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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공동체의 뿌리, 눌제의 귀환
정읍시, 눌제 역사규명 학술대회 열어, 고대 수리유산 실체와 보존 전략 모색
전문가들 “농업시설 넘어선 공동체 유산…복원·활용 위한 체계적 연구 필요”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17일(금)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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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정읍시가 눌제의 역사적 실체와 보존 방향을 규명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열며, 고대 수리유산에 대한 지역적 책임과 행정적 대응을 구체화했다. 정읍시가 고대 수리시설 눌제의 역사적 실체를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체계적인 보존·활용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눌제가 지역의 공동체성과 농업 기반을 형성한 핵심 구조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과거 황등제(익산), 벽골제(김제)와 함께 호남 삼호(三湖)로 일컬어졌던 눌제의 위상에 걸맞게, 정읍시는 눌제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926일 정읍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읍 눌제 역사규명 학술대회는 정읍시가 주최하고, ()전북문화유산연구원이 주관했다. 학술대회는 총 5건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구성됐으며, 고고학·건축학·지형분석·전시기획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눌제의 물리적·역사적 구성과 향후 과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눌제의 문화유산적 위상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정읍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풍부하게 구성할 전략적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조연설을 맡은 최완규 원광대 명예교수는 고대 저수지로서 눌제가 지닌 물적 유산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형성되고 유지되었던 근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뒤이어 곽스도 전북문화유산연구원은 눌제의 발굴조사 성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과거 호남 수리문화의 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실증자료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허의행 수원대 교수는 고지형 분석을 바탕으로 눌제의 원형 복원을 제안했다. 특히 지형 변화와 수로 배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제방 구조의 시대적 층위를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했다. 권순강 건축문화연구소 여지 소장은 눌제의 제방 형식과 관개 방식의 설계 논리를 설명하며, 당시의 수리기술 수준과 지역농업 환경에 맞춘 구조적 특징을 밝혔다. 또한 박세웅 동원건축사사무소 실장은 보존·전시·활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눌제가 단절된 유산이 아니라 시민과 연결되는 문화공간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국가유산청 강봉원 문화유산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복원정비의 현실적 과제와 활용 전략의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집중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참석자들은 눌제가 고대 농업 기반시설인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협력과 유지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기반이었다는 점을 공유하며, 향후 정밀 발굴과 복원 계획 수립, 문화재 지정 검토까지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 전반을 통해 드러난 공통된 시각은 눌제를 농업기술사 차원에서만 다루지 말고, 공동체 문명 형성과 관련된 역사문화유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협업을 통해 유지됐던 저수지라는 점에서 눌제는 과거 정읍 지역민들의 삶과 노동, 생존의 조건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체의 기억을 담은 수리시설로서 눌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단순히 문화재 지정이나 물리적 복원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 회복과 생활사 기록이라는 보다 섬세한 방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제안과도 맞닿는다. 정읍시는 이번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눌제의 복원과 활용 전략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학수 시장은 눌제는 정읍 농업의 근간이자 공동체 유산으로, 조사·연구·보존을 아우르는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에 제시된 의견을 행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저수지 하나로 축적된 고대의 기술, 협동, 생존의 방식은 오늘날 지역 정체성과 역사자산의 귀중한 원형이 된다. 눌제는 단지 물을 가두는 시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년간 정읍 사람들의 삶과 노동, 협력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살아 있는 구조물이다. 물길을 다스리고, 제방을 쌓으며, 공동체를 일구어온 사람들의 손길이 눌제의 토양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체 없는 기념이나 단절된 복원이 아니라, 그 손길의 궤적을 따라가며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 복원해내는 실천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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