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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소년이 두드리던 북소리는 여든의 예인에게로 이어졌고, 판소리는 그 북소리로 다시 살아난다. ‘천재소년 설장고’에서 ‘고수의 고수(高手)’로 불리는 예인이 되기까지, 김청만 명인의 북 인생 65년이 고창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제35회 동리대상 시상식이 11월6일 오후 고창문화의전당에서 열렸고, 올해 수상의 영예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고법 보유자인 김청만 명인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고창군 주최, (사)동리문화사업회 주관으로 헌화와 기념식을 시작으로 김 명인과 제자들이 함께한 북 산조 공연, 신영희 명창이 참여한 전통국악 공연, 동리창극단의 창극 ‘고창흥부설전’ 공연까지 함께 펼쳐지며 예인의 발자취와 고창의 판소리 정신이 무대 위에서 교차했다. 앞서 지난 9월 창극 ‘고창흥부설전’은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1946년 목포에서 태어난 김청만 명인은 13세에 직접 만든 장구를 두드리며 예술 인생을 시작했다. 달성소년농악단 창단, 여성국극단 합류, 국립창극단 활동을 거쳐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과 서울예술대·부산예술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법 예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2007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3년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고법 보유자로 지정된 이래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전국 각지를 돌며 교육과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김 명인은 “소리꾼을 살피고 북으로 숨결을 이끌어주는 것이 진짜 고수”라며 “후학 양성과 전통예술 보존에 더욱 힘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사단법인 일통고법보존회 이사장으로서 전통국악타악의 전승과 무대예술화에 앞장서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민속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창극 ‘춘향전’, ‘시집가는 날’ 등의 대형 공연도 기획·연출했다.
고법은 단순한 반주 이상의 역할을 한다. 창자의 감정과 호흡을 북으로 이끌고 판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고수는, 소리와 장단을 넘어선 연출자로서의 감각이 필수다.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이라는 말처럼 판소리 완성도의 절반은 고수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김청만 명인은 이를 평생 실천해왔다. 그는 제자를 가르칠 때도 먼저 ‘인간이 될 것’을 가르치고, 언제나 기술보다 사람됨을 강조한다. 이 같은 철학은 단지 무대 위 퍼포먼스를 넘어 예술을 사람 중심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가는 김 명인의 고법 예술관을 대변한다.
동리대상은 고창 출신으로 판소리 사설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내 판소리 부문 최고 권위의 상이다. 판소리 진흥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매년 선정해 시상하며, 고창의 예술적 정체성과 전통 문화의 뿌리를 이어오고 있다.
고창문화의전당 무대 위에서 김청만 명인의 장단은 단지 과거를 기리는 울림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고창의 판소리 정신을 다시 지금 이곳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리듬이었고, 제자들과 함께 이어갈 다음 무대를 향한 북소리였다. 김청만 명인의 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창은 동리 신재효의 고향이자, 고법과 판소리 정신이 공존하는 무대다. 전통은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울리고 함께 숨 쉬며 이어질 때 살아남는다. 김 명인의 삶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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