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간해피데이 | |
|  | | ⓒ 주간해피데이 | |
|
| |
|
제5회 고창 동리배 농구판 농구대회가 지난 3월29일(토)부터 30일까지 고창군실내체육관과 성송체육회관에서 열렸다. 고창군농구협회와 ‘동리 디 온리(THE ONLY)’가 공동 주최하고, ‘동리 디 온리’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서울, 전주, 군산, 진주,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온 9개 팀과 고창 대표팀인 ‘고창슈터’를 포함해 총 10개 팀이 참가했다.
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한 주인공은 바로 신호진(34)·신호용(31) 형제. 동리 신재효 선생의 후손인 두 형제는 “농구를 통해 고창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면서, 민간의 힘으로 대회를 계속 열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인터뷰는 3월29일 오후 고창군실내체육관에서 대면 및 서면으로 진행됐다.
●먼저 두 분 소개 부탁드린다. ‘동리 디 온리’는 어떤 단체인가?
[신호진] 저는 고창에서 태어나 자라며, 고창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서울에 살고 있지만, 제 삶의 축은 여전히 고창을 향해 있습니다. 가까운 지인들 대부분은 제 덕분(?)에 고창을 한 번 이상 다녀가셨을 정도로, 평소에도 고창의 매력을 자주 소개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고려대학교 중앙농구동아리의 여름 합숙 훈련을 고창에 유치해오고 있으며, 고창고등학교 학생들과 입시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지역 기반 창업지원사업 ‘넥스트로컬’ 2기에 선정되어, 고창의 청년 농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고, 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결합해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 지금의 ‘동리배 농구대회’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동리 디 온리’는 말 그대로 저희 형제가 중심이 되어 기획·운영하는 소규모 단체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저희 선조이신 동리 신재효 선생님의 호에서 따온 것으로, 고창이라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동리’라는 단어 자체가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농구 대회의 이름으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디 온리(THE ONLY)’는 빠르게 발음하면 ‘동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유일한’이라는 뜻을 가져서 저희 브랜드의 철학을 반영하는 데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조상에 대한 존경, 고창이라는 고장에 대한 애정,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담고자 한 이름입니다.
[신호용] 저는 고창초, 고창중, 고창고를 졸업하며 고창과 함께 성장한 사람입니다. 모양성제, 청보리밭축제, 수박·복분자 축제 등 지역 행사들이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이자 정서의 일부이고, 그만큼 고창은 저에게 특별한 고장입니다. 무엇보다 고창은 동리 신재효 선생님의 고향이자,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유적지, 조선시대 읍성의 원형이 살아있는 모양성 등 다채로운 문화자원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이런 고창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동리 디 온리’는 고창이라는 공간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고창이라는 이름이 전국 각지 농구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선수들이 대회를 통해 고창을 방문해 보고, 체험해 보게 되는 것.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판소리를 하셨던 할아버지의 기억, 신재효 선생님의 뿌리를 잇고 있다는 생각이 저희 형제에게 중요한 자부심이기에, ‘동리’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창에서 농구대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솔직히 처음부터 이런 규모의 대회를 기획한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어쩌다 보니’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번 동리배 농구대회도 정말 어쩌다 보니 시작된 일이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창에서 농구대회 한 번 열어보자”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다가, 진짜로 대회를 열게 된 거죠. 1회 대회는 저와 동생이 직접 연락한 지인 팀들을 초청해 치른 친선경기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참가한 분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정말 즐거웠다’, ‘다음 대회는 언제냐’는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2회, 3회… 이렇게 이어지게 됐습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은 아주 단순합니다. “누구나 뛸 수 있는 농구, 모두가 즐거운 대회.” 그래서 처음부터 ‘승패보다 참여’에 중점을 뒀어요. 대회에서 지더라도 즐겁게 돌아갈 수 있고, 다음에 또 오고 싶어지는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대회의 틀이 잡혀갔고요. 2024년부터는 상반기와 하반기 대회의 성격을 다르게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반기에는 본래의 취지에 가까운 소통 중심 대회로, 하반기에는 생활체육 상위권 팀들을 초청해 보다 경쟁 중심의 대회로 운영 중입니다. 동리배 농구대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창을 방문하고, 좋은 추억을 쌓아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동리배 농구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며, 어떤 점이 특별한가?
저희가 운영하는 동리배 농구대회는 일반적인 생활체육 대회들과는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예선 탈락이 없습니다. 모든 참가팀이 최소한 세 경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예선 2경기와 본선 1경기를 기본 구성으로 하고 있어요. 보통 다른 대회는 예선에서 탈락하면 두 경기만 뛰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대회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충분히 경기를 경험하고 만족하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대회’라는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 기록상 시상을 다양하게 마련했습니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같은 기본적인 기록 외에도, 페어플레이상, 수비 엠브이피(MVP)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팀에 큰 기여를 한 선수들을 조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상금과 트로피뿐 아니라, 실질적인 ‘기억’이 남는 상을 주고 싶었거든요. 총 수상 수가 60개가 넘습니다. 또한 저희는 영상 제작과 해설, 유튜브 업로드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회 장면을 다시 보고 싶은 선수들도 많고, 참가하지 못한 지인들이나 가족들이 함께 경기를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죠. 사실 이런 부분은 운영 측면에서 굉장히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동리배만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활체육 대회에서 이런 시스템이 적용된 사례는 흔치 않다고 알고 있는데, 그만큼 저희는 참가자 한분 한분이 ‘기록되고 기억될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나 장면이 있을까?
동리배 농구대회를 다섯 번 치르면서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개인기록상을 받은 선수들의 반응은 정말 인상 깊습니다. 보통 농구대회에서는 1위부터 3위까지 팀 상만 존재하고, 개인은 수상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경기 기록을 통해 선수 개인의 활약을 구체적으로 남기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개인상을 시상합니다. 이런 기록상의 경우,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한 선수의 노력이나 헌신이 조명되는 기회이기 때문에, 수상자들이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선수는 대회가 끝난 후 “다음 대회에선 꼭 저 기록상 받아가겠다”며 웃으며 돌아서기도 했고요. 그런 말 한마디가 저희에겐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지역 특산물 협찬입니다. 대회 운영에 도움을 주시는 고창의 지인분들이 장어, 복분자, 땅콩, 각종 해산물 등 고창을 대표하는 다양한 특산물들을 기꺼이 내어주시곤 하는데, 선수들이 이 상품을 받아들고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창의 정이 잘 전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상금이 적다고 아쉬워하기보다는, 더 많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고민해온 결과가 잘 전달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 대회를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해주시는 것, 그것이 저희가 가장 바라는 반응입니다.
●‘동리배 농구대회’는 고창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나?
동리배 농구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서, 고창이라는 지역과 사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창구이자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회 이름인 ‘동리’부터가 고창을 상징합니다. 동리 신재효 선생은 고창이 자랑하는 인물이자 판소리를 집대성한 문화 인물인데, 저희는 그 분의 호를 대회 이름에 담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고창의 정신과 역사성을 끌어오고자 했습니다. 농구라는 현대적인 스포츠에 고창의 전통과 문화가 스며드는 방식이죠. 또한, 대회를 통해 고창을 처음 방문하는 참가자들이 많기 때문에, 저희는 그분들이 지역을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체험의 공간’으로 느끼실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고민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대회 참가자에게 고창의 대표 관광지나 맛집, 지역 명소를 안내해 드리는 가이드도 제공합니다. 일부 팀은 경기 사이에 모양성이나 선운사, 청보리밭을 찾아 다녀오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동리배 대회를 통해 고창을 다녀간 선수는 약 500명 가량이 되며, 대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숙소·식당·카페 등을 이용하게 되어, 지역 경제에도 작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번 고창에 거주하시는 지인들께서 대회에 필요한 물품이나 특산물을 협찬해주시곤 합니다. 이 부분에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이런 경험은 단순한 경기 참가를 넘어 ‘고창을 체험했다’는 인상을 남기게 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2024년에는 고창농구협회도 공식 출범하면서 앞으로는 협회와 함께 더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민간에서 시작한 소규모 대회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간 차원에서 다섯 번이나 대회를 이어왔다. 힘들었던 점과 보람은 무엇이었나?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비용적인 부담입니다. 동리배 농구대회는 상금도 제공하고, 모든 팀에게 최소 3경기를 보장하며, 개인기록 시상만 해도 60여 개에 이릅니다. 여기에 유튜브와 해설 등 컨텐츠적인 요소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단순 참가비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심판진·운영진 등 모든 인력에게도 최대한 정당한 보상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예산은 늘어나죠. 다행히도 고창군체육회와 고창농구협회, 그리고 몰텐(Molten) 스포츠, 모양기획을 비롯한 여러 후원처와 지인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대회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사실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 많습니다. 경기장 섭외부터 스케줄 조율, 심판·운영인력 구성, 대진표 편성, 기록 관리, 상품 준비 등 수많은 디테일을 챙겨야 하거든요. 그런 과정을 형제 둘이 거의 도맡아 진행해 왔기 때문에, 대회 전날까지도 머릿속이 복잡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정말 재밌었다”, “이런 대회 또 열어주세요”라고 말해주시거나, 직접 연락을 주셔서 “다음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해주실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건 모두가 즐겁게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이고, 그 목표를 조금씩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동리배 농구대회’에 대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현재는 연 2회, 상·하반기로 나누어 대회를 열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소 연 4회 이상 정기적으로 개최해 생활체육 농구 동호인들에게 더 자주, 더 안정적인 대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유소년 대회, 여성부 대회, 주말 리그 등 다양한 형태의 대회로 확장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농구를 좋아하는 더 많은 연령대와 다양한 구성원이 고창에서 함께 뛰고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다음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농구뿐만 아니라, 고창이라는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스포츠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고창은 훌륭한 체육 인프라뿐만 아니라 자연경관, 문화유산, 지역축제 등 스포츠와 연계하기 좋은 요소들이 많습니다.
결국 저희가 지향하는 건, 동리 신재효 선생이 판소리를 집대성하여 후대에 전한 것처럼, 저희도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해 고창의 가치와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저희 형제의 활동이 비록 작을 수 있지만, 고창이라는 고장의 이름을 누군가의 기억에 남기고, 다시 이곳을 찾게 하는 실마리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