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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가 도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도로 위에 새겼다. 지난 5월23일 열린 ‘2025년 제1회 정읍시 주소정보위원회’에서 정읍시는 ‘전봉준길’, ‘정극인길’, ‘무성서원로’ 등 세 구간을 명예도로명으로 새롭게 부여했다. 이들 명예도로명은 법적 주소로 쓰이지는 않지만,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정읍의 역사와 정신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도다. 정읍시는 전문가 자문과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도로별 역사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최종안을 확정했다.
동학의 정신, 전봉준길에 흐르다
전봉준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지도자로, 불의한 권력에 맞서 백성의 삶을 지키고자 싸웠다. 그는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정신으로 조선말 최대 민중운동을 이끌었고, 그 중심지가 바로 정읍이다. 이번 도로명 지정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로서 정읍의 위상을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상징이기도 하다. 명예도로명을 통해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이 땅에 깃든 저항과 민주주의의 씨앗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상춘곡의 고향, 정극인길로 이어지다
‘정극인길’은 칠보면 무성리에 위치한 정극인 묘역으로 향하는 길에 부여됐다. 정극인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문학 작품인 ‘상춘곡’을 지은 인물이다. ‘상춘곡’은 조선시대 문학의 흐름을 바꾼 기점으로 평가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유자적한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번 도로명 지정은 정극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는 동시에, 정읍이 지닌 예술성과 문화의 깊이를 되새기게 한다. 무심히 지나치던 길이 한 편의 고전처럼 여운을 남기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세계유산의 품격, 무성서원로로 드러나다
‘무성서원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무성서원 인근 도로에 이름이 붙었다. 무성서원은 고려 말에서 조선 시기로 이어지는 한국 성리학 교육의 거점이자, 지역 지식인의 공동체적 기반이었다. 이번 명예도로명 부여는 무성서원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문화적 깊이를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지역을 찾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세계유산과 마주하게 하는 길이자, 정읍의 문화적 품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길에 새긴 자긍심, 도시의 기억이 되다
지역의 길 위에 새겨진 이름은 곧 그 지역이 기억하고자 하는 세계다. 명예도로명은 법정주소는 아니지만, 지역 고유의 역사와 정체성을 공간 위에 되살리는 제도로서 의미가 작지 않다. 사용기간은 최초 부여일로부터 5년이며, 연장 여부는 정기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정읍시는 이번 결정에 앞서 충분한 전문가 자문과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각 도로명이 갖는 역사성과 공공성을 반영해 최종안을 도출했다.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지역의 기억과 마주하고, 그 위에 자긍심을 더하는 일이다.
정체성을 걷는 도시, 길에서 시작하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이번 명예도로명 부여는 우리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후대에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기는 뜻깊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읍의 역사적 인물과 장소가 널리 알려짐으로써 도시의 위상 또한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읍시는 향후에도 명예도로명 제도를 적극 활용해 도시의 기억을 구체적인 공간으로 연결하고, 주민의 참여 속에서 더욱 확고한 지역 정체성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거를 담은 이름이 오늘의 길이 되고, 오늘의 길은 미래의 뿌리가 되어 도시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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