 투입될 중대 사안인 만큼, 수익성 분석과 조직 운용 계획, 인력 배치와 재정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필수다.
고창군의 시설관리공단 설립 논의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행정이 내세우는 기대 효과는 명확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지역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단 설립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의 문제’가 돼야 한다는 이유다.
이영윤 기획예산실장은 “전문기관 검토를 통해 타당성이 입증돼야 설립이 추진된다”며, “현재는 검토단계이며, 타당성 결과에 따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 목표는 공공시설 운영의 효율성과 주민 복지 향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이 고창에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도출돼야 한다. 이제 고창군이 설립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냉정한 진단과 성숙한 공론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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