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간해피데이 | |
|
|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앞 삼태천을 따라 조성된 800미터 길이의 전통 마을숲 ‘삼태마을숲’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왕버들 노거수 군락과 함께 오랜 풍수신앙과 공동체 유산을 품은 이 숲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지켜온 고창의 자랑이자, 전국적 가치가 인정된 생명의 숲으로 공인됐다.
200년 세월 품은 전통 마을숲, 국가가 지킨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과 고창군은 지난 9월25일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에서 ‘고창 하고리 삼태마을숲’의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이 숲이 지닌 역사·생태·공동체 가치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삼태천을 따라 조성된 이 마을숲은 총 길이 약 800미터, 폭 7~10미터 규모로, 전체 수목 224그루 가운데 왕버들 노거수(老巨樹)만 95그루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왕버들 군락지로 평가된다. 또한 버드나무, 팽나무, 곰솔, 상수리나무, 벽오동 등 다양한 수종이 안정적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삼태마을숲은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과 홍수 방지를 위한 호안림 역할을 200여 년간 수행해 왔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와 삼태천 범람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며 숲을 지켜온 사례는 지역 생태공동체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삼태마을숲이 생물다양성 보전, 하천 생태복원, 풍수지리 문화의 보전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충족한 결과다.
민속지리와 공동체 의식이 빚은 마을숲의 역사
삼태마을숲은 단순한 자연림이 아닌, 고창 지역의 오랜 민속신앙과 마을공동체 정체성을 함께 품은 상징적 공간이다. 조선시대 후반 제작된 ‘전라도 무장현도’에는 이미 삼태천을 따라 조성된 숲의 존재가 기록되어 있으며, 주민들 사이에선 ‘숲이 훼손되면 마을에 화가 미친다’는 속신이 전해져 온다. 이러한 믿음은 숲을 훼손하거나 가지를 함부로 자르는 것을 금기시하는 공동체 규범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비교적 온전한 생태계가 보존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지역에선 “삼태천이 배처럼 흔들리지 않도록 나무를 박았다”는 말도 전해지며, 숲이 단순한 경관을 넘어 민속지리적 상징물로 기능해 왔음을 보여준다. 고창군은 삼태마을 주민들의 이러한 생태적 감수성과 실천이 세대를 이어 자연환경을 지켜온 대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마을숲 기록화 사업 및 학술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생태공동체의 힘, 문화재로 꽃피다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행사는 고창농악의 흥겨운 길놀이로 문을 열었다. 이어 국가지정유산 지정 경과 보고, 삼태마을숲 보존 및 활용 방안 설명, 나무 이름표 달기 퍼포먼스 등이 진행되며,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최보근 국가유산청 차장이 심덕섭 고창군수에게 천연기념물 관리단체 지정서를 전달했다. 김숙희 고창군청 학예연구사(문화유산학 박사) 등에게 국가유산청장 명의의 표창도 수여됐다. 고창군은 그간 삼태마을숲의 문화재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체계적 보존관리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학술연구와 정기 생태조사를 병행해 왔다.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행정기관의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 오랜 세월 축적된 생태공동체의 의식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된다.
숲이 품은 마을, 마을이 지켜온 숲
심덕섭 고창군수는 이날 행사에서 “삼태마을숲은 단지 오래된 나무들의 집합이 아니라, 수백 년간 자연과 사람이 함께 이뤄온 생명의 터전”이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만큼 주민들과 협력해 숲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고창을 찾는 이들에게 교육적·문화적 감동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 군수는 이어 “이번 지정을 통해 고창군은 총 8개의 천연기념물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유산도시 고창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고, 성송면 주민들과 삼태마을 어르신들이 정말 기뻐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기존 고창의 천연기념물로는 ▲고창읍 교촌리 멀구슬나무,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 ▲아산면 중월리 이팝나무, ▲선운사 동백나무숲, ▲선운사 도솔암 장사송, ▲선운사 삼인리 송악이 지정돼 있다.
삼태천을 따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200년을 지켜온 고창 삼태마을숲이 국가의 품에 안기며 천연기념물로 공식 지정됐다. 이 숲은 기후 위기 시대,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를 넘어 생명 중심의 공존 가치를 재조명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마을이 숲을 지키고, 숲이 마을을 품는 구조 속에서 삼태마을은 생태공동체의 선순환 모델을 증명해 왔다. 고창 삼태마을숲은 이제 단지 고창의 자랑을 넘어, 전국이 함께 지켜야 할 생명의 숲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