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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서점마을’이 고창군 대산면 지석리에 들어섰다. 지난 10월11일 공식 개장한 ‘고창서점마을’은 6개의 독립서점이 모여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서점이라는 오프라인 기반을 지역재생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서점마을에는 ‘인문철학과 로스터리 커피의 만남’을 기획한 ‘세발자전거’, 그래픽노블 전문서점과 피트위스키바 ‘NO.9’(넘버나인), 여행 및 라이프 스타일 도서 및 디아이와이(DIY) 물품을 접목한 ‘목수의 책방’, 윤동주와 독립출판을 주제로 한 ‘초롱이와 쑥’, 나무의사와 어쩌다농부의 생태서점 ‘맹그로브’, 그림책 중심의 책방 ‘고릴라’까지, 각기 개성 있는 컨셉의 서점들이 입주했다. 책 판매를 넘어 북클럽, 북토크, 작가 초청 강연, 출판 워크숍, 낭독회, 숙박형 독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방문객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머무는 독자’로 변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젝트는 문화평론가 이윤호 촌장이 시작했다. 이 촌장은 성공회대에서 인문철학을 강의했고, 한국서점인협의회 서점아카데미 원장으로도 활동했던 서점 전문가이다. 패션회사 기획자 출신 이준호, 도시농업활동가 강준석 씨도 서점마을 추진을 주도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콘텐츠 기반의 마을 만들기’와 ‘전문성에 기반한 큐레이션 서점의 확산’이라고 한다. 그들은 이 마을을 ‘한국판 책의 마을’로 정의하고,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문화적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 특히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와이(Hay-on-Wye)’ 사례를 참고해,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 생태계가 실제 거주와 관광,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지역성과의 연결 또한 이 서점마을의 중요한 특징이다. 각 서점은 회원제를 도입해 지역 주민과의 유대감을 높이고, 고창 특산물과 농산물을 함께 소개하며 지역 상생을 실천할 계획이다. 일부 서점은 지역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굿즈를 제작하고, 지역 농가와의 연결을 통해 체험형 독서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해리면 라성리에 있는 ‘책마을해리’(촌장 이대건), 신림면 신평리에 있는 ‘책이있는풍경’(촌장 박영진), 공공도서관 및 작은도서관과의 창조적인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개막식에는 심덕섭 군수와 군의원, 윤준병 국회의원, 지역 문화예술인 등이 참석했으며 이철수 판화가,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등이 축사를 했다. 김환영 작가의 샌드아트 공연과 여균동 영화감독이 함께 한 다문화영화제가 펼쳐졌으며, 지난 2월 ‘윤동주-문학지도, 걸어야겠다’(아르떼)를 펴낸 김응교 작가의 북토크 ‘시로 읽는 윤동주’가 진행됐다.
가을밤을 수놓은 아름다운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민중가수 윤선애는 ‘가을밤’, ‘강매’, ‘부용산’,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들려줬으며, 평화가수 홍순관은 ‘쌀 한 톨의 무게’, ‘나처럼 사는 건’, ‘힘내라 맑은 물, ‘조율’ 등을 선사했다. 책방 ‘넘버나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피트위스키 테이스팅 행사도 펼쳐졌으며, 다양한 먹거리 장터도 마련됐다. 이날 서점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다양한 주제의 책방을 방문하며 책을 구입하고 서점지기들을 응원했다. 서점마을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심덕섭 군수는 “서점마을은 정주 인구 유입, 문화 일자리 창출, 체류형 관광을 연결하는 종합적 플랫폼”이라며 “농업 중심지 고창이 책을 매개로 한 문화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창서점마을’은 사라져 가던 오프라인 서점의 생존 전략이자, 지역 문화산업의 혁신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위축된 출판 생태계에 오프라인 경험과 지역성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접목되며, ‘책으로 먹고사는 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서점마을은 책과 사람, 지역을 연결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서의 실험을 시작했다. 아직 모든 가능성이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문화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출발하고 있다. 고창서점마을 이준호 사무국장은 “‘책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다. 이곳은 활자와 삶이 공존하는 실험의 장이며, 콘텐츠 자생력을 갖춘 문화적 생태계로 기능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방문자와 소통하며, 서점지기 각자의 전문성과 관심사가 뿌리내리는 이 마을은 단지 서점을 넘어서 책을 매개로 한 문화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문화적 실험이자 지속가능한 지역살이의 한 형태로, 이 마을은 앞으로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진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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