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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삶이 하나의 선율로 모여 지역 공동체의 시간을 다시 그려냈다. 장애와 비장애 주민이 한자리에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낸다. 고창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11월28일 오후 6시 선운교육문화회관 1층 담마북카페에서 ‘2025 발돋움 힐링 음악회: 우리 삶의 이야기’를 열었다. 음악회에는 90여명이 참석했으며,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어울림 창작활동지원’ 공모사업으로 제작됐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넘어 지역의 구성원이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문화 장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둔 행사였다.
■지역이 마주한 오래된 질문, 새로운 해법으로 서다
지역 공동체는 오랫동안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생활적·사회적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제도적 지원과 복지서비스가 확대됐으나, 일상의 문화 공간에서 서로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이번 음악회는 이러한 한계를 좁히는 시도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공연을 함께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센터는 “공연 자체보다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경험이 지역 인식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라는 설명과 함께 음악회의 취지를 밝혔다. 무대가 단지 ‘보여주는 장’이 아니라 ‘이어지는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푸른하모니의 무대,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의 깊이
공연의 중심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구성한 음악팀 ‘푸른하모니’가 섰다. 팀은 지체·청각·지적·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가야금·하모니카·기타·카혼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앙상블을 선보였다. 올해 팀은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정기 연습, 초청 공연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서로의 삶의 경험을 이해하고 감정과 시간을 공유하는 과정을 공연에 녹여냈다. 푸른하모니의 연주는 음악적 완성도를 넘어 ‘함께 이어 온 과정’의 힘이 드러난 무대였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 공연들…관객과의 거리 좁혀
음악회는 푸른하모니의 공연을 축으로, 여러 장르가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고창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장애인 활동가들의 응원댄스, 가야금 연주, 고전무용, 판소리, 기타 연주 등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참여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선운교육문화회관 1층의 담마북카페에 마련된 무대는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전통과 현대의 무대가 함께 펼쳐지며 관객들은 익숙한 소리와 새로운 형식의 퍼포먼스를 동시에 경험했다.
■음악회가 남긴 지역적 함의…소리와 관계의 재구성
지역에서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활동은 공동체의 관계 구조를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지속할 가치가 높다. 공연은 단지 감상을 넘어, 지역 주민이 서로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고 생활권에서 만남의 가능성을 넓히는 기능을 한다. 관객은 공연을 통해 지역 안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경험과 이야기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지역의 포용성을 실질적이고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장시키는 기반이 된다.
■문화예술 활동이 지역 복지로 이어지는 흐름
지역 복지는 제도와 행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적 만남이 지속되고, 주민 간 소통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센터는 여러 해 동안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과 함께 지역주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이번 음악회는 그 축적된 경험을 공연이라는 형태로 구현한 사례다. 천옥희 센터장은 “발돋움 음악회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과정”이라며 “음악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음악회를 하나의 행사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가 어떤 가치와 방식으로 관계를 넓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로 읽힌다.
■주민의 관람에서 ‘함께 만드는 공연’으로
이번 음악회는 기획 단계부터 ‘관객 중심의 관람’에서 ‘함께 만드는 공연’으로 방향을 잡았다. 푸른하모니를 비롯해 여러 참여팀은 일상에서 겪은 감정과 시간을 무대 위 연주와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이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무대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공연을 감상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일상의 조각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행사는 개별의 감정이 공동체의 감정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 셈이다.
■지역 문화의 확장성과 향후 과제
음악회가 남긴 울림은 향후 지역 문화정책에서도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은 장애인·비장애인 구분이 사라지는 접점이 될 때 지역의 다양성·포용성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앞으로 센터와 지역의 문화기관이 협력해 일상적 교류 프로그램을 넓히고,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음악·무용·창작 활동을 확대한다면, 공연은 지역 공동체 회복과 소통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번 발돋움 힐링 음악회는 예술을 통해 지역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또하나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자리에 모인 주민들은 공연 속에서 일상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공유했고, 지역 사회는 이런 울림을 토대로 다음 변화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센터는 앞으로도 생활 가까이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과 함께 숨 쉬는 자립생활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공연의 여운은 끝났지만, 지역 공동체 안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따뜻한 소통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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