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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이전, 불의한 권력에 맞선 민중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출발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항쟁의 기원이 된 동학농민혁명이 헌법 전문에 새겨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울려퍼졌다. 지난 10월31일, 국회에서는 이학수 정읍시장과 김준혁 국회의원, 동학농민혁명 전국 단체, 그리고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동학농민혁명 헌법 전문 명시 촉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헌법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다시 묻는 발제와 토론, 그리고 공동선언문 발표가 이어졌다.
정치권과 학계, 동학 관련 단체들은 동학농민혁명을 3·1운동의 뿌리이자, 근대 국민국가로 나아가는 민중의 항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94년 전봉준과 농민들이 외친 ‘사람이 하늘’이라는 외침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의 맨 앞줄에 서 있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이는 동학농민혁명이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근본으로 재평가돼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으로 이어졌다.
토론회의 핵심은 동학농민혁명의 헌법 전문 명시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 제기였다. 발제자로 나선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형진 동학학회장 등은 헌법 전문의 상징성과 시대정신 수용 기능에 주목했다. 헌법은 단순한 법률 조항의 나열이 아니라, 한 국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함축한 정신적 기둥이라는 점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위치는 결코 제외되어선 안 된다는 논지를 폈다.
이날은 특히 학계와 정치권이 ‘동학농민혁명 헌법 명시’라는 주제 아래 발제를 공식적으로 갖고 토론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어진 토론에는 동학농민혁명 연구자들과 헌법 전문을 연구해 온 헌법학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헌법 전문 명시에 필요한 법적 조건과 절차, 사회적 타당성, 시민적 공감대를 두루 검토하며, 향후 입법적 실현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들은 “국민의 역사를 반영하는 헌법이라면, 동학의 이름과 정신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 직후 참석자 전원은 국회 본관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동학농민혁명의 명칭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할 것 ▲정부와 국회가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 ▲정읍과 전국 동학 단체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입법운동의 출발을 알렸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공동선언 직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동학농민혁명 이후 이어진 국민의 끈질긴 투쟁과 희생 속에서 발전해 왔다”며 “그 출발이자 뿌리를 헌법 전문에 새기는 것은 지금 우리가 가야 할 역사적 과제이며, 정읍이 그 선두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전문 개정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역사적 정의 회복과 민중의 주체적 참여를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과정이다. 1987년 개정 이후 38년째 제자리인 헌법 전문의 구조 속에, ‘사람이 하늘’이란 외침이 자리 잡는다면 이는 단지 과거의 복원이 아닌, 미래 세대에게 전할 민주주의의 진경을 새기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화두는 명확해졌다. 그 외침을 헌법 속 글자로 담아낼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기억 속으로 밀어낼 것인가. 싸움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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