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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물결이 고창읍성을 감싸고, 에스엔에스(SNS) 속 릴스가 세대를 연결하며, 자매도시의 인연이 성곽을 넘어 미래로 이어졌다.
고창愛, 물들다
11월2일 막을 내린 제52회 고창모양성제는 ‘완성형 축제’라는 명제에 정확히 부합하는 축제였다. 군민이 주도하고, 모든 세대가 참여했으며, 방문객은 머물렀고, 세계와 연결되었다. 슬로건 ‘고창愛 빠지다, 모양愛 물들다’는 축제의 모든 결을 담아냈다.
축제는 고창읍성에서 시작돼 전통예술체험마을, 꽃정원, 그린마루까지 동선을 확장했다. 군민과 관광객은 각각의 공간에서 특색 있는 콘텐츠를 체험하며 고창의 역사와 감각을 오롯이 받아들였다. 이 확장은 단순한 공간 분산이 아니라, 머물고 걷고 기록하는 동선을 위한 설계였다.
핵심 프로그램인 답성놀이는 14개 읍·면에서 참여한 600여명 여성회원의 한복 행렬로 정점을 찍었다.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도는 전통 속에, 관광객과 사진작가, SNS 콘텐츠 제작자가 함께한 이날의 고창읍성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역문화의 원형이었다.
전 세대의 체류형 축제
올해 모양성제는 연령과 세대, 국적을 초월하는 참여형 축제로 진화했다. 큐알(QR)탐험대 ‘사랑愛 빠진 모양’, 릴스 챌린지, 답성놀이 홍보관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엠지(MZ)세대의 호응을 이끌었다. SNS상에서 확산된 이 콘텐츠들은 축제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디지털 현장’을 만들어냈다.
패밀리존·힐링쉼터·먹거리존 운영은 관람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만족도를 높였다. 향토음식 부스와 플리마켓에는 지역 상인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운영방식은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이에스지(ESG) 실천 사례로 주목받았다.
고창읍성의 역사성과 현재성이 만나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한 축제 공간은 군민이 주체가 된, 기획-실행-참여 전 과정의 로컬 거버넌스 축제로 완성되었다.
군민이 만든 거리, 공동체를 걷다
11월1일 고창읍 시가지는 1500여명의 퍼레이드 참가자로 가득 찼다. ‘우린 누군가의 히어로’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거리 퍼레이드는 각 읍·면 주민, 기관·단체, 학생, 외국인 근로자까지 함께 어우러진 공동체적 장면을 연출했다.
일상과 역사, 평범과 상징이 혼합된 연출 속에서 고창의 지역정체성과 공동체정신은 도심 공간을 가로질렀다. 퍼레이드 일정을 토요일로 조정한 운영상의 변화, 관람객에게 제공된 선물 배포 방식, 다양해진 행렬 구성은 관람객 참여율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날 퍼레이드는 단순한 흥행 이벤트가 아니라 고창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의 히어로’로 등장한 사회적 장면이었다. 이는 축제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들었다. 축제란 무엇인가. 바로 공동체가 서로를 재확인하는 순간이다.
자매도시에서 세계유산까지
고창모양성제가 국내·외 네트워크의 플랫폼으로 작동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서울 마포구, 성북구, 광주 남구, 부산 동래구, 상주시, 정선군, 장흥군, 고창함, 일본 시만토정 등 총 9개 자매·우호도시 및 기관이 축제를 통해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일본 시만토정은 13년째 이어진 양 도시 간 우정의 상징으로 이번에도 정장과 의장이 직접 방문해 개막식에 참석하고 고창읍성 일원을 둘러봤다. 개막식 교류 행사에서 관광·경제 분야 협력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고창은 그 접점에서 전통문화도시로서의 브랜드를 확장했다.
이 같은 도시 간 문화교류는 축제가 단순한 지역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네트워크의 실질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모양성제를 매개로 한 세계유산 기반 국제교류 사업의 확대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완성형 축제’를 넘어서
고창모양성제는 역사적 공간에서 열린다. 조선 초기 축조된 고창읍성(둘레 1684미터)은 전통과 신화를 품은 성곽이다. 성을 돌면 병이 낫고, 장수하며, 극락에 이른다는 전설이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성을 돌고 걷는 답성놀이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을 되짚는 예식’이다.
이러한 장소성과 신화성, 현대적 운영 시스템, 세대별 콘텐츠, ESG 실천, 경제적 환류, 국제교류까지를 아우른 제52회 고창모양성제는 더 이상 ‘지역축제’라는 틀에 가두기 어렵다. 이는 이제 고창의 문화정체성을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관계, 세대 간 감각을 통해 구현하는 ‘지역문화 통합 장치’로서 자리잡고 있다.
고창, 축제를 넘어 ‘장소’를 다시 쓰다
11월2일 폐막한 제52회 고창모양성제는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과 세계, 전통과 현대, 기획과 참여, 일상과 의례가 응축된 ‘복합형 문화 실천장’이었다. 군민이 직접 만들고, 방문객이 체류하며, 타도시와 교류하고, 세계유산의 가치를 구현하는 이 축제는 향후 고창이 지향할 문화도시 비전의 단면이기도 하다.
심덕섭 군수는 “군민이 주체가 되어 만든 지역공동체 축제의 정수를 보여준 이번 모양성제가, 앞으로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창모양성제는 이미 축제를 넘어 고창이라는 ‘장소’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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