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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고창 정치는 지금 ‘분열과 소멸’이라는 두 단어를 정면에 두고 서 있다. 15년 동안 군의회에 몸담아 온 조민규 고창군의장은 10월21일 고창군수 출마를 선언하며 “이제는 싸움이 아니라 일의 시간”이라고 말했고, 11월9일에는 자전에세이 『진정성의 가치』 북토크를 통해 자신의 정치 철학을 군민 앞에 내놓았다.
조 의장은 출마 선언에서 7개 세계유산을 축으로 한 문화·관광, 스마트 농축수산업, 소상공인·청년 창업 지원, 군민주권 시대,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새로운 고창을 위한 5대 약속’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그는 “군림하는 군수가 아니라 군민과 함께 땀 흘리는 일꾼이 되겠다”며 갈등을 줄이고 결과로 증명하는 군정을 강조했다. 오랜 의정 경험과 지역성장형 정치인으로서의 익숙함이 강점이자 한계가 될 수 있는 만큼, 그가 말하는 ‘진정성’과 ‘통합 리더십’은 지금 고창이 처한 위기 앞에서 더욱 면밀한 검증을 요구받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조민규 의장이 제시한 비전과 공약을 조목조목 짚어보고,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가겠다는 약속이 실제 군정 운영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따져 묻기 위해 마련됐다. 주민자치예산과 군민주권, 세계유산 정책과 농어민 소득, 소상공인·청년 정책, 인구감소 대응전략까지, 군민 삶과 직결된 의제를 중심으로 그의 답을 듣고자 한다. 본지는 11월27일 오후 조민규 의장을 고창군의회 직무실에서 만났다.
■고창군수 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민선 1기부터 지금까지, 고창 지방자치 30년의 역사를 현장에서 함께해 온 산증인입니다. 물론 그동안 고창을 이끌어주신 군수님들 모두 훌륭한 능력과 애향심을 가지셨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밖에서 지내다 선거 때가 되어서야 돌아오는 ‘방문형 리더십’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역의 깊은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군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느낀 위기의 본질도 바로 이 ‘단절’입니다. 테마파크 사업처럼 군민의 목소리가 행정에 닿지 않는 ‘소통의 단절’, 화려한 축제 속에 가려진 농촌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는 ‘현장의 단절’이 안타까웠습니다. 의회 의장으로서 이 간극을 메우려 노력했지만, ‘견제’만으로는 부족함을 절감했습니다. ‘제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우리 진짜 살림을 챙겨달라’며 제 손을 잡고 우시던 어르신의 눈물을 보며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고창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제가, 밖에서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책임을 지는 ‘통합의 맏아들’이 되어야겠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싸움이 아니라 일의 시간”이라고 했다. 현재 고창의 가장 큰 갈등이나 병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고창의 갈등은 ‘속도를 앞세운 행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민심’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 집행부가 강한 의욕을 가지고 성과를 내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은 ‘함께 결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의회나 전문가, 군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개발 대 보존’ 같은 불필요한 마찰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진단하는 고창의 가장 큰 병목은 예산이나 사업이 아니라, 바로 ‘신뢰의 결핍’입니다. 일방통행식 결정이 반복되면서 ‘행정이 하는 일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쌓인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입니다. 이제는 속도전보다는 경청과 숙의를 통해 이 막힌 신뢰의 혈관을 뚫어야 비로소 ‘진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찬반 갈등 현장에서 중재를 해오셨다고 했는데, 실제로 갈등이 봉합된 사례와 끝내 매듭을 짓지 못한 사례를 하나씩 짚어주고,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듣고 싶다
지난 15년은 ‘갈등 조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가장 보람된 성공 사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체육시설의 집적화’입니다. 당시 각 면에서 땅을 내놓겠다며 축구장 유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설이 흩어지면 전국 대회를 유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욕을 먹더라도 해당 주민들을 찾아가 ‘모여야 산다’고 끈질기게 설득했고, 그 결과 지금 고창이 각종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스포츠 마케팅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둘째, ‘선운산 무료입장’을 이뤄낸 것입니다. 사찰과 행정의 반대가 심했지만, ‘군민이 주인’이라는 명분으로 상생의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반면, 가장 아픈 손가락은 ‘신림면 종돈개량사업소 악취 문제’입니다. 20년 넘은 주민들의 고통 해결을 위해 의회에서 수차례 이전을 촉구했지만, 집행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원으로서 느낀 ‘견제의 한계’였습니다. 이 경험들을 통해 저는 확신했습니다. 진심 어린 소통은 지역 이기주의도 넘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적하는 자리를 넘어 책임지는 권한이 있어야 묵은 갈등을 확실히 끊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 군정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어떤 방향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가?
현 군수가 중앙부처의 요직을 거치신 엘리트답게, 취임 초부터 강한 자신감으로 고창의 발전을 위해 속도를 내오신 점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 열정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만, 너무 앞만 보고 달리시다 보니 주변을 살피는 여유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지방자치는 군수 혼자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군민·의회와 발을 맞추어 걸어야 하는 ‘2인3각’입니다. 그런데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토론 대신, 현수막을 통한 홍보나 형식적인 절차로 소통을 대신하려 했던 모습들은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군민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한 일도, 결국은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군민들의 간절한 신호가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군민의 삶 깊숙한 곳을 살피는 ‘따뜻한 동행의 행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약속했다. 당선 이후 첫 6개월 안에 갈등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마음먹은 구체적인 제도나 회의 구조가 있다면 무엇인가?
저에게 ‘통합과 화합’은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닙니다. 고창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저에게는 ‘생존의 지혜’이자 ‘생활의 일부’입니다. 선거는 선거일 뿐, 끝나면 우리는 다시 ‘원팀 고창’으로 뭉쳐야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을 담아 두 가지 실행을 준비하겠습니다. 첫째, 군수 직속으로 ‘고창군민 갈등조정 원탁회의’를 상설화하겠습니다. 갈등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찬반 대표와 제가 직접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을 내는 ‘끝장 토론’을 통해 오해를 풀고 접점을 찾겠습니다. 둘째, 갈등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정보 투명 공개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밀실 행정’이 불신을 낳습니다. 대형 사업의 모든 과정을 햇볕 아래 투명하게 공개하면, 억측은 사라지고 신뢰가 싹틀 것입니다. 고창을 가장 잘 아는 저의 ‘관계의 힘’과 투명한 ‘시스템’을 결합해, 찢어진 민심을 하나로 꿰매고 ‘함께 일하는 고창’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고창을 10년 뒤 어떤 도시로 만들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는가? 핵심 슬로건이 있다면,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변화상은 무엇인가?
제가 꿈꾸는 10년 뒤 고창은 관광지를 넘어,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서해안의 호남 거점 중심도시, 고창시(市)’입니다. 고창은 지금 서해안고속도로, 노을대교, 그리고 서해안철도 건설 등 새만금 배후 도시로 도약할 최고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이 교통망을 발판 삼아, 쇼핑·의료·교육 때문에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붙잡는 ‘자족형 산업 지형’을 완성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 기구’를 설립하여 치밀한 도시 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기존의 강점인 농생명·관광 산업은 ‘3색(色) 특화 지구’로 고도화하여 머무르는 관광을 실현하고, 행정은 ‘보여주기식 쇼’에서 벗어나 군민의 지갑을 채우는 ‘실용’으로 대전환하겠습니다. 단순히 버티는 고창이 아니라, 사람과 돈이 모이는 ‘호남의 경제 수도’로 당당히 승격시키겠습니다.
■군민주권·주민자치예산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설계·운영하겠다는 것인가?
진정한 지방자치는 군수가 독점했던 권한을 내려놓고, 주인인 군민께 ‘결정권’을 돌려드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군수가 임기 내 치적을 쌓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속도만 내다보면, 실패의 짐은 고스란히 군민이 떠안고 군수는 떠나면 그만인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됩니다. 저는 조금 늦더라도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투명한 행정을 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핵심 실천 방안이 바로 ‘읍면 주민자치 예산제’의 전면 확대입니다. 각 읍면별로 재량 예산을 과감히 배정하겠습니다. 가로등 수리나 마을 안길 포장 같은 생활 민원은 군청 결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주민자치회에서 토론하고 결정하면, 복잡한 행정 절차 없이 주민의 손으로 직접 마을을 가꿀 수 있는 ‘자율적인 의사결정권’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말로만 하는 주권이 아니라, ‘예산’이라는 실질적인 권한을 나누는 군수, 성과보다는 ‘과정’을 챙기는 책임 있는 군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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