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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과 복의 무대, 고창흥부설전이 남긴 전통의 확장
동리창극단 제3회 기획공연 성황…지역 특산물과 판소리 전통의 창의적 결합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11일(목)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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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극장에서 피어난 마당, 흥부가를 다시 짓다

전통 판소리 흥보가가 고창 복분자와 만나 새롭게 다시 쓰였다. 고창군이 주최하고 ()동리문화사업회(이사장 신유섭)가 주관한 제3회 동리창극단 기획공연, 극장식 마당놀이 고창흥부설전94일 저녁 고창문화의전당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고창의 대표 특산물 복분자를 주요 서사요소로 삼아 판소리 원형과 지역 정체성을 결합한 창작극으로, 전통과 현대, 서민의 삶과 지역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무대가 펼쳐졌다. 고창의 극장 안에서, 마당이 다시 살아났다.

 

고창 복분자가 가져온 서사의 전환

고창흥부설전은 동리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흥보가를 재해석해 만든 창작 마당놀이이다. 원작의 흥부는 제비가 가져온 박씨로 복을 얻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복분자가 그 상징을 대신한다. 극 중 흥부는 제비에게 받은 황금색 씨앗을 심어 붉은 열매, 복분자를 수확하고, 이 열매는 병을 낫게 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한다. 흥부는 이를 복분자’(스스로 복을 나눈다)라 이름 짓고 함께 나누며 부를 얻게 된다. 반면, 이를 흉내 낸 놀부의 가짜 복분자는 오히려 재앙이 되고, 끝내 진실은 밝혀지고 놀부는 처벌을 받는다.

극은 전통적인 인과응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고창의 대표 농산물을 창조적 서사로 끌어들였다. 동리창극단은 이처럼 지역성과 보편성을 함께 녹여낸 무대를 통해 관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며, 우리나라 특유의 복 나눔정서를 예술적 장치로 형상화했다.

 

극장식 마당놀이, 참여와 호흡의 형식

이번 작품은 기존 야외마당놀이의 형식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극장식 마당놀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구성됐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구성은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고 움직이며 서사를 확장시키는 구조였다. 연출과 극작은 정준태, 작곡은 이요현, 안무는 이민주가 맡았으며, 창악부·무용부·기악부 등 동리창극단 전체 단원이 출연해 다층적인 장면을 구성했다.

동리창극단 제작총괄은 신유섭 이사장이 맡았고, 권민정 총감독과 김경민 기획이 함께했다. 특히 고창농악보존회 전통연희예술단 고풍’, 경기 김포시 원진주소리단이 특별 출연해 지역과 지역을 잇는 협업 무대를 완성했다. 전통 판소리에 춤과 기악, 연희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장면들은 관객에게 흥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출연진은 모두 수개월간의 준비 끝에 결실을 맺으며 지역 문화예술의 역량을 확인시켰다.

 

동리창극단, 고창이 품은 소리의 뿌리

동리창극단은 2023년 판소리 사설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와 조선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창단된 전문 예술단체다. 첫 작품 옹녀전은 판소리 변강쇠가를 재구성해 해학과 풍자로 무대를 꾸몄고, 2024년에는 일제강점기 명창의 삶을 다룬 금파를 선보였다. 세 번째 작품인 고창흥부설전은 이전보다 지역 서사와 정체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공연으로, 고창이 단지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과거형 수식어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읽힌다.

창단 3년 만에 고창문화의전당에서 연이어 대작 창극을 올리는 동리창극단의 활동은, 고창군이 판소리·국악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문화정책의 일환이자, 지역예술인 중심의 창작 역량 구축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역의 이름으로 무대를 완성하다

공연에는 고창군의 공식 지원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함께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축사를 통해 고창 복분자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번 공연이 고창의 문화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발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조민규 고창군의장도 흥부의 나눔 정신과 복분자의 의미가 고창과 닮아 있다군의회도 동리창극단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극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신유섭 이사장은 가을빛이 번지는 들녘의 계절에, 웃음과 감동을 나누는 무대를 준비했다고 밝히며 이번 창극이 동리창극단의 정체성과 군민의 참여로 완성된 공연임을 강조했다. 정준태 연출은 삶의 시작과 끝이 아우러진 공간이 바로 마당이고, 마당이라는 삶의 무대를 극장 안에 옮겨온 만큼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을 딛고 미래를 여는 창작극극장 안의 마당, 지역예술의 방향성

고창흥부설전은 단지 창작 판소리 공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 판소리 흥보가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고창의 대표 농산물 복분자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복분자라는 지역특산물을 극의 중심 장치로 재해석해 지역문화자산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시켰고, 관객 참여형 연희 형식을 통해 관람의 문턱을 낮췄다. 특히 이번 공연은 고창군의 문화예술자원과 전통 판소리를 연결하는 시도를 넘어, 지역 서사를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보다 성숙한 창작의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고창의 문화예술 역량이 현장에서 구현된 사례이자, 동리창극단의 창작 기반이 지역민의 호응 속에서 공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문화의전당을 채운 관객, 장단과 어우러진 연희, 그리고 고창이라는 지역적 맥락이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며, 예술과 지역이 함께 나아가는 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기록으로 남겼다. 고창에서 열린 이 흥과 복의 무대는, 판소리 본향에서 창작극의 미래를 탐색하는 중요한 걸음이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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