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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며 이어온 굿의 시간, 살아 있는 ‘풍무’의 무대
고창농악보존회 창립40주년 기념공연 ‘풍무’, 굿의 전통과 무대예술의 재구성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19일(수)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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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굿의 자취가 이어진 시간은 고창의 들판과 마을을 지나 세대를 건너며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고창농악보존회는 창립40주년을 맞아 굿의 전통을 예술로 재구성한 기념공연 풍무를 통해 공동체가 지켜온 소리를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리고 있다.

 

유네스코 농악, 지역 무대에서 40년을 돌아보다

고창농악은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인류무형유산이자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이며, 고창 7대 보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 농악을 보유한 ()고창농악보존회는 공연과 교육, 축제, 아카이브 사업 등을 이어오며 굿문화를 지역에 뿌리내리게 한 주체로 활동해 왔다. 그런 보존회가 창립 40년을 맞아 1121일 금요일 오후 730, 고창문화의전당에서 기념공연 풍무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고창농악보존회 4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이자, 그동안 현장에서 치러진 굿을 발굴해 무대에 옮겨온 대표 브랜드 공연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주최와 주관은 고창농악보존회 4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고창농악보존회, 고창군이 맡고, 고창문화관광재단과 고창문화도시센터가 후원에 참여한다. 모든 좌석은 무료로 개방되며, 관람을 원하는 군민과 관객은 전화 예매(010-3132-4160)를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브랜드 공연 풍무의 축적과 재구성 구조

풍무라는 이름의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풍무는 현장에서 이어져 온 굿판의 흐름을 발굴해 무대예술로 재해석해 온 대표 브랜드 공연이다. 보존회는 2008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선보인 고창농악 고깔소고춤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호암아트홀에서 풍무시리즈를 본격화해 문굿·풍장굿·도둑잽이굿·판굿·구정놀이 등을 무대화하며 고창농악의 연행 형태를 꾸준히 기록해 왔다. 현장에서 이루어졌던 다양한 굿판을 장르별로 새로 엮어 무대작품으로 선보인 이 작업들은, 고창농악이 기록과 재구성을 통해 축적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과거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순환이 아니라, 40년 동안 만들어 온 무대들을 다시 점검하고 지금 시점에서 어떤 구성으로 보여줄지 선택하는 작업에 가깝다. 어떤 굿을 앞세우고 어떤 장면을 뒤에 배치할 것인지, 세대가 다른 연희자들을 어떤 조합으로 세울 것인지가 모두 보존회의 판단에 따라 다시 짜인다. ‘풍무의 역사는 한 농악단체가 어떻게 브랜드 공연을 만들고, 연속된 시리즈 속에서 농악의 여러 얼굴을 분할·재조합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풍장굿의 들소리복원기록과 사람의 만남

올해 공연의 핵심은 풍장마당에서 확인된다. 풍장 마당은 벼농사의 전 과정을 중심에 두고, 고창 각 마을에서 농사 절기마다 불렸던 노동요를 다시 모아 세운다. 물푸기 소리, 모심기 소리, 만두레 김매기 소리, 장원질 소리 등은 한때 들판의 일상적인 배경음이었지만, 지금은 음원 기록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보존회는 이 소리들을 1991년부터 1994년 사이에 채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무대에서 복원하고, 당시 연행자였던 향산마을 어르신을 함께 초청해 무대 위에서 소리를 다시 불러낸다.

관객은 물을 퍼 올리고 모를 옮겨 심고 잡초를 매고 장원을 다지는 벼농사 전 과정을 소리와 장단의 흐름을 따라가며 확인하게 된다. 채록된 자료와 어르신의 육성이 현재의 무대와 이어지는 순간, 고창농악보존회가 지역의 소리를 어떻게 수집하고 보존해 왔는지, 그리고 그 작업이 다시 공연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구성은 기록과 사람, 과거와 현재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보존회는 농요의 맥을 잇기 위해 어르신의 경험을 연행 속에 직접 담아 전승 과정 자체를 무대 위에 펼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시도는 고창농악이 지역 공동체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예술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열두 잡색과 탈, 굿판이 비추는 공동체 얼굴

굿판이 열리면 광대들의 시간도 열린다. 잡색놀이는 열두 잡색이 각기 다른 몸짓과 이야기를 품고 등장하며, 고창농악보존회가 오랫동안 전승해 온 굿의 주요 장면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연희자들이 직접 제작한 탈을 쓰고 등장해 양반과 망구, 중광대와 각시, 조리중, 홍적삼, 창부, 비리쇠, 동방치마, 대포수 등 각 잡색의 춤과 재담을 펼친다. 이는 굿판의 해학과 풍자를 무대예술로 옮기는 과정으로, 관객은 탈 안에 감춰진 감정과 공동체의 정서를 함께 바라보게 된다. 보존회는 잡색놀이를 무대 속 핵심 축으로 유지하면서도 연출적 각색을 통해 공연의 호흡과 장면 변환을 더욱 정교하게 구성했다.

 

판굿·구정놀이의 신명 구조를 현대적으로 엮다

판굿과 구정놀이는 고창농악의 신명 구조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며, 고창농악 판굿의 계보를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하는 마당이다. 오늘날 전승되는 고창농악 판굿은 해방 전후 박성근·김만식·이모질 선생이 다져온 연행 체계를 바탕으로, 이후 황규언 선생이 고창농악대를 창립하면서 큰 틀을 이어 왔다. ()고창농악보존회는 이 계보 위에서 농악을 보존·계승하는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무대는 벙어리일채·오채질굿·오방진 등의 전통적인 순서에 구정놀이와 용기놀이를 결합해 장면의 입체감을 높였다. 이는 전통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연희의 긴장과 이완을 무대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관객이 굿판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돕는다. 신명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지금의 몸과 호흡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공연 전반에 선명히 드러난다. 관객은 이러한 순서를 따라가며, 고창농악이 오랜 전승과정 속에서 정리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판굿과 구정놀이는 황토빛 들판을 배경으로 쌓여 온 가락과 몸짓을 무대 위에서 다시 풀어내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아카이브 영상과 사람들, 40년을 건너는 기록의 방식

이번 공연은 무대 앞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고창농악의 40년을 담은 기록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카이브 영상으로 함께 구성된다. 보존회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사진·음원·연행 자료는 공연의 바탕이 되며, 공동체와 예술이 함께 축적해 온 시간이 객석 앞에 펼쳐진다. 이는 고창농악이 단순한 전통 공연이 아니라 기록과 교육, 지역·세대의 연결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자산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아카이브는 지나온 굿의 시간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전승 방식이 필요할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기능한다.

 

예술감독의 시선, “여전히 굿을 치며 살아 있다

공연의 예술감독 이명훈은 이번 40주년 무대를 가고, 오고, 다시 가고, 또 오는시간의 반복으로 설명한다. 그는 “1985년 첫 시작 이래, 고창농악 보존회가 걸어온 40년의 발걸음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 주고받음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길이었습니다. 가고, 오고, 다시 가고, 또 오는 반복의 시간 속에서 고창농악보존회는 세대의 빈자리를 메우며 굿 문화의 단단한 뿌리를 다져왔습니다. 그 토대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굿을 치며 살아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40년의 시간 속에서 꽃으로 피어낸 무대에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굿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겹쳐 만든 40

이번 풍무공연은 고창문화의전당에서 90분 남짓 진행되는 무대이지만, 그 안에는 1985년부터 이어 온 발걸음, 1990년대 초 들소리 채록, 국립국악원과 호암아트홀 등에서 펼쳤던 여러 공연, 그리고 오늘 무대에 오르는 연희자와 향산마을 어르신의 시간이 함께 겹쳐 있다. 이 공연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자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고창 7대보물로 꼽히는 농악이 지역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현재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보고서이기도 하다.

고창농악보존회의 40년은 굿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포개어 쌓여 만들어진 길이었다. 이번 공연 풍무는 그 과정을 무대 위에서 다시 펼쳐 보이며 전승의 흐름을 현재형으로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고창농악은 기록과 사람, 무대와 공동체가 만나는 접점에서 다음 세대로 걸어가고 있으며, 1121일 고창문화의전당에서 그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40주년 무대 위에서 드러난 전승 구조와 사람들의 발걸음을 차분히 따라가는 일은, 다음 40년 고창농악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70여명과 함께한 고창농악 배움터의 성장 기록

한편, 고창농악보존회가 운영하는 ‘2025년 고창농악 전통예술학교발표회가 1112일 저녁 고창농악전수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지난 3월 개강한 고창농악 전통예술학교는 8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그동안 갈고닦은 농악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발표회를 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고창농악 전통예술학교는 고창농악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판굿 앉은반, 판굿 선반, 상쇠반, 통북놀이반, 설장구반 등 5개 반이 개설됐다. 326일 시작한 수업은 매주 수요일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됐으며 약 7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구재연 고창농악보존회장은 고창농악 전통예술학교는 고창농악을 함께하는 이들의 교류를 돕고 일반인들이 취미생활로 농악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활동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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