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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우선지급금 6만원…나락값 8만원을 둘러싼 고창·정읍의 분노
벼 40kg당 ‘최소 8만원’ 요구, 고창·정읍 농민 나락 적재 투쟁…전북·전남 전역으로 번지는 쌀값 정상화 요구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24일(월)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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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40킬로그램 한 포대의 값이 농민에게는 한 해 농사와 다음 해를 이어갈 수 있느냐를 가르는 기준선이 되고 있다. 그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고창과 정읍, 전북·전남 농촌 현장에서 농협과 농민의 정면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볏값 인상을 회피하려는 농협 조직 전반의 움직임에 맞서, 고창군 농민들이 지난 1114일 관내 지역농협 앞에 일제히 수확한 벼를 적재하는 강력한 나락 적재 투쟁에 돌입했다. 벼 재배 농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인 볏값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농협 조직의 책임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호남지방의 다수 지역농협들이 나락 40킬로그램당 6만원 선의 우선지급금만 책정한 채, 볏값 결정을 미루는 눈치 게임을 전개하자 농민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농민들은 이 우선지급금이 사실상 민간 수매 기준선이 돼 시세 상승 효과를 가로막고, 농협이 눈치 보기에만 머물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창군쌀생산자대책위(농촌지도자·한국후계농업경영인·농민회·여성농민회·한국쌀전업농·친환경농업인·전국쌀생산자)는 이날 지역농협 본·지점 8곳에 벼 톤백 96개를 일제히 적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수확기 이전부터 농협 수매가와 우선지급금 결정을 논의하자며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조합장들이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더 이상 미룰 수도, 묵과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창 농민들의 요구는 나락값 시세 상승분을 농협 수매가에 충분히 반영하라는 한 줄로 압축된다. 농민들은 농협이 수매 우선지급금을 지난해와 같은 6만원으로 묶어 둔 채 시중 시세가 꺾이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농협이 시세를 끌어 올리기는커녕 낮추는 역할을 하고, 경영난을 앞세워 헐값 매입만 노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흥덕농협 앞 약식 집회에서 농민들은 백영종 대표조합장(흥덕농협장)을 만나 지난해 나락값 협상 당시 방출기 시세 차액에 따른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환원하겠다고 했던 약속 이행 여부를 따져 물었다. 백 조합장이 이익이 남은 것은 사실이나, 그 이전 해인 2023년도 적자가 워낙 커 그 손실분을 메우는 데 썼다고 답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항의가 거세졌다. 간담회는 11월 안에 각 조합장들과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무리됐지만, 표주원 고창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조합장들이 여전히 간담회 자리를 피하고 있다지난해 합의사항 약속 불이행을 끝까지 파고들어 시세 차액분을 돌려받고, 올해 농협 수매 확정가 8만원 쟁취를 위해 2차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창보다 앞선 115일부터 정읍시농민회(회장 윤택근) 역시 관내 농협들을 상대로 나락 야적투쟁을 시작하며 선급금 6만원결정에 반발했다. 정읍 농민들은 당초 요구했던 최소한의 우선지급금은 7만원이. 현재 산지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벼 40킬로그램당 8만원 수준이 적정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7만원 아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조합장들은 6만원에 머무르는 방어적 결정을 내렸다.

정읍 농민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6만원 우선지급금이 민간 수매가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읍지역 민간 정미소의 벼 수매가는 6만원대 중반에서 출발해 수확 막판에 이르러서야 겨우 7만원 선에 접근했다. 산지쌀값이 80킬로그램당 24만원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그 효과가 농민들에게 전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관영 정읍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정부는 올해 벼 생산량을 357만톤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에선 그보다 20만톤 이상 적을 거라 체감하고 있다작년 358만톤으로도 2만원 정도의 계절진폭이 발생했는데 내년엔 그보다 더 심할 것이며, 이 계절진폭의 모든 혜택을 일년 동안 피땀 흘린 농민들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우선지급금 제도의 운용이 본래 취지와 어긋났다는 비판도 정읍 현장에서 거세다. 윤택근 정읍시농민회장은 우선지급금을 시작한 계기는 나락값이 오르고 있을 때 농민들이 벼를 내지 않으려 하니 선급금을 주고 값이 오른 뒤 추가로 주겠다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반대로 값이 떨어질 걸 전제하고 최소한 여기까진 떨어질 거다해서 정하고 있다조합장들이 가격 하락을 바란다는 느낌까지 든다고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헐값에 사서 헐값에 팔면 책임 회피가 되고,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면 부당 이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읍 농민들은 우선지급금 6만원 결정 철회확정가 8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40킬로그램 나락 포대에 ‘8만원글씨를 새겨 농협 안에 직접 들여놓는 상징 행동을 벌였고, 바깥에 야적한 톤백 역시 남겨둔 채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고창과 정읍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북·전남 전역에서 커지는 볏값 정상화 요구와 맞닿아 있다. 벼는 농민에게 한 해 농사 결실이자 다음해 농사를 이어갈 종잣돈인 만큼, 정부와 농협이 책임 있게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호남 여러 지역농협은 올해도 우선지급금 6만원 안팎을 책정한 뒤 타 지역 상황을 보겠다며 최종 수매가 결정을 미루는 흐름을 되풀이하고 있다. 현장 농민들은 이 같은 방식이 농민의 인내심만 시험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우선지급금을 6만원 수준으로 고정해 놓은 상태에서 현장 나락값 하락을 바라보기만 하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남에서는 이미 농협중앙회 전남본부를 겨냥한 집단 행동이 벌어졌다. 전남 농민들은 고창과 같은 날인 1114일 무안군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앞에서 나락값 8만원 보장! 광주전남 농민대회를 개최하고, 농협 전남본부 앞에 나락이 가득 담긴 톤백 77개를 쌓는 적재 투쟁을 감행했다. 전남 각 지자체의 지역농협 조합장들 역시 40킬로그램당 6만원(나주·영암 지역농협은 65000)의 우선지급금부터 지급하며 최종 볏값 결정을 미루는 담합 양상을 보였다. 이는 낮은 수준의 우선지급금이 사실상 볏값 기준선처럼 작용하여 볏값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북 각지에서도 고창·정읍과 더불어 익산 지역농협들이 40킬로그램당 6만원 선의 우선지급금을 책정했고, 일부 농협(함열·용동·용안·함라농협)은 그보다 낮은 58000원을 책정하는 등 벼 생산량 감소 및 쌀값 상승 국면을 도외시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우선지급금 수준은 민간 정미소의 매입가와 맞물려 실질적인 볏값 기준선으로 작용한다. 민간 정미소 관계자들은 농민들에게 우선지급금보다 3000~4000원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고, 빚 상환 등으로 수매가를 서둘러 받아야 하는 농민들은 최종 수매가가 정해지기 전 민간에 나락을 넘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 사이 지역농협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볏값 결정을 미루고, 기다리다 지친 농민들의 출하가 민간으로 쏠리면서 전반적인 나락값 하락 흐름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40킬로그램당 8만원은 고창과 정읍, 전북·전남 농민들이 한 해 농사의 가치를 최소한으로 인정받기 위해 내세운 요구선이다. 우선지급금이 농민 소득 안전판이 아닌 가격 인하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락 적재 투쟁과 농민 행동은 지금, 볏값을 둘러싼 제도와 관행을 어디에서 다시 점검해야 할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농협 조직은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수확의 결실이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볏값 결정 미루기를 중단하고, 최소한의 나락값 8만원 보장이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책임 있게 수용해야 한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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