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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이 원전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돼 온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빛원전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있음에도 ‘지역자원시설세’(이하 원전세)에서 철저히 배제돼 온 고창군이 내년부터 매년 25억원 가량의 보통교부세를 받게 된다. 오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조치이자, 지역 안전대책 마련과 주민보호를 위한 실질적 재정기반이 처음 마련된 셈이다.
고창군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 행정안전부는 지방교부세위원회를 열고 원전소재지 광역지자체가 아닌 비상계획구역 내 기초지자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고창군은 내년부터 전남도의 인접 기초지자체(장성·함평·무안)와 동일한 기준의 국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행 제도에서 원전세는 핵발전소가 실제로 위치한 영광군에 65퍼센트, 전라남도에 15퍼센트, 그리고 장성·함평·무안 등 전남의 3개 시군에 20퍼센트가 배분된다. 같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고창군은 영광군과 같은 실질적 피해 가능성은 공유하면서도 세수 혜택에서는 완전히 배제돼 왔다. 영광군은 해당 세금으로만 연간 240억원가량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고창군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해왔다.
이번 제도 개선은 윤준병 국회의원과 고창군의 치밀한 협업 결과다.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2024년 2월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한빛원전 소재지인 전남도와 영광군에만 원전세가 배분됐다(전라남도는 자체 판단에 따라 장성·함평·무안 등 인접 기초지자체에 일부를 임의 배분해왔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의 심의과정에서 행정안전부는 ‘원전세는 원칙적으로 소재지에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비소재지 기초지자체(비상계획구역)의 경우라도 관할 광역지자체가 소재지인 경우(장성·함평·무안 해당)에만 배분이 가능하도록 개정안이 제한적으로 통과됐다. 따라서 비소재지인 전북도와 도내 기초지자체(고창군·부안군)는 배제됐다.
이처럼 형평성이 어긋나는 개정안과 관련해, 당시 국회 상임위원회는 “행정안전부는 비상계획구역을 관할하지만 원전이 소재하지 않은 광역지자체에 속해 원전세를 받지 못하는 기초지자체에 대해, 별도의 재정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보통교부세 지원 결정은 이러한 조건이 이행된 결과다. 윤준병 의원과 고창군은 행정안전부와의 지속적인 협의 끝에 보통교부세를 통한 재정지원 방안을 공식화했다.
윤 의원은 “한빛원전의 방사능 피해 반경에 있음에도,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재정지원에 차별을 받아왔던 고창과 부안에 드디어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이 확정됐다”며 “행정안전부와의 수없는 협의와 설득 끝에 이뤄낸 결실이여서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민들의 안전과 방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묵은 현안을 해결하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창군 역시 제도 개선을 위한 외부 압박과 내부 대응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심덕섭 군수는 지난 9월 행정안전부 방문, 100만 주민서명운동 챌린지 참여, 기자회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중앙정부에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 결과 고창군도 마침내 비상계획구역 내 재정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심 군수는 “늦었지만 고창군에 대한 보통교부세 지원이 확정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앞으로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등 원전 영향권 내 주민 처우 개선과 권리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안부 결정은 고창군 외에도 부안군, 강원 삼척시, 경남 양산시 등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던 4개 비상계획구역 내 자치단체가 포함됐다. 이들 지자체는 각각 관할지역에 원전은 없지만 피해 반경에 속해 있어,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전남 장성·무안·함평 등과 동일한 수준의 교부세를 받게 됐다. 재정지원액은 한빛원전의 발전량에 따라 변동되며, 2025년의 경우 장성·함평·무안은 각각 24억7천만원의 원전세를 교부받았다. 고창군은 해당 재원을 활용해 방사능 대비 주민 보호대책, 지역 방재 인프라, 안전교육 강화 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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