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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셋째 주 목요일 밤, 고창의 시인들이 시를 들고 모인다. 『시맥』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걸어온 열 해의 기록이, 열 번째 시집으로 묵직하게 책상 위에 놓였다.
시로 엮은 10년, 고창의 시맥을 지키다
고창시맥회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아 시 전문 동인지 『시맥』 제10호를 11월11일 도서출판 청동에서 발간했다. 2016년 1월15일 서정태·박종은·표순복·유영숙 시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고창시맥회는 고창지역 유일의 시문학 전문단체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저녁, 시를 나누고 낭송하고 토론해 온 이들의 꾸준한 활동은 『시맥』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한 권씩 엮여왔다.
이번 10호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구성 면에서도 다채롭다. 회원 전원이 참여한 ‘포토 앤 포엠’(Photo & Poem) 코너에는 회원들의 자작시와 함께 각자의 사진과 자작시가 함께 실려 있어, 이미지와 언어가 어우러지는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고창이 보유한 유네스코 7대 세계유산을 선양하기 위해 회원마다 각 1편씩 수록되었는데, 고인돌 유적, 판소리, 운곡람사르습지, 고창농악, 고창갯벌, 전북 서해안 세계지질공원, 동학농민혁명기록물까지 고창의 정체성을 시로 다시 부각시켰다.
매월 셋째 주 밤을 지켜온 문학의식
고창시맥회의 가장 큰 특징은 월례회 형식의 공동 창작 활동에 있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 고창지역의 시인 15명 내외가 모여 각자의 창작시 1편씩이 담긴 소책자 ‘시의 맥을 잇는 시’를 제작·공유한다. 회원 모두가 차례대로 자작시를 낭송한 후, 주제를 정해 자유로운 시담(詩談)을 이어가며, 문학적 교류를 일상으로 실현해 왔다.
이번 『시맥』 10호에도 회원 개개인의 정기 창작물이 실려 있다. 박종은 회장, 표순복 부회장, 유영숙 사무국장을 비롯해 최재언, 김병휘, 박종란, 유영숙, 이인헌, 최순옥, 정남진, 고운기, 홍선경, 김용수, 박혜정, 조상호 시인이 4편씩의 시를 수록했다.
세계유산 품은 시, 지역과 시인의 만남
이번 제10호에서 눈에 띄는 구성은 고창의 유네스코 관련 7대 세계유산을 테마로 한 시편들이다. 지역유산과 문학을 잇는 시도는 고창을 살아가는 시인들의 감각으로 다시 번역된 문화적 기록이다. 또한 ‘회원 시집 다시 읽기’ 코너에서는 김병휘 시인의 『사과 여행』과 이인헌 시인의 『세월의 눈빛은 사랑이다』를 박종은 회장이 평론의 형식으로 재조명했다. 창작뿐 아니라 읽고 해석하는 과정도 시맥회 활동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동인지 발간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문화예술지원금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고창에서 시작된 목요일 밤의 기록
시맥회가 발간한 제10호 『시맥』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다. 월례회라는 공동 실천, 유네스코 자산에 대한 지역 시인의 응답, 사진과 시를 함께 엮은 정성스런 편집 등은 이 작은 책자를 고창 시문학의 기록지이자, 생활 속 문화운동의 결과물로 만들었다. 시맥회의 노래에도 담긴 것처럼 “또 십 년이 오고 백 년이 흘러도” 고창시맥회는 시와 함께 목요일 밤을 지켜갈 것이다.
『시맥』 제10호는 지역에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십 년 동안 지켜온 문학적 신념의 기록이다. 일년 열두 달, 열두 번의 목요일이 모여 하나의 시집이 되듯, 지역에서 글을 쓰고 낭송하고 토론해온 실천은 고창이라는 장소성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획득한다. 고창시맥회는 향후에도 정기 월례회를 바탕으로 고창의 시 정신을 지켜내며, 생활과 지역, 문학을 함께 엮는 문화 기반을 차곡차곡 쌓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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