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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의 고장 고창에서 열린 오버랜딩 행사가 생태 보전과 지역 관광 사이의 균형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고창군이 해양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한 ‘오버랜딩 대축제 in(인) 고창’이 세계자연유산 인접 해안에서 열리며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고창군은 공유수면 사용허가와 주민협의를 거친 합법적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는 생태계 훼손과 유네스코 관리지침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강력한 중단을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0월17일(금) 오전 행사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해당 행사는 17일 오후 2시부터 ‘동선 확인 및 제반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18일~19일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명사십리 해안, 그 쟁점을 짚는다.
150대 차량 질주한 명사십리 해변
고창군은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상하면 동호 명사십리 해안에서 ‘오버랜딩 대축제’를 개최했다. 8.5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사장을 따라 150여 대의 사륜구동 차량이 퍼레이드·캠핑 및 오버랜드·오프레드 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오프로드 동호회 ‘조선추노꾼 와일드케이’가 주관하고, 고창군은 5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참가비는 5만원이다.
고창군은 10월17일 오후 6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번 행사를 ‘명사십리 관광개발사업’의 시범적 절차로 설명하며, 해양수산부에서도 지역 해양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적극 협조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행사 전 군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정식으로 받고, 해양생태계 보호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상하면사무소와 장호어촌계 등과의 공청회를 통해 주민 협조를 사전에 구했다고 덧붙였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세계유산 관리지침 위반” 주장
환경단체는 이번 행사를 세계유산 보전원칙에 대한 정면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0월17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행사 지역은 비록 행정구역상 세계자연유산 지정 경계선 바깥이지만, 고창갯벌과 지질·생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완충지대에 해당한다”며 “완전성과 진정성을 보전하라는 유네스코의 관리지침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특히 명사십리 해변은 직선형 복합 해안으로 갯벌과 모래가 공존하며, 사구식물과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로서 높은 학술·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단체는 “대형 차량이 조간대 상부를 밟고 지나가는 것은 저서생물 서식지와 사구지형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모래 유실과 해안 침식의 가속 요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고창군은 유네스코 타이틀 7개를 보유한 생태보전 상징지역으로, 이번 행사는 보전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행사를 당장 중단하고, 명사십리를 세계유산구역으로 확대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창군 “법적 절차 준수…환경관리 철저”
고창군은 “이번 행사는 해양수산부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공모사업과 연계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갯벌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군은 공유수면 사용 허가 시 유의사항으로 제시된 생태계 보호·오염물질 관리 등의 지침을 모두 이행하고 있으며, 행사 구조물도 종료 즉시 철거하고 원상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사전에 장호어촌계와 충분한 협의를 진행했고, 어업이나 주민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한 지역 상생형 축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명사십리 관광자원화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향후 해양레저와 생태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완충지대에서 해양관광…위험과 기회 사이
쟁점은 ‘세계유산 완충구역에서의 인간 활동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로 압축된다. 유네스코는 유산 구역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인접 지역의 외부 위협까지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고창 명사십리는 지정구역 외곽에 있으면서도, 갯벌·사구·조간대 등 생태적 연계성이 강한 권역이다.
지역 내에서는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해양관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로 고창군은 지난 수년간 서해안권 관광 콘텐츠 발굴에 주력해 왔고, 이번 행사는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보전지 주변의 위협 요인을 방치하면 궁극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취소 등 국제적 신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균형의 해법은 가능한가
생태보전과 지역경제는 늘 충돌하는 듯하지만, 양립 불가능한 가치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관광은 환경 파괴 없이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과학적 생태영향 평가와 사후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창군이 강조한 ‘지속가능한 상생형 축제’가 실현되려면, 환경단체의 우려를 단순한 반대의견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행정의 적극적이고 투명한 검토 절차, 그리고 생태 전문가·주민·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 구조가 병행될 때만이, 고창이 가진 유산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정립할 수 있다.
명사십리 오버랜딩 논란은 고창군의 해양관광 전략과 세계유산 보전 간 충돌을 드러낸 사례다. 해양자원의 활용과 생태보전이 상충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생태영향 검토와 지역사회 전반의 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고창이 유네스코 7대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지켜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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